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순정과 국가를 초월한 인연을 말하기에 <나의 결혼 원정기>는 그 속뜻이 깊은 영화다. “그러고 보니 울 아부지 제사가 언제였더라?”라고 혼잣말 하는 만택에게 “저번 달 아이가.”라고 말하는 희철의 취중대화는 이 영화가 우정을 기본으로 한 영화임을 알게 해준다.
영화 초반, 서른 여덟이 되도록 장가를 못간 이 두 농촌총각은 서로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쓰며 웃어 제낀다. 네가 있기에 (장가 못간)마지막 순서는 아니라고. 이 눈물 나는 우정은 신부감을 구하러 우즈베키스탄에 날아가서도 핑크빛 연애에 잠시 가려지긴 했지만 영화 곳곳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극 중 신부감을 찾는 남자들의 취향과 대화는 우리나라 사회의 계산된 연애방식을 그대로 전달한다. 현지 고려인과 결혼하는 농촌 총각은 “그래도 이곳 여자들은 말은 안 통하지만 얘기는 잘 들어줘요. 한국에선 누가 우리 얘기를 듣기나 한대요?”라고 일침을 놓고 58년 개띠 총각은 웃돈을 얹혀주고서라도 무조건 어린 여자들만 소개 해달라고 요구한다.
목적 있는 만남이 진행도 빠른 법. 성사금을 받으려는 커플매니저와 이해타산적인 만남이라도 진정한 인연, 혹은 더 나은 인연을 찾으려는 극중 인물들을 보면서 관객은 분명 더 깊은 감동과 더 많은 상실감과 더 진한 사회적 부조리함을 느낄 수 있다. 두 명의 유부남 배우가 농촌총각을 연기한 것도 재미있지만 극중 만택이가 노래방 18번으로 부르는 ‘18세 순이’가 우즈베키스탄 통역관 ‘라라’의 본명이란 게 밝혀지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그 인연의 연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이 영화의 숨은 웃음 코드다. 분명 우즈벡 인사말로 “내일 또 만나요”를 뜻하는 ‘다 자쁘뜨러’는 올 겨울 최고의 작업 멘트로 등극할 것이다. 그 복잡 미묘한 감동 멘트의 정황은 영화관에서 확인하시길.
● 관람가
☞ 우즈베키스탄의 꽃 미녀들을 간접 경험하고 싶으신 분!
☞ 뚝심 있는 조연들의 힘이 어떤 건지 알고 싶으신 분!
☞ 극장가서 본 영화로 긴 여운을 느끼고 싶으신 분!
● 관람불가
☞ 정재영의 광 팬이신 분(영화 속 열연에 더 빠져들게 된다)
☞ 국제 결혼 자체에 불신을 가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