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소녀들이 벌이는 서바이벌 경기가 소재라고 해서 <배틀로얄>처럼 잔인무도하지 않다. 각자 무기를 골라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24명의 싸움이 즐비하지만, 영화는 그 광경을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대신 캣니스의 시선을 통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드러낸다.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은 서바이벌 경기보다 그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헝거게임에 참여하는 이들은 원형경기장에서 죽음의 사투를 벌이는 검투사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돈 많은 주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힘과 재능을 보여주는 검투사들처럼 24명도 서포터들과 관중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경기를 앞두고 있음에도 쇼 프로그램에 나가 자신을 응원해달라고 웃고 떠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오버랩 되는 지점이다. 또한 권력 유지를 위해 매스미디어를 이용하는 판엠의 지도자 스노우(도날드 서덜랜드)의 방법은 현 시대 정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점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흡입력을 더한다.
영화는 중반 이후 캣니스와 피타의 러브라인에 중점을 둔다. 현 사회를 비꼬는 설정들의 묘미는 뒤로 밀리는 셈이다. 의지할 곳 없는 싸움터에서 이들이 가까워지고 사랑의 감정을 나눈다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너무 급작스럽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극중 게임운영팀은 이들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도와주는 형국을 이루고, 한 순간 서바이벌 경기는 러브 버라이어티로 둔갑한다. 한 술 더 떠 어렸을 적부터 캣니스를 좋아했던 게일은 이들의 사랑을 TV로 시청한 후 질투심를 느낀다. 이정도면 이 영화가 <트와일라잇>처럼 밀당 시리즈로 진행될 것이라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분명 다음 편에서는 캣니스, 피타, 게일의 삼각관계가 주를 이룰 것이다. 물론 이 삼각관계가 시리즈를 계속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SF 액션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는 매력을 떨어뜨리는 지점이다. 1편에서 비교적 멜로와 액션 그리고 블랙코미디의 요소가 균형을 이뤘지만, 2편에서도 이 균형감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2012년 4월 6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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