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화 된다는 소식 자체만으로 큰 논란에 휩싸였던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9.11테러가 5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미국정부의 ‘음모론’이라는 증거가 현지 언론을 통해 전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가는 가운데 ‘정치적 사건’을 가장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올리버 스톤의 연출은 철저히 ‘개인의 삶’에 맞춰져있다.

뉴욕 항만경찰청 경찰 존(니컬러스 케이지)과 히메노(마이클 페나)는 시민과 동료들을 구하러 가기 위해 건물로 들어가고 곧이어 매몰된 건물 잔해에 깔리고 만다. 같은 직장이지만 서로 이름만 알았던 이들은 죽음 앞에서 진정한 동료애를 느끼고 생존의지를 북돋는다. 영화는 이들의 가족들이 공통된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를 보 다듬는 모습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지는 지루함을 상당부분 덜어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건에서 시작된 소소한 이야기가 갖는 장점을 십분 발휘해 내면적인 아픔과 그들의 심리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그 어떤 큰 ‘사건’일지라도 ‘삶’의 기본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즉 <플라이트 93>이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구원’을 다룬 영화였다면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그 비극을 영원히 ‘기억’함으로써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라는 미국사회의 근본적인 기독교적 사상을 재확인시켜준다.

성공의 상징이었던 빌딩이 연이어 무너지는 장면과 더불어 사실적인 사건현장에서 생생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는 감독 특유의 정치색을 바랜 관객들의 아쉬움을 채우고 남을 정도로 뛰어나다. 다큐멘터리 필름이 아닌 드라마로 만들어진 감동실화 중에서 이 영화가 지닌 유일한 단점은 유난히 이런 ‘붕괴사고’에 익숙한 한국관객의 ‘기억’뿐일 듯하다.

2006년 10월 11일 수요일 | 글_이희승 기자

- 올리버 스톤의 팬이라면 당연히! - 실제 임신한 몸으로 유산기미를 보이는 충격적인 역할을 자처한 메기 질렌할의 명연기를 눈으로 확인하실 분! - 테러 당시 건물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느끼고 싶다면! - 9.11 테러의 ‘음모론’ 을 믿는다면! - 폐쇄공포증이 있는 자! - 평소 해병대 특유의 ‘가오’가 마음에 안 드셨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