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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의 <소년, 소년을 만나다> 연출일기 #3! 광수, 한국영화사상 가장 많은 제작자를 만나다
2008년 11월 11일 화요일 | 김조광수 감독 이메일


‘소년, 소년을 만나다(이하 소소만)’에는 한국영화사상 가장 많은 제작자가 존재한다.
이름하여 소년단. 그들의 숫자는 무려 256명.
나의 블로그를 통해 제작비 모금에 동참해준 분들이다.
출발은 이랬다.


어느 날 사무실로 등기 우편 하나가 배달되었다.
예쁜 편지봉투 속에는 곱게 접은 꽃편지지에 촘촘하게 써내려 간
소년들의 사랑에 대한 지지의 글이 있었다.
아, 이렇게 예쁜 편지지를 받은 게 얼마만이던가!

김조광수 감독님께
감독님이 소소만이라는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리고는 당장에 감독님 블로그로 달려갔었죠.
전 너무나 행복해요.
‘후회하지 않아’를 보고 마음속에서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친구에게 커밍아웃도 했어요.^^
보고 또 보고.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모를 만큼 많이 봤어요.

수민이와 재민이(‘후회하지 않아’의 주인공 이름)의 아픈 사랑에 눈물도 참 많이 흘렸구요.
‘후회하지 않아’를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 드려요.
그런데 소소만을 만드신다니.
이번에는 감독까지 하신다니 정말 너무 반가운 소식이에요.
더군다나 캐스팅은 정말. 우왕굿.
김혜성씨는 ‘하이킥’ 때부터 이미 점찍어 놨었고, 이현진씨는 캔커피 광고할 때 홀딱 반했었는데 그 두 분이 함께 출연한다니 너무 환상이네요.
열심히 응원할게요.
개봉하면 친구들 데리고 가서 볼 거구요.
그리고 적지만 후원금을 보낼게요.
제가 빈곤한 고2라서 큰돈은 아니지만 제작비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까 해서요.
사실 전 ‘후회하지 않아’를 다운 받아서 봤거든요.
감독님 저 고발하지 않으실 거죠? ㅋㅋ

봉투 안에는 꼭 접은 만원짜리 한 장이 들어있었다.
감동이었다.
그녀는 편지 말미에
“저 말고도 후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많을 거에요. 후원금 모금해주세요.”라고 적었다.
블로그에서 시작하면 대박일 거라는 팁까지
.

그래. 후원금을 모아보자.
이왕 시작한 일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보자.
블로그에 염치없지만 후원금을 모은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100만원이라도 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작비 650만원짜리 초초저예산 영화에 100만원이면 정말 큰돈이 아닌가!
그런데 웬걸.
댓글이 순식간에 66개가 달렸다.
헉, 이런 일이...

그렇게 하여 모인 돈이 450만원.
제작비의 70%를 모아 준 것이다.


1인당 만원에서 10만원까지로 상한선을 둔
데뷔감독 김조광수의 블로그를 통한 제작비 모금에 동참한 이들이야말로
소소만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소년단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로는 중2 15세부터 50대 중반까지 아우르며
학생도 있고 주부도 있고 의사도 있고 군인도 있고 경찰도 있다.
특징이 있다면 여자가 90%를 이루고 있다는 것.
분연히 떨쳐 일어난 동인녀들, 감사합니다!!!♥
이들의 십시일반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인 친구사이와 더불어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게 한 기본 동력이 되었다.
동참의 이유도 다양하다.

‘동성애 영화라서,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을 만큼 대한민국이 열리게 되었다는 것’ 등
어린 나이에 비해 여문 생각을 내어 놓은 ‘소년단’은
영화의 취지에 공감하고 내용에 열광하는 등
모니터 집단으로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작자로서 손색없다.

256명 소년단의 지지와 지원이 없었다면
아마도 소소만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퀴어 단편영화이기 때문에 애초 펀딩 자체가 불가능한 영화였다.
제작비를 다 구하지 못해서 못 찍었을 수도 있고
프리프로덕션부터 포스트프로덕션까지 수없이 많았던 좌절의 순간을 넘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순간순간 마다 나를 지탱해 준 사람들이 소년단이다.

