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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
당신의 '욕망'도 여기있나요? | 2005년 7월 1일 금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왕가위', '스티븐 소더버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참여했다고 해서 <에로스>를 대단히 고상한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든 이가 공감할 만한 에로틱한 상황을 취합해, 영화를 만들었다기보다 각각의 감독이 평소에 '욕망'하던 것을 영화적으로 재현했을 뿐이다.

난해함을 걷어 들이고, (타인도 상상 가도록) 에로틱하게 이야기를 풀어 낸 솜씨에서 이들이 '거장'임을 알 수 있지, 솔직함이 묻어나는 형식에서 지루함은 찾을 수 없다. 특히, 90이 넘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섹스'에 대해서 고민하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위험한 관계'는 여성의 육체가 한 남성에게 어떤 식으로 의미화 되는지 또는, 영감을 주는지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왕가위, 그가 말하는 '접촉'에 관한 단상... <그녀의 손길>

고급 콜걸 '후아'(공리)의 옷을 만드는 재단사 '장'(장첸)은 보조시절 경험한 후아와의 야릇한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이 감촉을 기억해요. 그걸로 내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 줘요"라는 그녀의 말에 장은 지켜보기만 하는 길고 지루한 사랑을 시작한다. 치수를 재면서도 옷을 만들면서도 그녀의 손길은 언제나 그의 뇌리 속에 잠재해 있다. 한 남성의 영혼과 인생마저도 좌지우지할 만큼 후아와의 한 때는 숨이 멎을 것 같은 강렬한 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왕가위 감독은 주인공 '장'의 내면을 거울을 이용한 시선처리로 담아낸다. 거울을 보는 후아와 엇갈리는 장의 시선은 치수를 재는 그의 느린 동작과 대비되어 주체할 수 없는 '욕망'으로 선회한다. 절절함이 묻어나는 장의 사랑은 퇴물이 되어 돌아온 그녀의 손길로, 헤어 나올 수 없는 운명적인 매혹에 또 다시 길들여진다. 감독은 한 남성의 순간을 영원으로 확장하면서 에로틱함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단 한 번의 손길, 단 하나의 기억이야말로 흘러가는 인생에서 유일하게 잡고 싶은 욕망이듯이 말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그가 말하는 '여인'에 관한 단상... <꿈속의 여인>

다른 두 작품에 비해, 스티븐 소더버그의 <꿈속의 여인>은 유머스럽고 모호한 방식이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닉 펜로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매일 밤 꿈속에 나타나는 여인 때문에 노이로제 상태다. 낮 익은 여인이기는 한데 꿈에서 깨면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결국 심리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오고 그는 의사의 권유로 다시 한 번 꿈속의 여인을 만나기 위해 무의식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현실은 흑백이고, 닉의 꿈은 칼라다. 상담을 맡은 의사는 닉의 최면상태를 이용, 건물 밖의 누군가를 망원경으로 훔쳐본다. 그들의 상황이 연출하는 언발란스한 행동들은 웃음을 유발하면서 정작, 꿈속의 여인보다 의사가 훔쳐보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더 궁금해진다. 관객의 시선을 기발하게 분산시키는 작법은 짧은 영화에서 의의로 탄탄한 미스터리 구성으로 전이된다.

관객은 여기서 유희적으로 에로스에 관해 말하는 감독의 의중을 간파하기 힘들어진다. 잡히지 않는 에로틱함은 타인의 무의식을 훔쳐보고 싶다는 그 관음증에 있음을 뜻하지만, 결말의 '반전'은 삶의 아이러니가 인생을 충만하게 하는 에로틱임을 말한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그가 말하는 '섹스'에 관한 고백... <위험한 관계>

<정사>, <욕망>을 통해 현대인의 권태와 욕망을 탐미적 영상에 담아 영화역사를 다시 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은, 현재 나이 90이 넘은 호호 할아버지다. 그의 영화에의 열정은 익히 알고 있지만, 신체나이 90은 그의 영화에서 황혼의 쓸쓸함을 먼저 상상하게 한다.

그러나 '에로스'의 <위험한 관계>에서 의외로 감독은 여성의 육체와 섹스에 대해서 아직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 권태기에 빠진 부부, 크리스토퍼와 클로에는 둘의 사이를 개선하기 위해 혹은, 이별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난다. 둘은 여행지에서 마저도 건널 수 없는 심연이 두 사람 사이에 있음을 알고 크게 싸운 채, 여행지에 각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우연히 낯선 여자와 화끈한 밤을 보낸 크리스토퍼.

여기까지 이야기를 보면 보통의 남성들이 상상하는 에로틱함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미켈란젤로 감독은 욕망에서부터 소외되는 자신의 현재 처지를 고백한다. 발가벗은 여성의 육체는 욕정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녀들은 나르시시즘에 취해 남성을 욕정의 대상에서 열외 한다. 노년의 고백치고는 파격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죽을 때까지 남자는 남자인가 보다. 거장의 인생에서 여성의 육체는 언제나 숭배의 대상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영화<에로스>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영화를 만드는 세 거장의 차이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의 영화세계를 폐쇄적으로 구축하기보다 소통 가능한 열린공간으로 이용하기 위해, 세 감독의 공통의 관심사 '에로티시즘'을 가지고 만든 짧은 영화 소품집이다. 욕망을 직시하기도 하고, 백일몽의 슬픔처럼 묘사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욕망도 거기 어디쯤엔가 있다는 것이다.

5 )
callyoungsin
한번 보고싶네요 감각적인 영화라...   
2008-05-15 14:13
kyikyiyi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적인 영화   
2008-05-09 15:07
egg2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드는 세 거장   
2008-01-12 02:34
qsay11tem
로맨틱한 영화랍니다요   
2007-11-23 11:56
kgbagency
기대했던 작품인데ㅎㅎ   
2007-05-0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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