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 속에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가 사랑받는 것은 음반의 소비량와 음악의 향유도가 비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뮤지컬 영화는 무대를 스크린으로 이양하는 작업이다. 멋들어진 연기에 맛깔 나는 화음이 얹힐 때 불 꺼진 극장에 쇼는 펼쳐진다.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부모로 둔 헐리웃의 입양아이자 1960년대를 풍미한 "슈프림스(supremes)"를 뿌리로 둔다는 사실은 관람전에 얻게 되는 흥미유발의 코드다. 극장에 불이 꺼지는 순간을 체험할 때 본격적으로 쇼는 펼쳐진다.
희미하게 다가오는 환호성은 관객의 눈앞에 쇼가 가까워짐을 서서히 예고한다. 하지만 쇼의 향연만이 <드림걸즈>의 본론은 아니다. 무대 위의 화려함은 관객을 매혹하지만 무대 뒤편의 진실은 비열하고 무정하다. 순수한 열정으로 무대에 선 드리메츠가 드림즈가 되고 종래에 디나 존스와 드림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예술이 상업으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의 씁쓸함을 목격하게 된다. 걸출한 보컬인 에피(제니퍼 허드슨)가 뚱뚱하고 못생긴 외모 때문에 디나(비욘세 놀즈)에게 리드 싱어의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과정에서 쇼의 진실이 발각된다.
드림걸즈를 즐기는 공식은 2가지다. 일단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쇼만 관람해도 재미를 볼 수 있다. 이야기에 주목하며 맥락간의 인터미션이 되는 쇼를 쉬어가듯 관망해도 괜찮다. 사실 이 작품의 뮤지컬 성향은 최근 상영한 <렌트>에 비하면 무대와 스크린의 영역 표시가 확실하고 <시카고>나 <물랑루즈>에 비하면 대사에 입힌 화성(和聲)의 농도가 옅다. 가무의 향연은 무대 위로 최대한 밀집되고 무대 밖은 정극으로 메워진다. 화려한 쇼타임과 저속한 쇼비지니스의 대립군은 영화의 오락성과 작품성 그 어느 하나도 놓치고 않고자 하는 두 개의 탑이다.
의도는 적절히 맞아떨어진다. 흑백의 인종갈등. 예술과 상업의 간극. 무거운 고민이 관객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즐거운 가무가 펼쳐지는 무대의 힘이다. 스크린 안에서 쇼가 무대 뒤 진실과 무관하게 청중의 열광을 얻어내는 것처럼 스크린 밖에선 흥겨운 멜로디가 이야기의 무게감을 상쇄시키고 관객의 호감을 얻어낸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가능했음은 누구하나 빠뜨릴 수 없는 배우들의 열연덕분이다. 물론 후반부에서 극적밀도가 떨어지는 것이 미세하게 눈에 띄지만 영화가 폄하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더욱이 극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드림즈의 무대는 유종의 미를 증명하는 사례가 될 법하다. 라디오 스타가 될지라도 꼭두각시는 되진 않겠다는 디나와 다시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재기한 에피가 다시 함께 노래하는 무대는 훈훈한 감동과 경쾌한 재미를 동반한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적절한 조화. <드림걸즈>는 우리가 보내고자 하는 갈채를 받아 마땅하다. 쇼란 모름지기 그런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2007년 2월 20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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