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지로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나’, ‘마이클 베이’ 감독은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이미지를 근거로 ‘클론’에 관한 막연한 생각을 설득하려 한다. 영화가 가진 이데올로기에 관객이 끝내 설득 당했는가? 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근래 한국에서 인간복제에 관련한 관심이 높은 만큼 <아일랜드>가 누구의 관점에서 ‘동일시’를 끌어내는가가 영화를 즐김에 있어 우선순위에 놓일 것이다.

방대한 관념을 요하지 않지만 소재가 인간복제인 이상, <아일랜드>의 이야기, 액션, 비주얼은 어떤 메시지를 태생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다. 말랑말랑한 얘기로 눈과 귀를 간지럼피지 않을 거면 전혀 다른 노선으로 맥을 이어 ‘블록버스터’의 관습 즉, 재미와 스릴을 유지해야만 한다. <매트릭스>의 철학을 응용하고 <나쁜녀석들2>의 (경박한) 가벼움에 추를 하나 얹은, <아일랜드>의 무게중심은 절묘한 균형감각을 보인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링컨6-에코’(이완 맥그리거)는 빈틈없이 생활을 관리해주는 현 시스템에 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지구오염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서 오염되지 않은 땅, ‘아일랜드’로 떠나는 것만이 유일하게 남은 지상과제며 희망이다. 아일랜드로 가기위한 중간거처임과 동시에 안전지대로써 부족함이 없는 이곳에서 굳이 로또식 추첨에 의한 아일랜드행 티켓은 무슨 의미일까? 링컨6은 시스템에 의문을 품은 이후, 단숨에 엄청난 비밀에 다가간다. 모두가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 주문제작 된 클론임을 알고 그는, 아일랜드행 티켓에 당첨된 ‘조던2-델타’(스칼렛 요한슨)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긴장감이 리듬을 타듯이 고조되는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말 그대로 엄청난 스케일의 액션과 실감나는 비주얼을 전시한다. 감독의 전매특허인 특유의 Slow-Motion은 장중한 음악에 맞춰 때갈 좋은 분위기를 연출함은 물론이다. 15세 정도의 교육수준과 사고체계를 가진 클론이 스스로를 복제품이라 인정하는 과정 그리고 자기복제를 허용한 스폰서(인간)를 대면하면서 생기는 자기열망은 애써 무거운 주제를 의식하듯이 단순명료한 방법으로 직결타를 날린다. 영생의 꿈을 안고 사는 인간처럼 ‘클론’도 인간적인 삶의 ‘권리’를 주장한다. 그 권리라 함은 ‘상품이 아닌 인간’이라는 단순한 인식차원에 한정되어 있다.

인간복제에 관련해 <아일랜드>가 진일보한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다. 이미지는 떠오르지만 미래사회의 한 모델정도로 치부한 ‘클론’이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온 ‘현실’임을 시각적으로 ‘자극’한 정도다. 극에 긴장감이 감돌게끔, 자기복제를 허락한 스폰서를 졸렬(?)하게 설정한 것 또한 자극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철저하게 ‘링컨6’의 시점으로 집중도를 높인 방법은 재미와 화려한 액션의 스릴감을 살리기는 했어도 문제의 접근에 있어 다른 여지를 차단한다.

순수오락영화라고 단정하기에 앞서 ‘인간복제’는 대충 넘어갈 소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몰아치기'식 거대 액션은 영화의 정체성이 상업영화 그것도 스펙터클 블록버스터임을 확실히 커밍아웃한 상태다. 결국,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마이클 베이 감독의 신작은 각각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면서 만족할만한 재미를 안겨준다.

p.s) '자동차 추격씬'만큼은 마이클 베이 감독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잘 찍는다. 흠.. 액션영화의‘거장'으로 불려도 손색은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