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1974,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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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추리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걸작에 기초한 정교한 스릴러 영화. 시드니 루멧 감독은 <뜨거운 오후> <써피코> <허공에의 질주> 등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를 주로 만드는 장인 감독. 하지만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이고, 그는 개성있는 초호화 캐스팅의 배역진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의 문제에 주로 자신의 연출력을 쏟았다. 과연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연기와 등퇴장이 돋보이는 재미를 가진 고전으로 자리매김됐다. 그런데 이런 탐정 스릴러 영화는 역시 탐정의 매력이 중요하다. 벨기에 탐정 포와로가 열차라는 밀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데, 그 역을 맡은 알버트 피니가 쟁쟁한 배우들 틈바구니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벨기에식 억양이라는 그의 발성은 아무래도 그가 셰익스피어 연기에 도전했던 관록에서 나오는 듯하다.
쟁쟁한 배우들이 망라된 초호화 캐스팅이며, 특히 숀 코네리,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등 영국 배우들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스웨덴 출신의 미녀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태리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로베르트 로셀리니와의 스캔들로 구겨졌던 이미지가 이 영화로 회복됐다. 과연 그해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 수상하며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그녀는 이후 로베르트 로셀리니와 소원하게 지냈다고 한다.) 한편, 유괴살인범 래체트의 비서로 복수극의 시나리오를 꾸미는 헥터 역의 안소니 퍼킨스는 이 영화에서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이미지를 풍긴다. 이미 <페드라> <사이코> 등에서 확고해진 그의 유약하면서도 모성에 기대는 이미지는 전형으로 굳어진 셈이다. 그런가 하면, 풍부한 성량을 가진 허바드 부인 역의 로렌 바콜은 파워풀한 연기로 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영화가 시작되면, 먼저 신문 기사가 화면 가득 보여진다. 미국의 부유한 가정 암스트롱가에서 생긴 유괴사건과 아이의 죽음, 그후 그 가정에 닥친 비극이 신문 보도로 몽타주된다. 일체의 나레이션이나 설명 없이 신문만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이것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영화화할 때 불가피한 측면으로 판단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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