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막에 '변두리 인생' 그리고 싶다
배우 유오성. 그가 마침내 한국영화계의 톱스타로 떠올랐다. 스타라기 보다 톱 배우,톱 연기자라고 부르는 게 낫겠다. 요즘 전국적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영화 [친구](곽경택 감독,씨네라인2 제작,코리아픽쳐스 제공)에서 극중 준석으로 등장한 그는,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의 인기는 최근 나온 영화전문지 표지가 모두 유오성으로 도배된 것 만 보아도 알수 있다. 그만큼 그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그의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연기력이다. 끈끈한 우정을 담은 영화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 추억을 지닌 전국의 남성들을 극장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복고풍 영화'로서는 보기드문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 유오성은 모성애나 다름없던 친구, 그 친구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비열한 인간 그리고 결국 친구에 대한 죄의식으로 감옥으로 들어가는 비운의 인생살이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특히 그는 인생의 모든 것이나 다름 없는 친구를 상실한 후 마약에 찌든 상황을 리얼하고 치열하게 그려내 연기의 압권이라는 평가를 얻어냈다. 연극연출가 윤호진교수(단국대)는 이 장면을 보고 "할리우드 배우를 능가하는 연기였다"고 평가했다.
유오성은 개봉전날 '꿈'을 꿨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집 문을 여는데 어떤 꼬마가 힐끔 쳐다보고 도망을 가더란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 잡아서 야단을 쳤다. 왜 남을 집을 기웃거리냐고. 그때 동네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꿈에서 깼단다. 그 상황을 곽경택 감독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 애의 이름은 대박이고 성은 왕이라면서 왕대박이라고 했단다. 우연의 일치일까? 영화 [친구]는 개봉 이후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가 각각 세운 단기간 기록을 넘어서면서 엄청난 흥행돌풍(12일까지 서울 110만명, 전국 250만명)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촬영지인 부산에서는 '친구의 거리'를 만든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배우는 소외되고 힘든 사람들을 표현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밝고 깨끗한 부분 만큼이나 어둡고 그늘진 곳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 구석, 그런 사람들과 함께 가는 사회라는 것을 함께 생각하는 연극,영화를 지속적으로 하고 싶어요." 일상화된 연기보다는, 깊이있는 현실 인식 그리고 그 표현의 극대화를 연기철학으로 생각하는 유오성은 "문화생산자와 문화소비자 사이의 가교역할을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를 위해 태어난 사나이 유오성을 만나봤다.
▲ 관객들에 감사해요. 부산에서 무대인사를 할때였어요. 가수 콘서트 현장 같더군요. 열광적이었어요. 관객들 50%가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쉴새없이 플래시를 터트리더군요. 광주 무대인사에서는 50분 동안 극장 안에 갇혀 있었어요. 폭발적이란 말이 적당한 것 같아요.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감사드려요.
▲ 못했어요. 부산의 촬영 현장에서 필름을 편집기로 보면서 정성들여 찍고 있다는 느낌을 가졌어요. 곽경택 감독과 함께 어느 정도는 평가받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서로 나눴어요. 배우로서 최선을 다했고 그 다음은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 시나리오를 읽고 더이상 수정하고 보완할 게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 등이 꽉 차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준석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이런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가슴을 아프게 하더군요. 실화를 다룬 영화여서 더 그런것 같았어요.
▲ 보통 마약중독자의 징후는 불안해하고, 떨고있는 등 누구나 다할 수 있는 연기라고 생각해요. 극중인물이 마약을 하게 된 이유를 추적해 봤어요. 극중 준석이 당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친구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흔들리며, 그 대안으로 마약을 찾게 된 것이지요. 준석에게 친구는 엄마의 모성애 같은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그것의 상실로 마약을 하게 된거지요. 상태는 갇혀있는 삶의 외로움이였구요. 그 상황의 외로움에 초점을 맞춰 연기 했어요.
▲ 곽경택 감독이 자기 목소리로 대사(부산 사투리)를 녹음해서 주었어요. 대사에 빨간색 방점을 찍어가면서 연습을 했어요. 그리고 1주일에 6일을 촬영했는데 제 분량이 없어도 수시로 촬영장에 나갔어요. 연극처럼 작업을 했고,몰두하고 집중할 수 있는 작업이어서 좋았어요.
▲ 대학 1학년 때도 선배들이 무대연습을 하는 걸 보면서 연기는 끼있고 타고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2년이 지났고 군대에 가서 '배우수업'이라는 책을 보면서 타고난 사람만이 연기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케 됐지요. 그 책을 8번 보고 결심했지요. 노력하면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 폼나는 역할 기대 안했어요. '비트'까지만 해도 연극을 하기 위해 영화했어요. 수입도 좋았구요.(웃음) 스타 보다 진정한 배우로 남고 싶은 생각이 많았어요. 사람 사는 이야기의 연극적인 표현에 관심이 많았었거든요. 소외되고, 힘겨운 인생을 사는 사람들, 일상 마저 불행한 사람들에 애정이 갔어요. 그러나 영화를 하면서 제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TV드라마와 영화를 하면서 연기에 대한 많은 것을 느끼게 됐고 영화의 마력을 갖기 시작했지요.
▲ 연기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책임이고 의무이지요. 그리고 배우는 당대인의 삶을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 코드가 바로 연기이지요. 자신의 가치관을 극중 인물에 투영시켜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변두리 인생들, 상류층 인물들이 아닌 다소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어요.
▲ 그래요? (웃음) 괴팍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고 싫음이 분명해 티가 좀 나나봐요. 일단 일을 시작하면 예민해지게 되고 영화촬영 밖엔 생각 안해요.
▲ 축구를 좋아해요. 포지션은 미드필더구요. 요즘도 오렌지팀과 회오리팀의 멤버로 참가하고 있어요. 그리고 문화인류학 책 읽는 것을 좋아해요. 현실을 인식하고 사회를 분명히 보려면 그 전단계로 인류학 책이 도움이 되요. 칼 세이건의 '잃어버린 조상의 그림자'가 인상에 깊이 남아요.
▲ 안성기 선생님 같은 분이지요. 그분 같은 배우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70년대 부터 현재까지 배우로서, 연기자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면서 관객과 함께 한다는 지구력과 생명력에 감동 받았지요. '국민배우'로 불리는 이유가 거기 있는 거겠지요. 제 배우의 길에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어요.
▲ 스타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전 카리스마라는 말을 이렇게 해석해요. 관객의 입장에서 극중 인물을 표현, 그 표현된 인물을 관객들에게 동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요. 어떤 역할이든 관객들이 표현한 인물에 믿음을 갖게 되는 것, 그게 진정한 카리스마라고 생각해요.
▲ 두달 정도 쉬고 다음 작품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구요.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가 생긴 만큼 그 시간의 몫을 관객들에게 좋은 연기로 돌려드리고 싶어요. 작품이 선정되면 그 작품 하나에만 모든 것을 쏟을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