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는 2006년 하반기에만 자그마치 세편의 영화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다리를 걸쳤다. 가장 첫 번째로 선보인 <다세포 소녀>는 ‘관객모독’과 ‘신선한 발상’이란 극찬을 오가며 막을 내렸고, 지난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선보인 후 일찌감치 입 소문이 돈 <삼거리 극장>이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 두 영화 사이에 천 년의 세월을 기다려온 구미호들이 인간되기를 꿈꾸며 서커스를 한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의 영화 <구미호 가족>이 있다.
실험적인 영화를 발굴, 지원해 한국영화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는 MK픽쳐스의 노력은 이 영화에서 단연코 빛난다. 그러나 펄떡거리는 율동과 나른한 음악, 눈길을 사로잡는 의상이 뮤지컬 영화의 기본 요소라고 가정할 때 <구미호 가족>의 점수는 그리 후하지 않다. 다만 영화적 소재와 춤을 결합한 시도 자체는 높은 점수를 받을만하다. 싱싱한 간을 식구 수대로(?) 맞추기 위해 단원을 모집하는 부분은 비보이의 다이내믹한 춤을 파격적으로 도입한 댄스 배틀을 도입, 전에 없는 신선함을 선보인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소외 받은 비루한 군상들이 여우소굴로 걸어 들어왔을 때, 우리는 이들의 소원이 이뤄지리란 지레짐작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엽기 코미디 소재를 뮤지컬로 결합한 <구미호 가족>의 구성원은 가장 어린 막내여우를 제외하고는 전혀 ‘구미호’답지 않다. 어설픈 정보로 나날이 사악해진 인간들을 홀리려는 이들의 노력은 오직 자식만큼은 ‘인간’으로 만들려는 우직한 아버지(주현)와 막무가내 아들(하정우), 너무나 밝히는 첫째 딸(박시연)까지 휴머니즘에 충만한 캐릭터뿐이다. 여기에 이들을 이용해 한 몫 챙기려는 인간 말종 ‘기동’(박준규)이 첫째와 눈이 맞으면서 ‘돈’이냐 ‘사랑’이냐를 고민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에 무늬만 ‘여우’인 이들이 보여주는 인간미는 요물이라 불리던 자신보다 더 못한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두 발로 짧게 굵게 살려고 천 년을 기다린 우리들도 있으니, 이왕 사는 거 제.대.로. 살아가라고.
휴머니티를 강조한 토테미즘이 갖는 특유의 감동코드는 영화 곳곳에 포진해 있지만 미대출신인 이형곤 감독의 연출력은 새로움을 가미한 퓨전 코미디와 함께 영상미까지 잡으려는 무리함으로 다소 산만하게 끝나버리는 우를 범했다. 하지만 <구미호 가족>이 보여준 가능성은 뮤지컬 영화야말로 영화산업의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가장 확실한 투자임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2006년 9월 19일 화요일 |
글_이희승 기자 | | - | 주현 선생님의 갑빠를 보고 싶다면! (젊은 배우의 싱싱한 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 | - | <파이널 판타지>팀이 참여한 생생한 CG를 기대한 자! | | - | 평소 <순풍 산부인과>의 유머코드가 잘 맞았다면! | | - | 뮤지컬 답지 않은 음악이 8곡이나 담겨있다는 사실에 끌리시는 분! | | - | 연기력 되는 조연들의 활약이 어떤 건지 두 눈으로 확인하시려면! | | - | |
| | | | - | 원더우먼’ 이야말로 지구 최고의 영웅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더 이상 자세한 언급은 자제) | | - | ‘몰카’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으신 분! | | - | ‘개’를 먹는 행위 자체를 야만인 취급하는 열혈 애견인!(영화는 영화일 뿐, 따라 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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