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시리즈가 네 번째 결과물에 다다르게 된 이상, 가장 궁금한 건 직소의 죽음으로 인한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국 이 저예산 고소득 아이템을 기사회생 시킨 건 다시 한번 시나리오의 공이다. 죽음을 담보로 테스트를 멈추지 않았던 직쏘의 지독한 의지를 각인시키던 전작은 그 대가로 시리즈를 지탱하던 인물을 상실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게임은 계속된다. <쏘우4>는 시리즈 물로서 <쏘우3>의 연결고리로 배치된 듯 하지만 사실 전작의 이란성 쌍둥이에 가깝다. 이는 사망 진단을 내려야 함이 마땅했던 시리즈를 살리는 획기적 방안으로서 평가될만하다. 동시에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는 건 그것에 대한 일말의 코멘트가 <쏘우4>를 볼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는 악랄한 행위가 될 수 있는 덕분이다.
물론 시리즈 중 가장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리즈의 원편인 <쏘우>에 비해서 <쏘우4>는 분명 그에 미치지 못하는 후속작임에 틀림없다. 또한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잔인함을 가중시키던 그 진행적 속성에 걸맞게 <쏘우4>는 그 잔인함이 한층 더 강화됐다. 특히 두개골을 떼어내던 전작의 끔찍했던 기억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그보다 더욱 막강해진 극 초반 두개골 분리씬은 공포스러움 이상의 인간적 무력감마저 선사한다. 뇌가 떼어내진 채, 축 늘어진 두피의 형상은 <쏘우>시리즈가 무참히 학살하고 난도질하는 인간의 육체적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단면 같기도 하다.
하지만 <쏘우4>는 창의적인 시도조차도 지나친 우려먹기를 통해 걸러지면 더 이상 신선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것만 같다. <쏘우4>는 여전히 <쏘우>의 계보를 이어가는 시리즈로서 그 변태적인 고문 기구들을 매번 업그레이드하고 인물 구조와 동선을 뒤섞어 넣는 게임구조의 이야기 진행을 업데이트하는데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의 질을 떠나서 그 방식의 재현은 전작들의 포맷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는 점에서 결말의 차이만 확인될 뿐, 과정의 참신함은 점점 예전만 못하다. 이는 결국 <쏘우>시리즈는 계속 생존한다 해도 그 참신함이 노쇠해가는 건 막을 수가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시리즈가 계속된다는 걸 막을 이유는 없다. <쏘우>시리즈는 어찌됐건 나름대로 획기적인 기획 아이템을 통해 승부한 벤처 영화임에 틀림없고 그런 영화가 장사가 된다는 건 시장에서의 상품이 가치를 인정받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저 예산의 투자에 비해 큰 이윤을 남기는 것만큼 훌륭한 장사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제작비는 늘어감에 비해 이윤이 줄어든다는 건 시리즈의 지속성의 한계는 결국 언젠가 임박할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점차 창조력이 떨어지고 후줄근해지는 시리즈의 탄력은 결국 <쏘우>시리즈가 꿈꾸는 네버엔딩 스토리를 스스로 고문하는 기구일지도 모르겠다. 단지 내가 보는 것을 보라(See what I see)는 직쏘의 주문에 홀릴 수 없다면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스스로 버리면 될 뿐이다. 한편으로 어쩌면 무엇보다도 직쏘가 게임을 실행해야 할 대상은 아마도 웹상에서 무법적으로 결말을 유포하고 다니는 이 죽일 놈의 스포일러들일지도 모르겠다.
2007년 11월 20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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