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승 기자
매년 12월 반지의 제왕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 피터 잭슨을 ‘감독’의 세계로 뛰어들게 만든 건 70년 전 어네스트 슈드자크 감독의 영화 <킹콩> 때문이었다. 그 당시 획기적인 특수효과와 촬영기법으로 수 차례 리메이크된 이 거대 고릴라는 자연의 섭리만이 존재하는 미지의 섬에 살고 있던 거대한 괴물을 원주민들이 ‘콩’이라 부르며 섬기던 유인원으로, 거친 털과 우락부락한 몸짓에서 뿜어 나오는 야성미와 달리 인간 ‘앤 대로우(나오미 와츠)’에 대한 순정을 품은 로맨티스트로 부활했다.
킹콩과 인간의 사랑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재물로 바쳐진 금발 미녀 앤은 포효하는 거대 고릴라 ‘킹콩’에게 자신의 본업인 코미디를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감정을 교류한다. 미국 대공황 때 빈민의 도시 뉴욕에서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코미디 배우로 활약하던 그녀가 죽음의 공포 앞에서 보여준 이 용기는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만 했던 킹콩의 순진한 본심을 드러내게 만든다.
각자 자신만의 ‘욕망’을 갖고 있던 인간들은 킹콩을 만난 이후 저마다의 사연으로 변해간다. 영화 초반 자신의 인생을 건 ‘영화’를 위해 예술을 논하던 영화감독 덴험(잭 블랙)은 정글의 왕인 킹콩을 뉴욕으로 데려와 백만장자를 꿈꾸는 사업가로 전락하고 연극을 사랑하던 가난한 작가 잭 (에드리안 브로디)은 자신의 사랑을 위해 목숨을 마다하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인간의 불손한 욕망과 애절한 순정의 대비는 관객들로 하여금 ‘인간의 잔인함’을 풍자하고 영화 속에 내재된 영화시스템을 꼬집는 영민함을 발휘했다.
전작에서 거칠게 울부짖는 야수의 이미지가 강한 킹콩은 미지의 섬에 남아있는 공룡들과의 싸움에서 사실감의 극치를 보여준다. 물고 찢기는 화면 사이사이 앤을 지키려는 킹콩의 ‘순정’은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에서 그녀를 위해 죽음도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랑으로 ‘승화’되어 보여진다.
당초 계획된 예산을 뛰어넘는 제작비에 자신의 사재 3000만 달러를 더 투입해 러닝타임 3시간에 달하는 역작을 만들어낸 피터 잭슨 감독은 올 12월에도 결코 심심하지 않은 선물을 보내왔다. 그 선물에 감동해 울 준비는 ‘이미 오래전’ 되어 있었지만.
● 서대원 기자
콩! 너를 잊지 못할 꺼야!
‘아찔한 희열’을 사정없이 느끼게끔 해준 성룡의 <취권>!
‘용솟음침’이란 무엇인지 알게끔 해준 이소룡의 <용쟁호투>!
‘눈물흘림’의 감정을 깨닫게 해준 스필버그의 < E. T>!
‘즉물적쾌락’을 체험케 해준 김부선의 <애마부인>!
‘비장미’의 최고봉을 강렬하게 전해준 장철의 <복수>
‘긴장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해준 아놀드 형님의 <터미네이터>!
‘재미의 궁극’을 확실히 학습하게 해준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신천지’의 세상을 설파해준 워쇼스키 브라더스의 <매트릭스>!
‘발군의 비주얼’로 이 시대의 기술력 최대치를 보여준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절절함과 애틋함’을 작심하고 보는 이의 가슴살에 심어준 전도연 황정민 <너는 내 운명>!
아련하지만 마음속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위 영화들에의 소중한 기억을 한방으로 그냥 다시금 죄다 환기시킨 피터 잭슨의 <킹콩>!. 냉혈한으로 악명 높은 본 필자마저 그렁그렁 눈물이 맺을 정도로 정말이지 녀석의 최후는 가슴을 쓸어내리기 힘들만큼 슬펐더랬다. 인간도 아닌 짐승이, 게다 야만의 본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킹콩이 순진무구한 금발의 처자와 내밀한 감정의 교감을 알콩달콩 이루다 광적인 열망에 사로잡힌 인간과 문명의 이기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린다는 스토리.....ㅜㅜㅜㅜ
어쩌면 우리가 기다리고 갈망하는 진정한 대중영화란 이런 영화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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