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라이트 감독에게 <새벽의 황당한 저주>란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뜨거운 녀석들>은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물론 <뜨거운 녀석들>이 전작의 나사 풀린 분위기와 다르게 치밀하고 정교해졌다는 사실은 놀랍다. <뜨거운 녀석들>의 가장 큰 놀라움은 모든 장르영화에 대한 감상을 2시간 내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스릴러에서부터 액션, 코믹, 고어의 장르적 쾌감을 두루 갖추고, 세부적으론 버디 무비적인 캐릭터 배치와 웨스턴 무비의 흉내까지, 물론 결정적으로 이런 장르 전환을 유용하게 꾀하는 건 B급 영화적 마인드다.
<뜨거운 녀석들>은 순간순간 의미 없는 장면과 행동에 과장된 음향과 독특하게 중첩되며 전환되는 화면 편집을 덧씌워 효과적인 긴장감으로 주입한다. 그리고 차후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제대로 된 긴장감을 부여하며 단순 효과를 극적 분위기로 확장한다. 개방된 이야기의 구조는 관객에게 극의 전개를 어림짐작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미끼다. 이는 장르적으로 학습된, 영화에 대한 관객의 관성적 추리에 헛물을 켜는 뒤틀린 쾌감으로 다가온다. <나쁜 녀석들>과 <폭풍 속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등 할리우드 영화들의 일부 이미지를 패러디하며 유희를 발생시키지만 그보다도 깊이 박힌 장르 영화의 관습을 패러디하듯 차용하면서도 여지없이 비틀어버린다. 음모론에 깊숙이 박혀 있던 관객의 의혹이 너저분할 정도로 단순한 해명으로 풀릴 때, 또한 그런 단순한 이유로부터 범행 동기가 밝혀질 때, 관객이 얻을 수 있는 영화적 쾌감은 중의적이다. 자신의 진지함이 단순함에 의해 무장해제되는 명료함, 그리고 그 단순한 사유가 만들어 낸 잔인 무도함에서 전이되는 살벌한 공포감. 여기서 쾌감의 결정타가 터져나온다.
한편 에드가 라이트의 페르소나로 불러야 될 것 같은 사이몬 펙과 닉 프로스트의 연기 호흡은 <뜨거운 녀석들> 그 자체다. 특히나 후반부 다소 오버스러운 액션을 통해 액션 영화 주인공의 꿈을 이루는 그들의 모습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폭풍 속으로>를 패러디하는 장면은 자지러졌다!- 또한 스티브 쿠건과 빌 나이의 깜짝 출연도 즐겁고, 숨겨져 있는 피터 잭슨과 케이트 블란쳇을 찾아보는 것도 묘한 재미다. –산타와 검시관을 주목하시라.-
모든 사유를 떠나서 <뜨거운 녀석들>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함의 포맷에서 비롯되는 통쾌함. 최근 돈자루를 짊어진 할리우드가 부풀어오른 몸집과 과도한 의미 부여로 명료한 장르적인 본질을 희석시키고 있는 판에 시원한 액션과 효과적인 서스펜스를 섭렵한 <뜨거운 녀석들>은 영리하면서도 화끈하다. 게다가 그 위에 얹혀진 건 파시즘적 정치성의 기만을 조롱하는 뜨거운 피다. B급의 정서가 단순히 외향적인 전시의 사유물이 아닌 저항적 마인드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것이 패러디의 본질과도 맞닿는다. 장르를 절묘하게 비벼버린 <뜨거운 녀석들>은 기막히게 맛있다. 당연히 최고다!
2007년 6월 22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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