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를 들여다보기 위해선 펑크 계열의 기타 리프를 배경으로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첫 번째 앨범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의 커버아트와 흡사한 오프닝 시퀀스를 거쳐가야 한다. 그 와중에 호사스러운 배경 안에서 의자에 몸을 누인 채 관객을 향해 도발적인 눈길을 보내는 마리 앙투아네트(커스틴 던스트)의 모습은 이 영화가 지닌 탐미주의적 환상을 일시적으로 드러낸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녀가 프랑스의 왕비가 되기 직전에 눈을 떠서 권세의 환락을 누리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추락하기 직전에 다시 눈을 감는다. 정확히 마리 앙투아네트의 가장 황홀했던 순간만을 카메라에 담아 관객에게 전시한다. 그리고 전시의 목적은 실존 인물에 대한 재현 혹은 시대에 대한 고증이 아니다. 이 영화는 온전히 소피아 코폴라의 것이며 시대란 명제를 걸친 개인적 욕망의 거울보기다.
일단 눈에 띠는 건 바로크적 웅장함과 로코코적 화려함으로 채운 베르사이유 스케일의 미장센이다. 화려하게 치켜세운 머리 장식과 가슴을 부풀려 과장하고 허리를 꽉 조여 맨 코르셋(corset), 그리고 빠니에(panier)로 풍성하게 부풀린 스커트라인까지 프랑스 중세의 화려한 귀족들의 삶이 옷차림 하나에 그대로 집약된다. 그리고 그런 호사로움을 걸친 궁정 귀족들의 호위호식이 스크린 안으로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쟁글거리는 챔버팝 넘버와 함께 때론 화사하게, 일렉트로니카의 비트에 맞춰 때론 몽환적으로. 하지만 그 환락의 장이 혐오스럽지 않은 건 동떨어진 세계만큼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MTV 감각의 콜라주 영상과 패션 화보집을 보는 듯한 도발적인 시선은 관객에게 이채로운 시각적 재미를 안겨준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탐미주의적 취향을 전시하기 위해 인물의 한 시대를 조각 케이크처럼 떼어 관객에게 내민다. 시대를 아웃포커싱해버리고 인물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그 인물의 구도조차도 작가의 구도에 맞춰 포장된다. 결국 <마리 앙투아네트>안에 존재하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본질인가 혹은 허구인가라는 의문과 인물이 지닌 시대적 물음표에 비해 가벼운 느낌표로 찍어 넣은 시선에 대한 논란은 이 영화가 짊어져야 할 당면 과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은 명확하다. 마치 백일몽과 같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의 가장 화려했던 순간의 말미에서 마침표를 찍어버리듯 페이드 아웃하는 영화는 마치 순결을 벗긴 소녀의 돌이킬 수 없는 순수를 되짚는 것처럼 무의미하다. 에피타이져와 같은 영상을 맛보기 하는 것도, 혹은 소피아 코폴라식 취향대로 발췌된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메인 디쉬를 음미하는 것도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특별함이다. 무엇보다도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화려함을 존재감만으로 증명하는듯한 커스틴 던스트의 매력이 넘치는 연기는 단연 눈여겨볼만하다.
2007년 5월 8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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