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꽃집을 경영하며 몸은 성인이지만 지능은 7살에 멈춘 딸과 함께 살아가는 엄마 현숙(배종옥)은 딸의 한글공부를 위해 노래방에 가고, 순수한 동화 속 이야기를 이용해 세상과의 소통을 가르친다. 동화 <인어공주>와 <신데렐라>에 열광하며 동화 속 왕자님이 실제로 존재할거라 믿는 상은(강혜정)에게 현실의 무게는 그다지 무겁지 않다. 어른보다 성숙한 사고 방식을 지닌 초등학생 친구의 확실한 조언과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남자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진난만한 그녀의 진실을 알게 된 종범(정경호)의 심적 갈등은 엄마의 거센 반대로 이어지고 영화는 한층 무거운 주제로 넘어간다.
사실 단순히 지체 장애인과 정상인의 사랑을 통해 장애우의 홀로서기를 보여준다고 치부하기에 <허브>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영화다. 영화는 상은의 성장통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누구보다 끈끈한 사이인 모녀 관계를 아우른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예정된 이별을 다루면서도 결코 진부하지 않은 감정을 끌어내고 되려 상대방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판타지 세계에 사는 상은의 유쾌한 상상장면과 현실감 넘치는 대사가 되려 슬픔의 맥을 끊어버린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누구나 공감하며 가슴으로 볼 수 있는 영화인데도 충분히 울 수 없게 만드는 건 둘 중 하나다. 영화적 소재가 지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겉도는 몇몇 인물들의 출연이 눈에 거슬리거나.
2006년 12월 27일 수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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