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드모트가 드디어 부활하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해리포터” 시리즈 중 가장 스펙터클한 사건전개와 주인공들의 급격한 감정변화를 담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어린아이의 무모함으로 어둠의 마법에 대항할 수 없고 오직 내면의 두려움을 싸워 이겨 얻은 용기로 그 힘에 대적해야만 한다. ‘성장’은 용기와 함께 하지 못하고 두려움을 동반자 삼는다. 해리포터와 그의 친구들은 영화<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원작을 기초로 성장의 다양한 진통과정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묘사하고 있다.
지난 18일,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일본 하얏트 호텔에서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 초 챙 ‘케이티 렁’, 케드릭 디고리 ‘로버트 패틴슨’ 그리고 ‘마이크 뉴웰’ 감독을 만났다. 해리포터 드림팀이라고 명명한 이들 네 명은 모두 입을 모아
“해리포터 4편은 단순 판타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을 기저로 어른이 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라 소개했다.
최근작 <모나리자 스마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마이크 뉴웰’ 감독은 매너와 지성을 겸비한 인품의 소유자임을 증명하듯 언어가 틀린 기자를 배려하여 정확한 발음으로 질문에 답변을 해주었다. 그는 “2개의 장면이 본편에서 삭제되었다. 크리스마스 파티 때 대단히 유명한 록밴드가 실제로 출연하는데 상영시간 문제로 인해 삭제됐다. 또 하나는 각 학교의 학생들이 특색 있게 등장하는 장면에서 영국학교 부분이 빠졌다. 그들은 못 부르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데 그 장면이 무척 재미있다. 그러나 영화의 흐름과 맞지 않아 본편에선 빠졌다. DVD판에는 삭제 장면 두 개가 모두 들어갈 것이다”
“나는 책(해리포터 시리즈)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나의 성장은 헤르미온느의 성장과 항상 궤적을 같이 했다” 더불어 “(영화)4편에서는 나의 실제 경험이 많이 반영됐다. 파티 장면에서는 행복한 감정을 시작으로 마지막 론의 질투까지, 지금까지 없던 감정의 폭을 많이 반영해야했다” 판타지 영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캐릭터가 내재한 고유한 정체성을 ‘시각화’했다는 말은 다소 의외로 들릴 수 있다.
원작자 조앤K.롤링은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톨킨의 <반지의 제왕> 같은 연대기적 구성의 판타지문학사에서 『해리포터』의 독자적인 계보성을 획득하며 소설을 쓰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소년’의 커가면서 겪는 일상의 삶에 판타지를 결합해 대중적인 ‘성장’ 소설을 지향했다. 결국, 원작소설의 시각적 재현인 영화도 성장이라는 테마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케드릭 디고리로 분한 ‘로버트 패틴슨’은 이에 대해 이렇게 응답했다.
“내가 맡은 케드릭은 여자들한테 인기도 좋고 또 여자를 단번에 사로잡는 남자다. 그래서 학교에서 가장 예쁜 초 챙과 사귈 수 있었지만 실제의 나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그랬으면 좋겠지만. 현실의 이런 나와 영화 속의 내가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원작이 제시한 케드릭 이미지보다 더 현실적인 매력남으로 영화에 그려질 수 있었다고 본다”
배우들의 말 속에서 영화촬영 당시 그들이 공통으로 고민한 문제가 무엇이었는가가 드러난다. 감독과 배우 모두 원작의 방대함을 스크린에 모두 담아내는데 시간과 인력을 소비하지 않고 스펙터클 안에서 “해리포터”가 말하고자하는 ‘성장’이 함몰되지 않는 적정선을 찾기 위해 애쓴 것이다.
