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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기적은 갈망을 부른다.
1번가의 기적 | 2007년 2월 16일 금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가난은 청송1번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현실적 잠언이다. 돈이 돈을 낳는다는 요즘 세태에서 돈도 없고 빽도 없는 그들에게 가난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며 제집에서도 나가라고 강요하는 무례함이다.

청송1번가의 재개발을 위해 철거 전까지 계약서에 도장을 채우는 임무를 띠고 필재(임창정)는 달동네를 오른다. 그는 피도 눈물도 없이 주민들을 몰아내고자 하지만 욕을 달고 다니는 거친 입과 달리 심성이 약한 그에게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소박한 주민들의 삶은 밟힐 수밖에 없다.

일단 관객을 제압하는 것은 웃음이다. 육두문자가 남발되는 필재의 촌철살인 같은 대사와 상황을 인지하는 어린 아이들의 엉뚱한 해석은 관객의 웃음을 자극한다. 풍전등화처럼 여겨지던 청송1번가에 수돗물이 쏟아지고 인터넷이 개통될 때 그들에게 찾아올 기적에 대한 기대감이 고취된다. 철거에 앞장 서야 할 필재가 자신도 모르게 동네사람들과 동화되고 어린 아이들을 보살필 때 기적에 대한 훈훈한 믿음이 강림한다. 하지만 이는 후반부에 심화되는 비극의 대조군으로써 실체를 드러낸다.

착한 영화의 계보를 이을 것만 같던 이 작품이 가난에 찌든 달동네에 거짓말같이 내려질 것 같은 기적을 외면하는 순간 오해의 궤도를 이탈한다. 그 상황의 처절함을 가중시키는 것은 극의 중심에 선 어른들이 아닌 주변부 아이들이다. 필재의 마을 진입 때부터 그의 주변에 머무르는 일동(박창익)과 이순(박유선)은 극의 화자역할을 한다. 어린아이들의 순박한 무지함은 상황의 인지가 서투른 탓에 관객에게 비극을 심화시켜 전달한다. 무엇보다도 어린 아이들이 가난이라는 대물림 안에서 겪는 고통이 구체화될 때 그 통증이 고스란히 넘어온다. 어린 아이들이 도둑으로 몰려 뭇매를 맞을 때, 그 작은 몸 위로 토마토가 부서져 내릴 때 야박한 세상에 대한 원망 같은 눈물이 함께 흐른다.

조폭들이 들이닥쳐 폭력을 휘두르며 1번가 주민들의 지장을 강탈할 때 영화는 비로소 현실에 눈을 뜬다. 중장비에 집이 무너지고 그에 절규하는 주민들이 각목에 쓰러질 때 냉정한 현실 앞에 숨을 죽여야 한다. 그것을 바라보며 울어야만 하는 아이들로부터 냉혹한 현실이 감지되고 필재의 몸부림이 무력하게 짓밟힐 때 무언가 이루어질 것 같던 기대감은 산산이 부서진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되지 못하는 명란(하지원)의 다운만큼이나 상황은 무력하다. 명란의 아버지(정두홍)에게 명란의 짐이 되는 삶보다는 죽음을 권유하는 이관장(주현)에게서 우리는 손가락질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결국 그들의 비극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삼자일 뿐이고 그 비극에 어떤 일조도 할 수 없는 무력한 관찰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관람은 현실의 방관과도 같은 행위로 이해되기에 관객의 행위는 단지 영화만의 허구로 인식되지 않는다.

1번가의 기적은 처절한 상황의 거짓말 같은 극복을 이루는 대신 이루지 못할 꿈을 꾸는 행위 자체다.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노래 부르게 하는 필재의 행위는 그것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물려주고 싶은 소망이다. 명란이 챔피언 벨트를 꿈꾸는 것도 필재가 무의미한 반항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말미에 배치된 해피엔딩은 다소 작위적이지만 그것이 밉지 않은 것은 결국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이 비정한 세계에 대한 순응이 아닌 운명 같은 시련을 이겨낸 자들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영화적 완성도와 무관하게 관객이 보고자 하는 갈망에 대한 배려이다.

2007년 2월 16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




-웃음과 눈물을 함께 누리고 싶은 분
-관람의 끝이 웃음의 혜택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분
-임창정식 입담과 애드립이 빚어내는 개그코드를 즐기는 분
-영화의 일관된 태도를 강하게(!) 원하는 분
-해피엔딩의 집착에 몸서리치는 분
29 )
lee su in
가난속에서도 희망을 주려는 듯 작위적인 해피앤딩이 조금 거슬렸지만, 유쾌한 대중영화로서는 합격점인듯 합니다.   
2007-02-17 20:39
justjpk
감독님의 전작들은 솔직히.. 싫어 했는데,
이번엔 정말 재밌게 봤어요.
역시.. 아역배우들의 귀여움이~~!!   
2007-02-17 13:01
ioosunheui
그나마 조연들의 감초 연기 덕분에 참아냈던.
이젠 우는 건 좀 그만.   
2007-02-16 14:19
theone777
하지원이라 더욱 보고 싶어지는 영화   
2007-02-16 13:28
bjmaximus
일동,이순 남매의 감칠맛 나는 감초 연기가 돋보였다는..   
2007-02-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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