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이 꿈꾸는 세상(1998, La vie revee des anges)
20대의 방황과 좌절감을 색다르게 보여준 영화로, 1990년대 들어서면서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과 내용으로 치달아 가는 청춘 영화속에서 오히려 정공법을 구사해 그 점이 새로운 영화가 되었다. 젊은이를 소재로 하고, 젊은 관객을 대상으로 하면서 그런 결단을 갖는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감안할 때 참 용감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 영화속에는 진실과 고민과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 있다. 상반된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스물 한살의 두 여성을 통해 사랑이 인생에 어떤 가치로 다가 올 수 있는 예를 보여 준다. 비슷한 내용으로 이스트반 자보 감독이 동유럽 사회의 비참한 현실을 담아 <엠마와 부베의 사랑>을 만들었지만 이 영화는 사회적 관점 보다는 순수한 드라마여서 훨씬 보기에 편하다.
7년간 구상하고, 3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거친 끝에 42세의 늙깍이 데뷔작을 만든 에릭 종카 감독은 3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던 경력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놀랄 만한 통찰력과 표현력을 가지고 멋진 장편 데뷔전을 치렀다. 무엇보다도 그가 표현하려 한 두 여성 캐릭터에 부합되는 배우를 찾아 낸 덕이 큰데, 엘로디 부쉐와 나타샤 레니에는 이 영화로 칸느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할 만큼 완벽한 연기 조화를 보여 주었다. 사랑의 의미를 우습게 여기는 냉소적인 바람둥이 크리스 역의 그레고리 콜린은 <올리비에 올리비에>과 <비포 더 레인>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가진 소년이었는데 여기서는 훌쩍 청년이 된 모습으로 등장해 반가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안겨 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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