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여름세일에 눈여겨봐둔 밍크코트를 반값에 건진 뒤 손꼽아 겨울을 기다린다 해도 이렇게 기다려질 것 같지 않다. 때이른 한국 멜로 영화가 극장가를 휘어잡더니, 막강한 배급력을 앞세운 할리우드 산 블록버스터 세편이 한꺼번에 개봉하는 것.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감독이 필생을 건 대작 이라고 스스럼 없이 밝힌 <킹콩>과 해외에서 더 유명한 밀리언셀러 책을 원작으로 한 <나니아 연대기>, 늘 ‘해리포터 시리즈’는 실망시키지 않는 법! 책 출판 날짜와 비슷하게 개봉하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까지 나란히 개봉한다. 모두 원작이나 소설이 있다는 공통점에서 출발해 전혀 다른 소재의 다양함을 갖춘 기대 작들이다.
영화 팬들에게 있어서 올 12월은 당첨된 로또를 들고 어느 것부터 사야 할지 골라야 하는 행복한 고민과 맞닿아 있을 듯 하다. 올 겨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 세편의 영화를 ‘대결구도’로 구분해보았다. 추위를 날려버릴 판타지 대작들에 한발 앞서 빠져보자.
해리 같은 똘망한 마법사 아들과 헤르미온느 같은 깜찍한 딸이 있었으면 하고 바랬는데 이녀석들, 이제는 완전히 틴에이저가 돼버렸다. 조앤 K. 롤링의 집필 속도보다 빠르게 전진하고 있는 <해리포터..>의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주인공들은 ‘귀여움’을 벗어던지고 ‘싱그러움’을 머금은 모습으로 호그와트의 상급생으로 변신했다. ‘해리포터‘시리즈 중 네번째 이야기로 동화를 벗어나 어둠의 세력과 대결하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선수를 지명하는 역을 맡은 ‘불의 잔’이 자격미달인 해리를 대표로 내보내 3개 학교가 친선대결을 펼치는 트리위저드 대회에 출전하는 내용이다.
포터는 여기서 어둠의 제왕 볼드모트와 맞닥뜨린다. 삼총사의 우정은 사춘기를 맞으면서 엇갈린 로맨스를 살짝 예고 하기도 한다. 해리포터의 첫사랑 ‘초챙’역을 맡은 중국계 소녀 배우 케이티 렁은 일부 극성 팬들이 안티 사이트까지 만들어 인종 차별적 공격을 받기도 했었다. 영문판 734페이지, 전편의 두배에 육박하는 원작 분량 탓에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재기를 노리는 볼트모트를 중심으로 한 스릴러로 방향을 잡은 <해리포터..>는 미국에서 연령 제한 없이 볼수 있는 PG등급에서 PG13(13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엄격한 주의와 지도가 요구되는 영화)을 받기도 했다.
메가폰을 잡은 마이크 뉴웰 감독은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트래픽>에서 보여준 것처럼 복잡하지만 탄탄한 스토리를 토대로 빠른 이야기 흐름을 끄집어 낼 듯 하다. 국내 개봉은 12월 1일.
감독의 결정적 한마디!
“<불의 잔>은 매우 탄탄하고 긴장된 스타일의 훌륭한 스릴러다.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마치 사상 최대의 발리우드영화와 같다. ” (마이크 뉴웰)
TV드라마와 영화로 수 차례 제작된 킹콩의 순정을 기억하시는지. 우리는 우락부락한 그의 얼굴과 엄청난 괴력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미녀에 대한 사랑을 간과했었다.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킹콩의 모습은 9살짜리 피터 잭슨을 영화감독으로 만들었고, <반지의 제왕>3부작으로 매년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어린 피터 잭슨의 눈에도 사랑 때문에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킹콩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제물로 바쳐진 앤 (나오미 와츠)을 공룡들에게서 구해내고 그녀를 못잊어 뉴욕까지 찾아온 킹콩의 최후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패기에 찬 영화 감독 덴햄(잭 블랙)이 촬영 장소로 고른 외진 섬에서 공룡이 살고 있는 외진 섬에서 공룡시대 유일하게 살아남은 포유류 킹콩과 거대 공룡들이 대결하는 장면이 영화의 서두를 장식한다면, 뉴욕시대에서의 벌이는 인간과 킹콩의 대결은 원초적인 힘과 무기로 대적하는 모습을 기술 진보한 특수효과로 가장 사실적이고 그릴거란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미국 개봉보다 (12월 16일) 이틀 앞서 개봉하는 장점과 오픈된 스토리로 인해 <헐크>와 비슷할 거란 고정관념은 <반지의 제왕>시리즈에 이어 <킹콩>으로 국내 팬들을 찾아오는 피터 잭슨의 추종자가 아니더라도 오는 12월 14일에 확인할 수 있다.
감독의 결정적 한마디!
“<반지의 제왕>이라는 히트작의 바로 다음 영화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부담이 되지만, 내 목적은 오리지널 이 얼마나 훌륭한 작품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것이다.” (피터 잭슨)
<반지의 제왕> 작가 톨킨의 절친한 친구이자 질투대상인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여러 판타지 고전들과 동급의 유명한 작품이다. 대중적인 시리즈물인 ‘해리포터’시리즈에 버금가는 인기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캐스피안 왕자' '마법사의 조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등 총 7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난 50년간 29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8천500만권 이상이 팔렸다. 영화속 ‘나니아’는 말하는 동물과, 난쟁이, 거인, 그리스 신화속 인물들이 어울려 살던 평화로운 나라를 뜻한다. 공습을 피해 시골의 한 저택으로 보내진 네남매가 저택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그 곳에서 나니아로 통해는 문(옷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곳이 마녀의 저주로 영원한 겨울로 변한 사실을 알게된 아이들은 나니아 나라를 얼음으로 뒤덮어 영원한 통치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악한 ‘하얀 마녀’에 대항하는 전투에 가담하게 되고 스펙터클한 모험이 펼쳐진다. 본질적으로 선과 악의 영원한 투쟁을 그린 이 영화는 네 남매를 위협하는 ‘하얀 마녀’와 그에 대항하는 힘없는 네 남매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5년의 제작 기간이 걸린 <슈렉>을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2년이 걸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장거리 경주쯤 된다고 설명한 앤드류 아담스 감독의 첫 실사 영화인 <나니아…>는 세 영화중 가장 마지막인 12월30일날 개봉한다.
감독의 결정적 한마디!
“8살에서 10살 사이에 <나니아 연대기> 전 시리즈를 다 읽었는데 내가 마치 나니아 나라에 사는 것처럼 느꼈고, 그것이 내 상상력의 힘을 키워주었다.” (앤드류 아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