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유명 음악가치곤 꽤 긴 인생을 살았다 ‘피아니즘의 화신’이라 불리는 라흐마니노프가 생전에 유일하게 인정한 피아니스트인 호로비츠는 여든 다섯 살의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수많은 연주곡을 남기며 현존하는 피아니스트들이 뽑은 ‘가장 부러운 피아니스트’로 추앙 받고 있다.
제목만 보면 이 위대한 음악가의 전기 영화로 보이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열등감을 지닌 선생이 천재 제자를 만나 가슴으로 사랑하는 영화다. 모든 상처와 아픈 기억을 달래주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가든 찬 이 영화는 사실 무심한 말로 상처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후배들은 “애들 가르치는 건 인건비도 못 건진다.”며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지수(엄정화)를 걱정하고, 같은 선생 밑에서 배웠지만 여유 있는 집안 탓에 유학 후 교수가 된 친한 친구는 “근데, 경민(신의재)이한텐 좀더 큰 선생님이 필요한 것 같다.”고 충고한다.
그들에게 순간의 화를 참으며 “너희는 그럼, 여태껏 시집 잘 가려고 피아노 친 거냐?”며 쏴 붙여주는 도도함을 지닌 지수는 부모에게 까지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음악 한답시고 너 해달라는 건 다 해줬는데 지금 이게 뭐니?”라는 핀잔을 듣고 말리는 시누이한테 “어머님 말 틀린 것 하나 없지만, 그만하세요!"란 소리까지 듣는다.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겠냐 만 지수가 발견한 음악천재 경민(신의재)또한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외할머니의 구박을 받으며 동네 천덕꾸러기로 살고 있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쉽사리 정을 안주는 할머니의 진심은 거친 욕설로 표현되고, 지수와 경민이 피아노를 매개체로 쌓아온 끈끈한 정(情)을 떼기 위한 도구 또한 ‘마음에도 없는 말’로 마무리 된다.
이 영화에서 인간에게 가장 순수하게 다가가는 인물은 피자집 주인 광호(박용우)뿐이다. “자신의 꿈이나 욕심보다는 먼저 사랑을 느끼게 되는 마음의 소중함이 전달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란 감독의 의도대로 광호는 지수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 감정을 가장 순수하게 표현한다.
1992년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에서 조감독과 배우로 만난 두 사람의 인연은 엄정화의 감성연기를 최고로 뽑아냈고, “건방진 눈빛”을 지닌 어린 배우 신의재의 어색함은 천재성으로 묻혀졌다. 호로비츠와 신의재의 공통점은 5월 25일 확인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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