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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렬의 영화 칼럼
홍콩에서 보내온 경고장 | 2001년 8월 10일 금요일 | 정성렬 이메일

<친구>가 전국 8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신라의 달밤>은 쟁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경쟁을 물리치고 전국관객 350만을 훌쩍 뛰어 넘으면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새로 개봉된 <엽기적인 그녀>는 <친구>가 세웠던 기록들을 하나하나 갱신하면서 또다시 '메가 히트'라는 타이틀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영화는 그 어느때보다 비상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관객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한편 안정된 퀄리티와 재미를 추구하면서 한국영화시장을 적어도 외형적으로 상당히 크게 부풀려 놓았다.

영화라는 매체가 이윤 추구에도 상당한 목적을 두고 있기에 한국영화의 이러한 흥행몰이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과연 장미빛 미래만을 보여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의 영화들을 보면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한창 인기를 얻었던 홍콩영화를 많이 닮아 있다. 바바리 코트가 휘날리는 액션 느와르에서부터 온몸으로 웃기는 코미디와 적당히 감수성을 자극하는 멜로영화까지. 그 모양은 많이 '한국화' 되어 있지만, 그 구조 자체는 홍콩영화의 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간단한 예로 <친구>의 경우 <영웅본색>류의 부산판 정도로 해석할 수 있고, <신라의 달밤>은 유덕화, 왕조현 등이 줄기차게 만들어 냈던 로맨틱 코미디의 경주판 정도로 비교될 수 있으며, <엽기적인 그녀>는 황당하고 유치한 코미디로 주성치식의 그것 정도를 생각하면 되겠다. 뿐만 아니라 이미 그 유행이 끝난 무협영화를 <비천무>, <무사>에서 <청풍명월>까지 이어가며 만들어 내고 있으니, 약 10년전 즈음 홍콩영화판을 살짝 옮겨 놓았다는 것에 대해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당시의 홍콩영화시장은 지금 한국영화시장만큼 왕성하고 활발해 보였다. 아무리 대단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쏟아져 들어와도 매년 흥행 1위는 자국의 영화였고, 오히려 홍콩영화의 개봉에 맞춰 다른 영화들의 날짜를 조정해야만 했을 정도다.

특기할 점이 있다면, 당시의 홍콩의 사회적 여건에 의해 영화의 내용 속에 '패배한 영웅주의' 혹은 '대륙에 대한 공포와 향수'가 교묘하게 섞여 있었던 것에 반해 현재 우리나라 영화들은 어떠한 이데올로기도 담고 있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네 영화는 왜 이러한 사회적 현실이나 정치 혹은 역사를 다루는 히트작이 나오지 않는가에 대해 불평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먼저 <친구>와 <신라의 달밤>은 정권이 교체되고 나온 소위 '경상도 영화'였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시름을 잊기 위한 것으로 짐작되어지는 과거회귀와 단순 유쾌 코미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한국의 녹록치 못한 경제 상황을 뒤틀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강한 남자로의 회기를 꿈꾸는 듯한 뒷골목 영화 <친구>와 힘 없는 남성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엽기적인 그녀> 또한 이러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홍콩영화가 영국과 홍콩자치 그리고 중국 본토에까지 신경을 썼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여전히 검열이란 것이 존재하며, 지나치게 상업주의로 치달아 작가주의 정신이 많이 결여되었다는 사실도 현재 우리 영화계와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지금 홍콩영화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지나친 자기복제와 끊임없이 보여지는 그렇고 그런 영화들에 의해 '메이드 인 홍콩'은 현재 그 옛날의 영화(榮華)를 추억 속에서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몰락 일로를 걷고 있다.

지금 우리는 현재의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풍요로움에 도취되어서는 안된다. <천사몽> <광시곡> <단적비연수> 같은 영화들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방에 널려 있다. 흥하기는 어려워도 망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홍콩영화계가 보여준 이같은 보고서는 한국영화에 대한 살아있는 경고이며, 때문에 그것은 우리가 다시 읽어 내야 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8 )
mckkw
음...   
2009-06-29 20:30
kpop20
잘 읽었어요   
2007-05-25 23:07
soaring2
짱짱한 한국영화들 많이 있었죠^^   
2005-02-14 00:49
moomsh
실미도와 태극기 1천만 관객이 요즘 추세라니 ㅋㅋ   
2005-02-07 23:45
moomsh
친구 800만 그당시때는 놀라운 일이었는데 ㅋㅋ   
2005-02-07 23:44
moomsh
비천무는 흥행성공한게 더웃김;;   
2005-02-07 23:44
moomsh
단적비연수.. 솔직히 어이없었음..   
2005-02-07 23:43
cko27
으..단적비연수. 너무 실망했어요. ㅋㅋ아무리그래도 홍콩처럼 되지는 않을것임.   
2005-02-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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