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의 설렘보다 질펀한 삶의 무게에 지친 30대의 사랑은 본능이 먼저고 그 안의 상처는 다음이다.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함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찬란하거나 애절하지 않다. 하지만 너무 많이 알기에 더 다가가기 힘든 ‘사랑’의 감정은 정신지체 형을 둔 동네 약사 인구(한석규)와 아버지가 남긴 빚 5억 때문에 짝퉁 디자이너로 일하는 혜란 (김지수)에게만큼은 현실을 덮어서라도 지켜내고 싶은 소중한 감정이다.
이들의 만남은 배우들의 전작과 묘하게 겹친다. <8월의 크리스마스>속 이야기를 닮았지만 <접속>처럼 겉도는 모습은 <가을로>처럼 시간의 흐름에 감정을 내 맡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때 이야기 하는 것들>은 나름의 충분한 매력을 갖는다. 그 매력은 인구가 결혼하고픈 여자를 안기 직전에, 형을 동생이 아닌 친구로써 대할 때 빛을 발한다. 뻔하지 않은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전해 놓은 영화 속 이야기는 혜란의 매출을 시기한 옆 가게 아가씨의 신고로 머리채를 잡고 악다구니를 쓰는 그 순간까지다.
사랑이란 ‘감정’보다 가족이란 ‘짐’이 먼저인 두 남녀가 마음을 연 순간 한 순간이나마 영원할 것 같았던 ‘기대’는 익숙한 ‘일상’에 묻혀 버린다. 그들의 사랑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은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았던 ‘기억’에 의해서다. 다시금 멜로로 돌아온 한석규의 편안한 연기력과 김지수의 농익은 감정연기는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하지만 평범한 스토리를 감동으로 아우르기에 가족이란 코드는 버리지 못하는, 그리고 진심으로 대하기에 상처 깊은 집단이란 특수성을 지닌다. 그 익숙한 존재를 아우르기에 <사랑할 때 이야기 하는 것들>은 되려 비극을 품었어야 했다. 희망을 제시하는 결말은 너무 일상적이지 못해 심심한 결과만 초래했다.
2006년 11월 21일 화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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