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최초평가! 장르의 고립된 시야를 우롱하다!
극락도 살인사건 | 2007년 3월 30일 금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날씨가 미친 년 널뛰기 하듯 들쑥날쑥 해서 극락도라는 섬은 천국보다는 지옥의 상을 염두에 둔 것 마냥 극악한 이미지를 그린다. 17명에 불과한 섬 주민들이 핏자국만 남기고 사라졌다는 사연은 결계 같은 안개로 둘러쳐진 섬의 음산한 이미지를 거대한 밀실로 둔갑시키며 관객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이는 거대한 미끼가 된다.

김한민 감독이 과거에 전해 들었다는 풍문을 모티브로 한 <극락도 살인사건>은 극의 진행과 함께 짙어져가는 의구심과 긴장감을 통해 평면 스크린에 생생한 현장감을 부여한다. 관객이 기대하는 장르적 고정관념은 영화의 생명력을 잉태하는 전제조건이 된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스크린 너머에서 나열된 단서를 통해 관객의 두뇌 유희를 꾀하는 척하지만 결론적으론 단순한 동기부여에서 비롯된 우발성의 롤러코스터다. 극락도라는 기이한 기질의 환경을 조성하며 불길함을 가득 머금은 채 출발하던 <극락도 살인사건>은 핏빛 발화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추리영화의 장르적 동선의 심증을 남기며 관객의 오해를 증폭시킨다. 일본의 추리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을 본 적 있는 관객에겐 인물개개인에게 덧씌운 의구심의 탈도 효력을 발휘할 법하다. 또한 시골스러운 순박함이 분위기 파악 못하는 척 웃음을 자아내는 형세는 <살인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치밀하고 냉철한 이성에 의해 계획되는 두뇌 유희의 허점을 공략하고자 하는 머리 좋은 관객들에게는 되레 허를 찌르는 기습과도 같다. 개연적이지 못한 우발성에 의지하면서도 꼬리를 무는 개별적인 흐름은 촘촘하게 연결된다.

추리소설의 거장 ‘S.S 반 다인’은 자신의 소설 속 명탐정인 파일로 반스의 입을 통해 ‘추리는 동기의 문제가 아닌 기질의 문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극락도 살인사건>은 동기의 무게감을 통해 기질의 특이성을 끌어낸다. 우발적인 동기는 잠재된 사건의 기질을 끌어내며 예상할 수 없는 난장판의 형국을 끌어낸다. 결국 그 제로섬에 남겨진 건 의혹과 의구심의 무게감만큼의 망연자실함이다. 결과적으로 목적 없는 동반자살처럼 허망한 정서의 결말은 극에 대한 의도적 혼란성의 주체가 관객 자신이었다는 정서적 허탈함까지도 쥐게 한다.

더불어 <극락도 살인사건>은 1980년대 새마을 운동과 함께 개발화가 지속되던 시대상의 정서적 삭막함까지도 거머쥔다. 그리고 그 삭막함이 바로 여유롭고 정이 넘치는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보여주는 극악함의 한 축이 된다. 낯설음에서 드러나는 정서적인 불안감은 여유로운 시골 마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으로 승화된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지나치게 말이 많아지는 결말부다. 예측 못했던 전개에 오해를 버린 관객의 심리에 전형적 결말로 반전을 도모하는 형세는 인상적이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의 노출은 심화되던 감성의 선을 구겨버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허점이 드러나지 않는 <극락도 살인사건>은 결말부도 그저 하나의 사족쯤으로 생각한다면 용서가 된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며 그 중에서도 성지루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결국 <극락도 살인사건>은 기존의 추리 장르가 지니던 ‘누가’라는 클리셰를 ‘어떻게’로 변환함으로써 장르적 새로움을 거머쥔 사례로 기억될만하다. 나무를 보려던 관객의 고립된 시야는 <극락도 살인사건>의 숲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2007년 3월 30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




-당신이 생각하는 추리적 강박에서 탈피하고자 한다면.
-단순 긴장감을 넘어선 다양한 체험을 느끼고자 한다면.
-다양한 캐릭터가 빚어내는 심리적 유희를 만끽하고자 한다면.
-친절한 결말부를 원치 않는다면.
-'피 못 봐! 무서운거 싫어!' 이런 심성의 소유자들은..
80 )
mina7359
반전영화? ㅋㅋ   
2009-02-15 00:31
callyoungsin
성지루나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이고 어느정도 잘 만든 영화죠   
2008-05-13 14:10
kyikyiyi
예상된 반전이었지만 그래도 볼만은 했네요   
2008-05-08 15:18
qsay11tem
반전이 인상적이에여   
2007-11-20 13:51
lliiooxx
귀신....ㅁ...ㅜ...서워..ㅜㅜ
ㅋㅋㅋ근데 반전은 예상했었기때문에..   
2007-08-21 04:54
ekfrl66
결말에서 어이상실..;; 쫌 미리 복선을 주던가 너무 쌩뚱..;   
2007-07-27 16:42
bjmaximus
난 친절한 결말부가 좋았다.   
2007-07-10 13:04
qsay11tem
기대되요   
2007-07-05 10:28
1 | 2 | 3 | 4 | 5다음으로 다음으로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