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이야기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특별하게 들리곤 한다. 가이 리치 감독의 <락 스톡 앤 투 스모킹 배럴즈>같은 영화가 그렇다. 우발적인 사건이 무관한 인물들의 개별적 상황과 톱니바퀴 맞물리듯 엮여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다양한 인물의 개입으로 평면적인 상황이 입체적인 윤곽을 띤다. 물론 그 이야기 끝에 남는 것은 허구적인 쾌감만이 존재할 뿐이다.
<스모킹 에이스>는 그런 영화다. 물론 이스라엘(제레미 피븐)에게 걸린 백만불 현상금에 혈안이 된 킬러들의 모임은 영화가 필연적인 인물간의 중첩을 도모하고 있음을 알리는 대목이다. 백만불을 손에 넣기 위해 그 바닥에서 알아주는 킬러들이 타호 호수로 모여드는 모양새는 흥미롭다. 더군다나 캐릭터들의 개성도 제각각이다. 저마다의 캐릭터들이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는 순간 이 영화의 본질이 드러난다. 말 그대로 <스모킹 에이스>는 액션의 유희 그 자체다.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극대화되는 상황의 쾌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영화다. 무자비한 총격이 난무하고 쟁쟁한 킬러들의 향연이 핏빛으로 부딪칠 때 유희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카타르시스가 발견된다.
하지만 애매한 모양새를 취하는 결말은 <스모킹 에이스>가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한 행위라 여겨진다. 소비적 쾌감에 가까운 극의 전개와 캐릭터의 설정이 마치 비범한 결말을 위한 소도구에 불과했다고 말하기에 반전의 무게감은 가볍다. 소문난 잔치가 제로섬 게임으로 점철되는 허탈한 전개에 무게감을 얹기 위한 수단처럼 여겨지는 반전의 묘미는 오히려 영화의 분위기를 어중간한 형세로 만들어버린다. 무뇌적이라 해도 좋을만큼 순수한 폭력의 향연이 결국 비리를 고발하는 비범함으로 포장되는 결말은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는 문장처럼 어색하다. 결국 오락의 순기능에 몸을 사리지 않았다면 <스모킹 에이스>는 천박한 미덕 그 자체를 거둘 수 있었다.
<스모킹 에이스>는 거침없이 내달리는 캐릭터들의 향연 자체만을 즐긴다면 충분히 매력이 있는 영화이다. 결말의 표정 변화는 맥빠지는 경향이지만 화끈한 화력전이 펼쳐지는 순간의 만끽만큼은 장르적 쾌감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 즐길만한 꺼리가 된다. 다양한 캐릭터만큼이나 다양한 배우들의 출연도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R&B의 여왕 알리샤 키스의 연기가 그녀의 쌔끈한 가창력만큼이나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영화는 특별한 의미가 될 수도 있다.
2007년 3월 2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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