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현 김지수의 <로망스>는 진부하고 뻔한 비극적 사랑이야기다. 정통 멜로라 표방했듯 신파적이고 작위적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두 남녀의 연민을 넘어 운명적 사랑으로 치닫는 과정과 결말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충분히 예상된다. 좋은 놈 나쁜 놈 구도도 짤없이 분명하다.
하지만 <로망스>는 기왕의 신파 멜로인 <내 머릿속의 지우개>나 <너는 내 운명> 혹은 이 시대의 멜로물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영화다. 비극적 결말에 도달하기 전까지 자잘한 일상과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며 눈물은 물론이고 웃음까지 전해줬던 이전의 영화들과 달리 당 영화는, 곁가지를 웬만하면 다 쳐내고 시종일관 어둡고 무거운 정조로, 홍콩 느와르의 분위기마저 차용하며, 일관한다. 두 남녀의 피 말리는 로맨스에 절절함과 비극성을 더하고자 하려는 의도일 터, <로망스>는 여기에 방점을 찍어 화면의 때깔과 음악 등 영화의 모든 것을 죄다 취합, 총력을 펼쳐 매진한다.
결국, 요즘 관객들의 입맛에 딱 맞는 요즘스런 멜로물에 <로망스>는 부합하지 않는다. 격조 있는 고전 비극 로맨스에 가깝다 볼 수 있다. 애초, 이러한 의도는 <로망스>가 일상과 현실에서 비껴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줌과 동시에 대신 사랑이라는 강렬하면서도 보편적 정서로 관객과 마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의 누선을 자극하며 감정을 두드리는 고전스럽고 정통스러운 멜로물의 뜨거운 흡인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관습적이고 전형적인 영화의 태도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 그걸 풀어가는 방식이 불러일으킨 패착이다. 이야기 자체가 거대하기도 하거니와 그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작위스러움을 넘어 오바로 내달리는 각각의 설정 탓이다. 거짓말이 더욱 큰 거짓말을 야기하듯 오바는 더 큰 오바를 불러들이기 마련이다. 이들을 갈라놓고야 말겠다는 가히 ‘운명적’으로 폭압적인 주변 환경이 대표적인 경우다. ‘산 넘어 산’의 장애물을 비약적으로 다룰 수록 상황은 더욱 비극적으로 보일 거 같지만, 막판에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급 옥상 신이 말해주듯 이러한 부풀려진 상황이 초래하는 말로는 우울하다.
풋풋한 청춘배우가 아닌 조재현과 김지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 역시 명확하다. 돌이킬 수 없는 운명에 휘말린 비극적 인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이들이 제격이다.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들어갈 만큼 단단한 캐릭터의 이력으로 구축된 조재현과 김지수의 존재감은 그 자체로 울림이 크다. 굳이 정도를 벗어나 울고불고 안 해도 된다. 그래서 조재현과 김지수는 절제된 혹은 역할을 넘어서는 과장됨을 보여주지 않는다. 천만다행이다. 이들마저 오바했다면 ㅜㅜㅜㅜ
<로망스>는, 평면적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들과 조연을 비롯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한 미덕으로 기억될 만한 작품이다. 영화의 단점을 다 메울 수는 없지만 적잖은 부분이 좋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상쇄된 측면이 없지 않다. 상업적 의도로 가득 찬 이 영화가 작가적 비전으로 충만한 <나비> 문승욱 감독의 첫 상업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거듭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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