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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이야기를 쉽게 푸는 방법에 대한 실험보고서 <방문자>
방문자 | 2006년 11월 16일 목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신동일 감독의 <방문자>는 개봉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린 영화다. 현재 시각만을 가리키는 일상에서 오래 묵은 영화는 분명 과거의 시간에 갇혀 세대차이가 날 수 있다.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는 동안에도 이 작은 영화는 시간의 간격을 벌려가고 있었으니 동시대에서 나오는 공감 또한 더더욱 적어지리라 예상했다. 이렇듯 방문자 제목 그대로 영화와의 만남은 낯설었지만 호기심은 없었더랬다. 그러나 신동일 감독은 언제 어느 때 꺼내 봐도 무방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전형적인 틀 안에 담아 놓고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때로는 핫한 시니컬함으로 때로는 시큼한 블랙유머로 맛을 낸 <방문자>는 물리지 않는 재미를 담보로 한다.

아는 건 많은데 돈 버는 능력에선 자격미달 호운(김재록)은 전형적인 투덜이형 지식인이다. 아내에게 이혼 당하고 대학 시간강사 자리도 잘린 그에게 남은 건 세상을 향한 악다구니가 전부다. 점점 소통불능 상태에 빠지는 호운은 어느 날 집 욕실에 갇히고 만다. 보는 이를 민망케 하는 볼품사나운 나체로 욕실에 갇힌 호운은 나지막하게 장 뤽 고다르 같은 영화 한 편 만들지 못하고 죽어가는 자신을 한탄한다. 우연히 호운의 집 앞을 지나치던 방문 전도사 계상(강지환)은 희미하게 들려오는 호운의 구조 요청을 듣고 그를 욕실에서 구출한다. 이 일을 계기로 호운과 계상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방문자>는 전혀 다른 성격과 환경에 처한 두 남자가 만나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미소청년 계상의 직업이 전도사이며 그의 종교가 현 사회에서는 이단이라는 데 많은 의미가 통과된다.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매일 누군가의 집 초인종을 누르지만 신의 말씀을 전하긴커녕 쫓겨나기 바쁜, 방문 전도사. 그들의 순수한 의도는 호운 같은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는 현실에선 가장 불편한 선의로 받아들여진다. 계상이 타인의 현관을 넘기까지의 고단함이 상대적으로 호운에겐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의 더딘 시간으로 이어진다.

문을 꼭 닫은 남자 호운과 언제나 문을 여는 남자 계상은 전형적인 캐릭터다. 이 전형성은 영화가 내재한 사회비판, 종교문제, 정치문제 등을 쉬운 언어로 포장해 준다. 호운의 악다구니가 독설처럼 들려도 울림이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들 또한 결코 새롭진 않지만 관객들에게 익숙한 구조로 짜여있기에 경청을 유도한다. 관객은 계상의 입장이 되어 호운을 뜯어 말리고 그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면서 손에 잡히는 스토리를 따라 간다.

관습적인 서사에 영화가 쉬이 소화될 때쯤, 영화는 두 주인공의 역할을 어느 새 뒤바꿔버린다. 이 놀라운 역전은 전형성이라는 맥거핀에 모두 몰입돼 있을 때 이루어진 거다. 사실, 중반까지 영화의 내러티브는 재미여부를 떠나서 평이했기에 해외 영화제의 격찬을 의심케 했을 정도다. 영화의 영어제목 <방문자 Host&Guest>에서 알 수 있듯이 진짜 방문자는 계상이 아니라 호운이다. 자기애가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한 계상의 종교적 믿음과 전도는 방문자의 의미를 곱씹게 해준다. 물론 대부분의 현대인은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에서 자아를 유동적으로 확립하고 수정하고 변화시킬 것이다. 신동일 감독은 그걸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인간은 결코 전형성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하다못해 영화 속 캐릭터마저도 전형성으로 표현될 수 없음을 익숙한 형식으로 반증한다.

동시대인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관계의 성찰을 평이한 방법으로 전달하고자 한, 감독의 노력과 실험정신은 영화를 떼어 놓더라도 논의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글_ 2006년 11월 16일 목요일 | 최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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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믿으시나요? 이런 말로 말 거는 낯선 사람을 따라간 경험이 있는 자
-방문 전도사들의 속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전부터 궁금했던 자.
-아직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위로 받고 싶은 자.
-생활 속 밀실의 공포를 잊고 지낸 모든 이들.(발가벗은 채 욕실에 갇힌다는 게 은근 무섭다)
-관람불가를 지정하기에 앞서 개봉관이 적어 영화 찾아 삼만리 해야 할 듯.
15 )
ldk209
한국 사회의 적나라한 표정   
2009-05-03 20:11
taijilej
잘 읽었습니다.   
2008-12-21 17:25
callyoungsin
개봉관이 없었는지 개봉영화에 없었던거 같은뎅...   
2008-05-13 15:13
kyikyiyi
기사 잘 봤습니다   
2008-05-08 16:21
remon2053
보고 싶어지는데요   
2007-12-04 11:48
kpop20
기사 잘 읽었어요   
2007-05-27 12:51
kangwondo77
일년뒤에 개봉했다는거 같던데..우리나라 영화계의 슬픈 현실..   
2007-05-04 19:40
kmj1128
모지?   
2007-04-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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