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코믹스를 통해 연재되기도 했던 4부작 소설 ‘스타더스트’는 현재 생존한 10대 포스트모던 작가로 문학 전기 사전에도 이름을 올린 닐 게이먼의 작품 중 하나이며 동명 타이틀 그대로 영화화된 <스타더스트>의 근본 지점이다. 마치 <스타더스트>는 톨킨이 세운 판타지 대륙, 중간계를 옹립하면서 동시에 롤링이 상상했던 머글과 마법의 공존을 꿈꾼 세계관처럼 보인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벽을 경계로 인간과 마법의 세계를 양분한 <스타더스트>는 단순한 것 같지만 그만큼 난해하지 않다. 이는 마치 무게감을 덜어낸 <반지의 제왕>같기도 하고, 동시에 좀 더 중후한 문법의 <해리포터>같기도 하다.
<스타더스트>는 화려한 판타지의 위용을 쓰고 있지만 아기자기한 동화적 재미에 가깝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별을 따진 못하는 대신 떨어진 별을 주워오겠다는, 현실적 필터링을 거친 낭만적 모험으로 시작하는 <스타더스트>는 사실 이야기의 뼈대만을 놓고 보면 유치하다. 하지만 개성을 살린 다양한 캐릭터적 특성과 그를 통해 빚어내는 유머적 코드는 <스타더스트>에 성인 취향의 오락성을 가미시켰다. <스타더스트>는 웅장한 그래픽이나 방대한 서사로 인한 스펙터클보단 아기자기하게 채워진 미니멀한 설정들이 디테일한 재미를 준다. 단순한 선악 구조의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그 캐릭터의 여백에 존재하는 작은 캐릭터들의 입체적 성향은 이야기의 가느다란 줄기를 울창하게 채우는 나뭇잎 같은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도 로버트 드니로, 미쉘 파이퍼, 클래어 데인즈 등 할리우드 초호화 캐스팅은 그 존재감을 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특히 로버트 드니로의 깜짝쇼라 할 수 있는 연기는 압권이다.-
사실 <스타더스트>는 산으로 가다 못해 하늘로 가는 이야기다.-영화를 본다면 알겠지만- 하지만 재미있다. 그건 개성이 확실한 캐릭터들이 단순한 이야기 설정 위에서 교묘하게 얽혀가는 개연성의 전개력이 튼튼한 덕분이다. 동시에 위트 있는 대사와 애정을 부르는 몇몇 캐릭터들을 통한 만족감이 충분하다. 물론 더 이상 신기할 것이 없는, 할리우드의 기술력이 창조한 판타지 세계의 실사 같은 눈속임 비쥬얼은 기본으로 내장됐다. 그 안에 평범한 소년의 흐믓한 성장 스토리와 로맨틱한 멜로의 낭만적인 감수성까지 품고 있다. 사실 인간의 상상력은 언제나 유치하다. 하지만 유치한 상상은 때론 즐거운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판타지가 주는 본질적 즐거움이란 영상에 대한 현혹보단 이야기에서 기반한 상상력의 유희적 소비에 가깝다는 점에서도 <스타더스트>는 적절하다.
2007년 8월 7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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