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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소문난 잔치에 가득한 진수성찬!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 2007년 5월 25일 금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캐리비안의 해적>이란 제목이 세 번째 시리즈에 이르러 무색한 건 더 이상 이들이 ‘캐리비안’의 해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블랙펄의 저주>와 <망자의 함>을 잇는 해적 트릴로지(trilogy)에 마침표를 찍을 <세상의 끝에서>는 유럽권을 넘어 아시아권까지 무대를 확장한다. 이에 우리가 사랑하는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페로우(조니 뎁)는 이렇게 화답한다. “세상은 그대로야. 우리가 설 자리가 좁아졌을 뿐이지.” 물론 세상은 그대로였다. 다만 세계에 대한 발견이 더뎠을 뿐이다. 그리고 변화 없는 세상에서 시대는 변화했고, 해적물은 분명 가라앉고 있었다. 그 침몰을 다시 끌어올린 <캐리비안의 해적>은 시대를 거스르는 헐리웃 롤러코스터다. 그리고 쾌감을 한껏 끌어올리던 롤러코스터는 비로소 종착역에 도착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좌표를 정하는 나침반은 잭 스패로우였다. 그로부터 <캐리비안의 해적>의 희로애락이 시작되고 마감됐다. 하지만 세 번째 시리즈에 이르러 그의 등장 분량은 분명 전편들보다 적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이야기의 축은 잭에서 스완(키이라 나이틀리)으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라는 인상도 든다. 물론 2시간 50분이라는 상영 시간 확장에 따른 상대 관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분명 그의 비중이 적어짐은 영화의 분위기를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다. 그건 <세상의 끝에서>가 <캐리비안의 해적>이 지니고 있던 기존시리즈 특유의 가벼운 몸놀림보다는 무거워졌고 심각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세상의 끝에서>가 몸집이 비대해진 해적 시리즈가 품어야 할 난관이자 서사의 마침표에 대한 압박의 진통이다. 또한 전편들과의 연관성을 드러내기 위한 속박의 기호는 오컬트식 상징과 해적들의 법전으로 계승되는 구전, 즉 “‘플라잉 더치맨’ 호는 선장을 필요로 한다” 등의 그들만의 전승 의지와 “아홉 개의 은화가 울면 해적 영주의 회의가 소집된다” 등의 자율 철칙으로 시리즈는 영역 확장의 툴(tool)을 갖추고 맥락의 당위성을 획득한다.

일단 이번 시리즈의 화두는 단 한마디로 집약된다. “당신, 누구 편이죠?” 두 번의 되새김질을 통해 관객의 입에 물릴 여물의 양을 늘려가던 시리즈는 세상의 끝에서 확연히 드러나듯 극대화된 스케일을 자랑한다. 특히나 전편에서 벌어지던 캐릭터간의 대결은 종래에 본격적인 전투로 확장된다. 다만 그것조차 배가 뒤엉키는 군의 전투가 아니라 한 척간의 맞장 승부로 그려짐은 결국 <캐리비안의 해적>이 지니고 있던 대결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음이다. 그럼에도 결말부의 전투는 헐리웃의 특수효과를 등에 업고 그럴 듯한 스케일을 뿜어낸다. 그리고 전편에서 등장한 캐릭터들이 총망라되고 사오 펭(주윤발)까지 동원된 이번 시리즈는 거듭되는 배신을 통해 결말을 가늠할 수 없는 캐릭터간의 나와바리 싸움에 대한 흥미도를 높인다. 또한 전편에서 흥미롭게 발견된 잭과 스완, 윌(올랜도 블룸) 사이의 기묘한 삼각관계의 전개 또한 흥미롭다. 다만 다양하다 못해 쏟아져 나오는 캐릭터들의 등장은 명쾌하던 시리즈에 다소 혼선을 부르고, 캐릭터에 대한 진지한 관찰을 방해한다. 또한 잭 스패로우의 무게 중심이 다양한 캐릭터들에게 분산 투자된 탓에 능청스러운 캐릭터가 형성하던 여유로움이 강점이던 시리즈 특유의 맛이 종종 딱딱하게 굳는 인상이 느껴지는 건 유감스럽다.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는 분명 관객의 식욕을 자극하는 오락적 취향이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씹어 삼키고 버릴 수 없는 건 헐리웃의 기술력과 상상력이 단지 몸집의 크기로 증명되는 수준에 그친 것이 아니라 문화적 코드로 승화되는 서사적 기호의 자질을 갖추고 집대성됐기 때문이다. 시대의 고증을 통해 리얼리즘을 복원하고 생생한 캐릭터를 평면적 상상력의 생동감 있는 동력원으로 활용했음은 몇 번의 침몰로 한 물 간 라이드 장르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개가의 업적이다. 물론 시리즈를 마감하는 마지막 분량이 170여분의 방대함에 이른다는 점은 마지막 배웅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허나 분명 블랙펄 호에 탑승했고, 망자의 함을 열어본 결과가 세상의 끝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로 점철된 이에게 170여분의 여정은 오히려 아쉬움이 될법하다. 아무래도 그것은 잭 스패로우에 대한 애정이며, 동시에 이 호쾌한 해적 시리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탄식이 될 법하다. 확실한 건 캐리비안의 소문난 잔치는 진수성찬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두 가지 팁을 얹어준다면 시리즈의 뒷모습, 즉 엔딩 크레딧의 마지막 순간까지 배웅 길을 지킨다면 분명 마지막 선물을 얻게 될 것이라는 것. 또한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키스 리처드(Keith Richard)가 잭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것도 하나의 반가움이다.

2007년 5월 25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




-블랙펄에 탑승했고, 망자의 함을 열어본 자 여지없이 세상의 끝으로 가리라!
-<반지의 제왕> 이후로 이토록 기다려지던 삼부작 시리즈는 없었다.
-전편을 보지 못한 자, 내용 파악 못하는 걸 누구 탓할 수도 없고 어쩐담!
-2시간 50분, 극장에 오래 앉으면 엉덩이에 쥐난다.
37 )
hahabyun
이상하다... 시리즈 중에서 제일 재미있게 본건 나뿐인가?   
2007-06-02 11:54
jedi87
스토리가 조금;;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2007-05-31 11:07
kiryu
2편이 1편에 비해 좀 지루한 감이 느껴졌었는데, 1,2편의 분산된 이야기를 하나로 어우르는 3편은 스케일도 커졌고, (잭의 비중은 줄었어도) 각 캐릭터에게 이야기를 부여한 부분도 재미있네요. 엘리자베스가 제일 바빴지만 말이죠; (그래도 역시 윌은 별로...)   
2007-05-31 10:13
deskun
난 2편보다 낫던데. 그냥 막 웃기는 그런 재미가 아니라 좀 더 이야기의 탄력이 강해지고 튼튼해지는 면을 즐긴다면 3편이 더 좋을것임.   
2007-05-31 04:23
ff1234
저승에 사는 짱돌게는 앞으로 걸어요.   
2007-05-30 18:14
bjmaximus
영화 사상 최초로 3억 달러의 제작비가 든 영화는 <스파이더맨3>가 아니라 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3>더군.   
2007-05-30 15:57
filsung
후반부가 좀 지루하게 느껴지는건 있었음... 칼립소도 웃기고.. 흠흠..   
2007-05-30 11:32
kgbagency
관람불가가 딱이네요ㅋ
헌데 재미는 좀 줄어든...지루한 감도 좀 들고...   
2007-05-2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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