심장이 쿵쾅대고, 두 볼이 발그레해지며, 손발이 덜덜 떨리고, 눈은 어디를 두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힐끗 힐끗. 어떻게 해서라도 보고 싶은 마음. 소년이 누군가를 향해 품은 마음이다. 사랑해 까지는 아니어도 좋아해 까지는 완벽히 관통하는 설레임의 온 몸 파르르 떨리는 후들거림. 하지만 이런 소년의 충만한 감정은 애석하게도 소녀나 여인이 아닌 소년에게로 흐른다. 그러나 어찌 할 것인가. 감정이 자신과 같은 성으로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막을 것인가. 보통은 그러하겠지. 마음을 막거나, 그로 인해 가슴을 부여잡고 힘들어 하거나, 아니면 서로가 마음이 맞아 은근한 비밀을 공유하거나. 하지만 영화 속 소년은 남자를 담은 것이 아니라 사람을 눈에 담았기 때문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에게 담는 설레임의 감정은 대상이 남자이든 여자이든을 떠나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럽고 타당한 본능이다. 소년은 그 본능에 충실 한다. 그래서 결국, 소년은 소년을 만난다.
소년 민수(김혜성)와 소년 석이(이현진)는 삥을 뜯기는 피해자와 삥을 뜯는 가해자로 대면하지만, 그 이후의 눈빛만큼은 공범이 된다.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듯 기다리고 졸졸 따라다니고 고민한다. 그러다 결국 버스에서 민수가 떨어트린 필름 한통이 서로의 손끝과 발끝을 살랑 거리며 오간 끝에 풋풋한 포옹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의 민수와 석이의 세상은 타인들의 시선과 공유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퀴어 영화에서 흔히 보여 질 수 있는 서로의 존재에 대한 애달픔이나 끈적거리는 정서가 투영되지 않는다. 그냥 서로를 오가는 풋풋한 눈빛만이 있기에, 남자들의 음성대신 달콤한 음악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그들의 표현 방식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안함으로 마주한다. 영화는 현재에서 시작해 감정을 안고 과거의 순간들을 각자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민수의 입장과 석이의 입장은 서로 다른 육체 안에 같은 감정을 녹여낸 이질적이면서도 동질적인 감성이다. 여기에 대사 없는 영화의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시킨 예지원 큐피트의 엽기 발랄한 춤과 노래는 동성을 사랑하는 이들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반복적인 멜로디 코드 안에 미소를 선사한다.
이러한 감성은 동성을 사랑한다고 당당히 밝힌 김조광수 감독의 과거 경험에서 빠져나와 디테일한 선을 잡아낸다. 10년간 <해피엔드>,<와니와 준하>,<후회하지 않아> 등등등 많은 영화의 제작자였던 김조광수 감독은 갑작스레 뭔 바람이 들어 영화를 직접 연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본편 15분에 메이킹 까지 합쳐 총 40분이 되는 퀴어 단편영화를 메이져 영화관에 거는 첫 번째 홈런을 날렸다. 여기에 동성의 설레임을 연기한 김혜성, 이현진의 모습은 영화의 제목처럼 소년이라는 이미지를 충실히 살린다. ‘쟤들 왜 저러나?!’ 소리 안 나올 만큼.
어쨌든 <소년, 소년을 만나다>는 부족한 제작비를 소년단 256명의 기부를 통하여 만들어진 감개무량한 단편영화다. 영화를 보다가 너무 금방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서 움찔 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되나, 이 영화가 퀴어 영화라는 것을 알고 작정하고 봤다면, 보고 나서 마음에 설레임이 남는 그 마음도 작정하고 인정하게 될 것이다.
2008년 11월 20일 목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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