한국영화사상 가장 길고 뿌듯한 크레딧을 보유하게 된 소소만.
소년단들 덕분에 소소만은 집단으로 창작하고 함께 나누는 영화 매체 본연의 특징을 극대화한 남다른 영화가 되었다.
소년단들은 배우와 감독의 싸인이 들어간 ‘소년단증’을 공유하고
영화의 첫 번째 상영에 초대되는 제작자 고유의 권한을 누리는 것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자체적으로 ‘선전단’을 조직해서 소년단에게 보내는 소식지를 한 달에 한번씩 보내고 있기도 하다.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의 라이프 싸이클을 끝까지, 열심히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소년단들 덕분인지 촬영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다.
내가 인복이 있는지 좋은 스탭들이 속속 참여하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우리학교’를 연출한 김명준 감독이 촬영을 맡았고(그는 영화 ‘꽃섬’,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촬영감독이기도 하다) 독립애니메이션 ‘무림일검의 사생활’의 음악감독인 김동욱 음악감독이 음악을, 나의 첫 번째 흑기사인 민용근 감독과 ‘씨네 21’ 김도훈 기자가 스틸을, 퀴어영화 ‘올드 랭 사인’의 프로듀서인 송태종 피디가 프로듀서를 맡아 주었다.
그 밖에도 분장, 동시녹음, CG, 믹싱 등 여러 분야의 스탭들이 충무로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분들이다.

게다가 이분들 모두 노개런티다.
배우들은 물론이고 스탭들까지 모두 다.
소소만에 참여하신 분들 중에 개런티를 받은 사람이 없다.
정말 난 인복이 터진 데뷔 감독이다. ^^*


배우가 확정되고 스탭이 꾸려지고 돈이 모이면 그 다음은?
말해 무엇 하리오.
이제부터 본격적인 촬영 준비. 바로 프리프로덕션이다.
프리프로덕션에서 가장 중요한 건 헌팅과 콘티뉴이티(Continuity, 이하 콘티) 그리고 배우들과의 리허설이다.
프리프로덕션은 시나리오에 표현된 그림을 만들어 내기 이한 준비 과정인데
먼저 연출, 제작부원들은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서 발바닥에 땀나도록 정말 열심히 뛰고 또 뛴다.
소소만은 단편영화이기 때문에 촬영 장소를 헌팅하기 위해 전국을 뒤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샤방한 퀴어영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서울과 인근 지역을 샅샅이 뒤져야 했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촬영하지 않은 곳 중에서 찾되
민수와 석이의 첫 만남에 어울리는 공간을 찾는 일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그리하여 찾아낸 곳은 후암동 골목과 일산 주택가.

헌팅이 완료되면 콘티 작업을 시작한다.
콘티는 영화 촬영을 위한 설계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감독과 촬영 감독 등이 모여서 시나리오에 있는 내용을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 구성하면
그 것을 그림으로 정리하여 여러 스태프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내는 것이 콘티이다.
갑자기 무슨 영화 강의하는 것처럼 되었는데,
이왕에 보기 시작한 연출일기이니 만큼 살짝 들여다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상단 콘티 34.35장면
상단 콘티 34.35장면


 상단콘티 29장면
상단콘티 29장면
 상단콘티 30장면
상단콘티 30장면


이렇게 헌팅도 하고 콘티도 그리고 나니 “정말 영화를 찍는구나.”새삼 실감이 났다.
영화 연출을 결심하고 3개월.
그렇게 나는 꿈을 이뤄가고 있었다.


혜성군과 현진군은 단편영화 작업은 처음이었는데,
처음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신인의 패기 때문인지 마냥 신기해하며 열의를 불태웠다.
소소만은 대사가 없는 영화라서 다른 영화처럼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하는 리허설(보통 리딩reading이라고 부른다)을 하지는 않았다.
그냥 살아 온 얘기를 많이 했다.
어떻게 살았는지 첫사랑의 경험은 어땠는지.
극중의 민수와 석이처럼 첫 눈에 반한 적은 있는지.

영화 속에서 민수와 석이는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이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너무 친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같이 만나는 자리는 되도록 만들지 않았다.
서먹서먹한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만나고 얘기하면서
혜성군은 민수가
현진군은 석이가 되어 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큰 걱정이 있었으니
이성애자인 그들이 동성애자의 감정을 충실히 살리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사랑에 대한 감정은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같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동성애자들만의 방식이 있을 텐데 그 걸 잘 표현하고 싶다는 연기자로서의 욕심도 한 몫을 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을 데리고 간 곳이 있으니
바로 종로에 있는 게이바였다.

다음에 계속... to be continue...

글_김조광수 감독(청년필름 대표) 광수닷컴 놀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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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
kisemo
잘 읽었습니다^^   
2010-05-02 14:20
jungs1976
기대됩니다..   
2008-11-14 17:00
chunsasolo
항상 모든영화 기대감과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주지요...
역시 이 영화 또한...
기대됩니다.   
2008-11-14 16:51
joe1017
개봉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2008-11-14 16:40
letter1728
기대되는   
2008-11-14 16:35
agong21c
여러 사람의 생각과 감정의 어울림이 한편의 아름다운 영화로 태어났네요.. 이러한 비하인드가 모르게 숨겨져있었다는게.. ^^ 좀 가슴아프네요.. 엔딩 크리딧에 살짝 올려 보시지!   
2008-11-14 14:54
weedy
재밌을 거 같아요   
2008-11-14 11:12
floweraa
재밌게 볼게요 ^^   
2008-11-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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