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는 분에 따라 스포일러로 와 닿을 수도 있으니, 이 점 유의하시고 다음 스텝 밝아주시길...
일단, 이 영화 상당히 흥미롭고 재밌다. ‘로맨틱’ 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간 근래의 한국영화가 보여준 상상력이라는 게 스크린 사이즈에 어울리지 않은 소심한 측면이 많았던 탓인지 간만에 자지러지게 웃다 나왔다.
물론, 영화의 전체적인 얼개는 허구한 날 지지고 볶으며 싸우다 다시금 화해모드로 접어드는 등 전형적인 연애질 무비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달콤, 살벌한 연인>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에 살벌한 스릴러!를 껴안은 당 영화는 두 장르를 짬뽕시킴으로써 파생되는, 종래의 로맨스물에서는 맛보지 못한, 그 충돌의 쾌감을 전해준다. 처녀가 애 낳고, 목사님 염불 외듯 상반된 무엇이 부딪힐 때 생성되는 그 느낌!.
여기에 발맞춰 박용우 최강희가 분한 가공할 만한 깨는 스타일로 무장한 두 남녀 캐릭터와 이들이 적재적소에 맞춰 사정없이 내뱉는 촌철살인의 대사 퍼레이드는, 쉬이 이빨을 드러내지 않기로 악명 높은 본 필자의 안면 근육마저 요동치게 할 만큼 상당한 웃음을 유발한다.
로맨틱 코미디와 스릴러, 이 두 장르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을 초래하는, 여기에 기인한 아이러니한 흥미진진함과 두 남녀가 펼쳐내는 캐릭터 코미디의 재미, 이게 이 영화의 강점이다. 특히, 박용우가 작심하고 소화해낸 황대우라는 인물은 가히 독보적이다. 꼬장꼬장하기 짝이 없는 지랄 같은 성격 탓에 따 당하기 딱 좋고, 거기에 더해 몸까지 부실한 이 기기묘묘한 남정네 캐릭터는 로맨스에서 스릴러로 넘어가며 변칙의 묘미를 과시하는 당 영화와 발군의 궁합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최강희가 맡은 이미나는 좀 약해 보인다. 물론, 발랄 엉뚱함의 이미지 최강희에겐 사랑스러우면서도 수상한 미나는 더할 나위 없이 딱!이다. 뭔가를 파묻고자 백장미(조영지)와 열심히 둘이 산 속에서 땅을 파며 이야기를 나누는 너무나도 인상적이고 귀여운 장면 등 영화 안에서 미나 캐릭터는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그러니까, 상대적인 의미에서 그렇다는 거다. 이는 곧 <달콤, 살벌한 연인>이 스릴러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미나는, 영화의 스릴러 측면을 끌고 가는 인물이지만 영화는 생각만큼 호기심과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상황이나 사건을 동시다발적으로 끄집어내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러니 이미나 역의 비중이 황대우에 비해 덜 쏠린 듯한 거다. 스릴러에 좀 더 방점을 찍었더라면, 그러니까 달콤한 로맨스에 살벌한 스릴러를 살짝 얹는 게 아니라 좀 더 왕창 버무렸으면 보다 강렬한 영화로 거듭나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많이 본 사나이>라는 단편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손재곤 감독의 장편상업 입봉작인 <달콤, 살벌한 연인>은 분명 재밌고 독창적이고 볼 만한 영화다. 연애영화의 지평을 넓혔다고 자부할 만큼 대단한 작품인 아니지만 서두에 밝혔듯, ‘로맨스’ 들어가는 근자의 시시한 영화에 비하면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냐!는 말이다. 게다, 초짜 감독이!
참고로 <달콤, 살벌한 연인>, 18세 등급을 받았단다. 당최 이해가 안 되는 처사다. 어떤 고매한 가치관의 잣대로 그러한 용단을 내리셨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유년시절부터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 주구장차 봤어도 사회생활 하는데 전혀 지장 없는 필자로서는 여러 모로 의아할 뿐이다. 뭐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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