‘마이크 뉴웰’은 감독으로서의 이런 고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대규모의 (관객들이 보고자 하는) 특수효과가 나오는 영화는 처음 찍어본다. 그러나 나는 특수효과보다 사실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때문에 우리영화는 ‘현실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리얼한 특수효과를 살리는데 주력했다”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 것인가? 즉, 영화의 중심을 잡는데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스스로 ‘old dog'이라 자신을 칭한 이 노감독은 “늙은 개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가르치기는 어렵다. 나는 올드독이다. 지금까지 현실을 바탕으로 영화를 찍었던 나로서는 해리포터를 화려한 특수효과가 난무하는 판타지영화로만은 찍을 수 없었다”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볼드모트의 부활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각인하는 해리포터 내면의 고민과정이다. 그것을 정확히 짚어내 영화의 핵심으로 위치시키는 것, 감독은 이 과정 속에서 시리즈의 중반을 넘어선 4편이 새로운 재미를 관객에게 제안할 수 있다고 판단내린 것이다. 1편부터 3편까지 영화<해리포터> 시리즈를 이해하고 즐기는 방식이 관습화된 관객들에게 마이크 뉴웰 감독의 <해리포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게 관객들이 이야기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배우들이 공상의 세계를 보고 놀라는 연기를 할 때도 허구가 아닌 실제 그렇게 느껴서 연기하도록 지도했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관객들이 영화 속의 모든 사건들을 현실인 마냥 느끼게 하기 위한 노력이다”
감독의 이 말은 ‘엠마 왓슨’이 “실제 나의 경험이 많이 반영됐다”라고 대답한 것과 짝패를 이룬다. 초 챙을 연기한 ‘케이티 렁’ 또한 “초 챙은 해리가 첫눈에 반할만큼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다. 내 역할에 갖고 있는 선입견이 다른 캐릭터보다 남달라서 솔직히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내가 영화 속에 창조한 초 챙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초 챙이었으면 동시에 내 또래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연애고민의 대상이자 당사자다. 감독님은 나에게 그런 초 챙을 원했다” 모든 말들을 종합해 보면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이 기존의 고유한 틀을 깨고 캐릭터의 혁신을 꽤한 것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케이티 렁’과 ‘로버트 패틴슨’은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마냥 “케드릭 역에 캐스팅 된 로버트를 처음 봤을 때, 내가 책에서 본 바로 그 케드릭 디고리였다. 다른 이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이 초 챙이라고 소개 받았을 때, 그 이후부터 난 케이티를 초 챙이라고 완벽하게 머리에 인식했다” 원작의 이미지를 최대한 방영한 캐스팅은 안정적인 영화흥행을 보장한다. 노련한 감독은 현실감 있는 캐릭터의 ‘입체성’ 확보를 위해 무리한 변혁을 시도하기보다 짜여진 틀 안에서 변화를 추구했다.
“사실, 책에선 배경과 상황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여러 가지 소소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러나 집중(상영시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걸러내는 작업을 거쳐야만 했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영화를 큰 물줄기 안에서 밀도 있게 완성해 보고 싶은 감독의 욕심이 크게 반영된 것이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선 판타지와 10대들의 감성이 각각의 존재감을 가지며 다양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이게 나의 의도(현실적인 이야기)와 잘 맞아 떨어졌다. 이야기를 압축하고 생략하는 대신 캐릭터의 현실감은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감독은 이렇게 캐릭터가 중심이 놓인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엠마 왓슨’은 10대만이 가질 수 있는 선천적인 감수성으로 영화의 변화를 본능적으로 감지해낸다. “시리즈 1편을 했을 때 내 나이가 10살이었고 지금은 15살이 됐다. 4편까지 끝내고 나서 돌아보니 달라진 점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라.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어른스러워졌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 속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의 개인적 변화가 4편에서 많이 드러난다. 해리포터는 우리들의 성장을 얘기하기에 실제 내 모습이 헤르미온느와 포개진다고 여겨진다”
마법세계를 빗대 그들의 성장을 그려내고 있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4편에 이르러 이야기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게 됐다.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세계의 창조가 영화의 목적이 아님을 해리포터 드림팀은 동감한 것이다.
해리포터의 배경이 되는 마법세계는 대안적인 세계가 아닌 현실의 또 다른 반영물로 봐야 한다는 감독의 변처럼 철저하게 해리포터 시리즈는 현재 세계의 텍스트 안에서 이해돼야 마땅한 21세기형 판타지 영화다. ‘마이크 뉴웰’ 감독은 앞으로 남은 <해리포터> 시리즈가 갈 길을 제시했고 주연배우들 또한 그 안에서 배우로서의 자신을 이름을 찾아갈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고 싶고 기회가 닿는다면 배우의 길을 계속해서 걷고 싶다는 ‘엠마 왓슨’, ‘케이티 렁’ ‘로버트 패틴슨’ 이들 배우의 성장은 ‘해리포터’의 성장과 그 진행속도를 같이함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엠마 왓슨’은 딱 부러지는 목소리로 ‘루퍼트 그린트’(론 위즐리 역)과의 실제 사이를 명확하게 공개했지만 말이다.
“아무리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현실적인 것들이 많이 반영됐다고 하더라도 루퍼트 그린트(론 위즐리)과는 친한 오빠 동생 사이일 뿐이다. 영화에서처럼 현실에서까지 그를 이성으로 느끼진 않는다”
도쿄_최경희 기자
사진제공: 워너브라더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