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끝난 것을 가장 반가워 했던 이들은 어떤 이들일까? 아마 그 열기를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 놓기를 희망했던 영화 관계자들이 아니었을까?
6월 30일 <챔피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개봉으로 시작된 블록버스터 열풍은 대한민국 극장가를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 : 클론의 습격>, <마이너리티 리포트>, <맨 인 블랙2>, <라이터를 켜라>, <폰> 등 여름 기간에 전국 관객 100만을 돌파한 작품만도 10편에 가깝다. 이들 대작들이 극장가를 휩쓰는 동안 작은 영화들은 차일피일 개봉일자를 조정하고, 아예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현상들이 예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 외의 작품들도 어느 정도 미국에서 흥행성을 인정 받았거나, 그 규모가 상당한 작품들이 대부분의 스크린을 틀어쥐고 있어 관객들의 영화 선택의 폭은 그만큼 좁아 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러한 북새통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기의 색깔을 발하며 일부 관객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헤드윅>과 <워터 보이즈>가 그 주인공 들이다.
이와 비슷하게 지난 8월 중순 의기 양양하게 개봉했던 <워터 보이즈>의 경우도 '끼워 상영하기' 전법을 구사하며 어렵게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 또한 여름에 어울리는 재미와 즐거움이 가득한 영화지만, 일본산이라는 핸디캡(?)과 함께 비교적 흥행을 하기는 힘든 작품이라는 관계자들의 반응에 의해 정식으로 상영하기 보다 오전에는 <워터 보이즈>를 상영하고 오후에는 다른 블록버스터를 상영하는 형식으로 몇몇 스크린에서 상영을 강행하고 있다. 최근 영화가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관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영화를 수입한 미로비전에서는 아예 강남에 위치한 동영아트홀을 대관하는 형식으로 영화을 계속 상영하기로 결정하고 진행을 추진하고 있다.
여름에 쏟아진 고래싸움에 어렵사리 뛰어든 새우 같은 영화들이지만, 이들은 등이 터져나가기 보다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비록 경제적으로 폭발적인 성공을 바라보기 힘들지언정 관객들에게 이러한 작품들이 꾸준히 소개되어 보다 다양한 문화의 향유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크고 화려한 영화에만 집중적으로 몰리는 영화 관람의 문화가 다양한 작품에 다양한 방법으로 분산되어 보다 다채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등장할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진정으로 관객들에게 올바른 심판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