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타란티노는 악동이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그의 악동기질이 그 어느 영화보다 짙게 배어있는 영화다. 흘러간 음악은 물론이고 마치 3류 극장에서 옛날 영화를 보듯 화면에 비가 내리는 현상을 일부러 만들었는가 하면, 영사 사고라도 난 것 마냥 대사가 툭툭 끊기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타란티노 감독이 일부러 의도한 것이다. 실험영화도 아닌 상업영화에서 태연하게 이런 장면들을 만들 사람이 또 있으랴?
영화의 줄거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 너무 통쾌한 결말에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거나 웃거나 둘 중 하나다. 여자들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잡다한 수다와 자동차 추격씬이 전부다. 타란티노 감독은 이 두가지 상황만으로 113분을 채워 놓는다. 여자들의 수다부분이 좀 지루하게 느껴질 즈음에야 자동차 추격씬을 보여준다. 관객들이 제발 무슨 사건이 좀 일어나길 바라는 상황까지 타란티노는 꾹꾹 눌러 참는다. 은연중에 관객들도 공범이 되는 순간이다.
영화에는 두 부류의 여자집단이 등장한다. 첫 번째 여자들은 아무 이유 없이 스턴트맨 마이크에 의해 희생된다. 이들은 마치 공포영화의 주인공 소녀들처럼 무자비한 살인마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두 번째 여자들은 다르다. 공포영화의 소녀들처럼 공포에 질려 살인마에 쫓겨 다니지 않고 반격을 시도한다. 스턴트맨 마이크의 추격과 여자들의 반격이 이 영화의 별미다. 살인마에 눌리지 않고 오히려 앞도하며 쫓는 장면은 그야말로 델마와 루이스 이후 최고의 자동차씬이라 할만하다. 상황이 반전되어 그래 너 잘 걸렸다고 끝까지 쫓아가는 여자들의 자신만만함에서 억눌렸던 뭔가가 폭발한 듯 통쾌함이 느껴진다.
영화의 최고 장면은 역시 자동차 본넷에 매달려 펼치는 리얼 스턴트 장면이다. 킬빌에서 우마 서먼의 전속 스턴트 대역을 담당했던 조이 벨이 직접 출연해 보호 장비도 없이 달리는 차의 본넷에 매달려 아슬아슬한 묘기를 선보인다. 스턴트맨 마이크 역의 커트 러셀의 카리스마와 일곱 미녀들의 섹시함을 비교해 보는 것도 즐겁다. 자동차 광이라면 60년대와 7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 사랑받았던 자동차들 또한 또 다른 볼거리다. 마지막 통쾌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중간을 지루하게 끌고 갔다는 타란티노의 진심은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만 알 것이다.
글_김용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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