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 귀퉁이에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학생들의 유서를 모아 책으로 발간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워크숍 자료차 수집된 그 글들은 살벌하기 그지 없는 내용과 함께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6월의 일기>는 일기를 통해 ‘왕따’ 학생의 절망과 분노를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청소년 교육용 영화로 손색이 없다.
스릴러를 표방한 이 영화는 아이돌 그룹에서 벗어나 연기자의 길을 순조롭게 걷고 있는 문정혁의 첫 스크린 데뷔작, 혹은 결혼 후 출산한 신은경의 복귀작이라는 포장을 벗겨내면 월드 스타로 발돋움한 김윤진(서윤희)이 적은 분량으로 어떻게 극의 중심에 있는지, 그녀의 연기 폭을 가늠할 수 있다. 사건을 파헤치는 파트너 형사인 추자영(신은경)과 신동욱(문정혁)은 투캅스 체제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성별만 뒤바뀐 듯 보이다가도 둘 사이에서 오고 가는 대사들은 영화 전반적으로 적절한 웃음을 준다.
덤덤한 범인과 추억과 신분 사이에서 방황하는 대결구도는 전작인 <도둑맞곤 못살아>에서 보여준 코믹함을 벗어 던진 임경수 감독의 비장함을 느낄 수 있다. 폭력과 증오보다 무서운건 무관심이라는 사실을 ‘복수’라는 소재로 풀어낸 <6월의 일기>는 자영과 윤희의 고등학교 시절을 삽입하면서 사실성을 더한다. 정도와 지칭만 달랐지 언제나 존재해 왔던 ‘따돌림’과 방관하는 자들의 죄값은 과연 누구의 것인지 진지하게 되묻는다. 긴장감 넘치는 영화 초반과 범죄 심리학적으로 펼쳐지는 사건 현장의 디테일 함은 두 여배우의 성당신을 기점으로 힘이 달리는 듯 보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가슴 싸하게 누굴 위한 영화인지를 확인 시켜주는 영리함을 발휘했다. 가해자나 방관자보다도 피해자를 알고 있다는 것. 그게 이 영화의 답이다.
● 관람가
☞ 조폭인지 형사인지 가늠안되는 외모와 가죽점퍼만이 형사의 기본조건으로 알고 계셨던 분.
☞ 학창시절 한번쯤 누군가를 괴롭혔던 경험이 있다면 격세지감을 느낄지도…
☞ 15세 이상 일진회 소속 혹은 교내 폭력서클 회원들 (너네들도 이렇게 당한다. 밤길 조심해라)
● 관람불가
☞ 결혼도 안 했는데 ‘아줌마’소리를 듣는 처자들. (애 낳은 신은경의 몸매도 저 정도인데..T.T)
☞ ‘신화’의 리더 에릭만을 기억하는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