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탁 트인 푸른 바다, 아담한 포구, 선착장의 작은 고깃배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타조 농장의 울타리 안에서 그 긴 다리로 성큼성큼 오가는 타조들... 고요한 듯 하면서도 부산스럽고, 끊임없이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정겹게 옹기종기 모여있는 낮고 아담한 집들과 그 안에서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유쾌한 삶의 에너지로 가득 찬 우리의 주인공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곳, 이 곳이 바로 영화의 주무대인 남해군 물건리의 모습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흔히 떠올리는 촌스럽고 남루한 시골 마을은 이 영화에선 볼 수 없을 것이다. 소박하지만 초라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고 넉넉한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어촌 마을의 모습, 이것이 이 영화가 화면에 담아내고자 하는 마을의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화면을 추구하는 이 영화는 그러한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 촬영, 조명, 미술팀의 긴밀한 사전 논의를 통해 과장되거나 은유적인 색감이 아닌 우리가 흔히 공감할 수 있는 사실적인 색감을 사용하며 전체적으로 약간은 바랜 듯한 톤으로 화면 안의 색감을 가능한 한 통제하기로 협의하였다.
화면 안의 주요 색감은 크게 푸른색과 회갈색의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푸른 바다와 타조 농장을 둘러싼 마을의 녹음을 통해 보여질 푸른색은 삶의 약동성과 에너지, 생동하는 젊음의 이미지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으며 마을의 가옥들에서 보여지는 회갈색은 따뜻하면서도 시간의 흔적을 머금은 듯한 느낌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 노인들의 연륜과 푸근함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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