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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황폐한 거리만큼 빈곤한 결말!
나는 전설이다 | 2007년 12월 12일 수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당돌한 선언 혹은 근엄한 계시처럼 들리는 <나는 전설이다>(원제, ‘I AM LEGEND’)는 좀비 호러물의 레전드(legend)라 할 수 있는 리처드 매드슨(Richard Matheson)의 1954년작 SF소설을 동명 그대로 영화화한 작품이며 순차로만 따지면 세번째 목록에 해당된다. 하지만 <나는 전설이다>는 활자를 영상화하기 위한 온전한 원작 재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전설이다>는 정확히 그 지점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홍역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작을 통한 항암신약을 개발했다는 꺼림칙한 보도는 원작의 방사능 피해를 대체하는 영화적 부산물이자 인위적 재해로 인한 인간 세계의 황폐화란 골격의 재배치를 위한 소극적 전환이다. <나는 전설이다>는 원작의 뼈대를 취해서 블록버스터의 살을 바른다. 하지만 영웅주의에 도취된 액션물 따위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건 원작과, 혹은 원작을 영화화한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대견하다고 여길만한 영화적 덕목이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영문을 알 수 없을 듯한 짧은 도입부 이후, 영화는 3년 후로 점프해버린다. 지상을 수평으로 내려다보는 드넓은 도시의 경관은 마치 인간을 말살시킨 듯 어떤 동선도 확인되지 않는다. 정지된 뉴욕 타임스퀘어의 풍경은 적막함을 넘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그 멈춰버린 상 속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빨간 스포츠카가 도시의 정적을 가르며 내달린다. <나는 전설이다>는 그렇게 인류 최후의 사나이-엄밀히 말하자면 아니지만-,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사람의 동선을 따르니 인물 전기적 서사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나는 전설이다>는 원작의 묵시록적 배경에 탐닉하기 보단 인물의 동선에 따라 펼쳐지는 사건에 집중한다. 물론 자세한 정황 설명을 과감히 뛰어넘은 채, 중간마다 로버트 네빌의 파편화된 기억을 부분적으로 끼워 넣으며 진행되는 영화적 서사는 그 상황에 대한 모든 의문을 주워담게 만들며 동시에 경계하게 만든다. 이는 구체적인 상을 통한 실존적 공포가 아닌 은밀한 예감으로부터 번져나가는 심리적 불안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듯하다. 특히나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유령 같은 도시를 배회하는 로버트 네빌로부터 느껴지는 불안감은 그가 홀로 남아있는 도시임을 알면서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게다가 자신의 개를 찾기 위해 암전된 실내로 들어선 로버트 네빌을 따라잡는 씬은 극도로 긴장감을 상승시킨다.

사실 <나는 전설이다>가 원작의 디테일을 따라가지 않은 건 그것이 현명하다 말할 수 없어도 영화적 각색으로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말뚝을 총으로 대체한 현대적 감각과 -<오메가맨>의 영향이기도 한-핵전쟁의 폐허가 아닌 인류의 자연 말살로 인해 보존된 도시의 풍광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그 무시무시한 존재들과 대면하는 긴장감만큼이나 깊게 찌르고 들어오는 황폐한 고독감은 <나는 전설이다>의 본질적 성과일 것이다. 인류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뉴욕 타임스퀘어의 텅 빈 모습은 황폐한 도시적 감수성을 복기하게 하며 동시에 홀로 남은 상황 자체에 대한 지독한 두려움마저 거머쥐게 한다.

LA에서 뉴욕으로 옮겨진 지정학적 상징성, 그로부터 포스트 9.11시대에 대한 어떤 불순한 포부가 읽힌다. 물론 그것이 창작자의 의도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여기(뉴욕)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으니 여기서 해결해야 돼’라는 대사로부터 어떤 정치적인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는 자체만으로도 <나는 전설이다>는 어떤 불순한 의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만 같다. 특히 원작과 완벽하게 등을 돌린 결말의 구조는 할리우드가 지향하는 휴머니즘에 가깝다. 또한 과도한 액션씬을 분출하는 후반부는 <나는 전설이다>를 전형적인 액션 블록버스터의 육중함에 근접시킨다. 이는 동시에 <나는 전설이다>가 지니고 있던 미니멀한 감수성을 지독한 장르적 쾌감으로 부풀리며 차별적 성취감마저 상실시킨다. 특히나 종의 전환이라는 파격적 결말을 종족 보존의 결의라는 숭고함으로 위장시킨 평이함으로 대체한 건 흥미로운 원작의 사고를 단세포적으로 몰락시킨 꼴이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흥미로운 원작 소설의 설정을 빌려 영화적 변환을 꾀한 <나는 전설이다>는 결국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물론 좀비 호러 장르의 하나의 전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혹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오락적 성향을 염두에 둔다면 <나는 전설이다>는 나름대로 즐길만한 구석을 겸비한 특이 소재물로서 평가될만하다. 특히나 텅 빈 뉴욕의 구도를 바라보는 심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묘연하다. 하지만 결국 영화적 정점, 특히나 원작 소설과의 비교군으로서 <나는 전설이다>는 전설이 아닌 아류작에 불과하다. 그 황량한 결말만큼이나 빈곤한 감상을 외면하기 힘들다.

2007년 12월 12일 수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수풀이 우거진 뉴욕의 타임스퀘어, 유령같은 도시의 이색적인 풍광이 실로 놀랍다.
-라스트맨 스탠딩(Lastman standing). 살아있다는 것이 곧 지독한 슬픔이다.
-윌 스미스의 단독 드리블 연기, 혼자서도 잘해요. 복근도 짱이셔!
-원작 소설의 영화화에 흥미가 있다면. 특히 영화화된 전작들에 비해 비교적 우월하다.
-리처드 매드슨의 동명 원작의 가치를 아는 당신에겐 차마.......
-윌 스미스 혼자 다 해먹는다. 모노 드라마야? 물론 인물 추가도 있다만.
-포스트 9.11시대, 미국적 영웅주의에 대한 은밀한 혐의가 드러난다.
33 )
mckkw
결말은 조금...
소설 결말은 어떻지?   
2008-05-10 21:39
callyoungsin
화려하게 만들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을 주는건 사실이다   
2008-05-09 16:09
kyikyiyi
역시 윌스미스 영화는 관객동원은 좋아ㅎㅎ 다른결말까지 만들어 엔딩이 두개라는   
2008-05-08 10:41
bjmaximus
윌 스미스의 흥행 파워만큼은 전설로 남을 영화   
2008-04-28 17:14
h31614
정말 첨부터 기대 만발이엿는데 결말이나는순간 아쉬운 듯한 실망감..   
2008-02-07 22:41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3:31
ewann
좋아요   
2008-01-11 13:02
gt0110
윌 스미스는 좋은데...   
2008-01-06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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