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숏컷>, <고스포드 파크>를 통해 수많은 등장인물을 한꺼번에 등장시켜 그사이에 피어나는 그릇된 욕망과 인간내면의 고뇌를 파헤쳐온 알트만 감독은 이번에도 쟁쟁한 배우들을 한꺼번에 등장 시킨다. 가족처럼 동고동락한 출연진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인 GK가 사적인 감정을 뒤로한 채 프로정신을 발휘해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은 감독의 전작 <플레이어>(1992)의 팀 로빈스와 비슷해 보인다. 차이점이라면 <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등장인물들을 비판의 대상보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시각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이미 50년 전, 미국 전역에서 거의 자취를 감춰버린 라디오 생방송을 소재로 라디오 생방송 중에 가수와 사회자가 직접 CM송을 부르며 광고를 하는 장면은 컨트리 음악과 CCM을 넘나드는 BGM, 그리고 미국식 유머로 인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무대 뒤의 자신을 삶을 살다가도 방송 중에는 대중이 원하는 활기찬 모습으로 변신하는 모습으로 그려내 그 괴리감을 충분히 상쇄시킨다. 이 프로의 인기 가수인 ‘존슨 걸즈’의 올란다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과 그의 딸로 나온 린제이 로한의 연기는 여배우들의 신구대결이라기 보단 실제 가족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마지막 방송을 앞둔 출연자들의 아쉬움과 프로듀서의 입장을 구태여 구분 짓지 않는다. 두 입장의 유일한 공통점은 “너무 오래됐어. 하지만…”거기 까지다. 갖가지 이유는 자신을 천사(혹은 스토커)라고 소개하는 한 여자의 존재만으로 재확인된다. 관객은 사랑과 화목함, 주님의 축복을 주 테마로 하는 라디오 방송과 함께 성장한 올란다의 딸이 죽음과 자살을 소재로 곡을 썼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비록 쇼는 끝났지만, 마지막 무대를 배경으로 한 소소한 유머와 진한 감동의 여운은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추억하며 또 다른 쇼를 기획하면서 되살아난다. 시간은 흘러도 추억은 변하지 않고, 또 다른 쇼는 계속 탄생되니까.
2006년 10월 20일 금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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