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코믹스의 원작만화를 태생으로 한 <고스트 라이더>는 상상력을 품은 펜 터치가 CG의 기술력을 등에 업고 사실적으로 승화된 또 하나의 안티히어로물이다. <고스트 라이더>는 원작 만화가 지닌 문학적 심오함을 덜어내고 영화적 결과물이 등장할 간략한 여건 조성에 충실하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나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신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메피스토펠레스를 고스란히 빌린 <고스트 라이더>의 메피스토(피터 폰다)는 원작과 동일하지만 그에게 영혼을 팔아야 하는 쟈니 블레이즈(니콜라스 케이지)의 ‘고스트 라이더’로서의 숙명은 간결해졌다. 이는 만화가 지니던 허구성의 문맥은 살리되 오락적 쾌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고스트 라이더>는 안티히어로의 전형적인 모양새를 답습하지만 독창적인 선의 모양새에 고심하기보단 굵직한 직선을 긋는다. 고스트 라이더의 선악 경계는 불명확하지만 그가 죄의 유무에 따라 인간을 응징하는 것은 그가 어느 쪽에 서 있는가를 확실히 가늠하게 하며 안티히어로의 존재감을 확립시킨다. 고스트 라이더는 저주받은 재능 앞에 고뇌하는 캐릭터라기 보단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목적의식과 행동양심이 간단명료하다. 배트맨과 같은 깊은 트라우마의 속박에 갇혀있지도 않고 스파이더맨과 같은 행위적 고통을 짊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비로움(?)을 지닌 채 그를 즐기는 태도마저 취한다. 이는 <고스트 라이더>의 시각적 즐거움과 더불어 이 영화의 가벼움을 지극히 오락적 취향으로 극대화시킨다.
사실 영화로 구현된 <고스트 라이더>는 동류의 안티히어로들에 비해 진지함이 부족하고 사유가 깊지 않다. 캐릭터들이 너무나도 쉽게 낭비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고스트 라이더>가 지니는 장점은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심각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작품적인 완성도가 크게 만족스럽진 않아도 그저 즐길만한 극영화로써의 미덕은 충분하다. <고스트 라이더>는 현대의 영상 기술에 큰 빚을 진 작품이다. 빼어난 특수효과가 빚어낸 ‘고스트 라이더’는 긴밀감이 떨어지는 스토리라인을 메우는 보충제이며 그로 인해 <고스트 라이더>의 오락적 목적은 달성된다. 자국에서 평론가들의 혹평을 뒤집어쓰고도 관객동원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작품의 완성도에 비해 눈에 띄는 시각 효과덕분이다.
만화의 사각 틀 속에 납작하게 봉인된 캐릭터를 삼차원의 시공간 위에 화려하게 소환한 <고스트 라이더>의 오락적 역할 수행은 충분해 보인다. 물론 후속작을 예감하게 하는 결말이 식상하지만 스파이더맨과 고스트 라이더가 함께 한 원작 에피소드가 영상으로 구현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면 한편으로는 기대감을 부를 법도 하다.
2007년 4월 5일 목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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