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읽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영화
영화 <란도리>는,123분이라는 상영시간동안 단지 ‘영화 한 편’만을 관객들에게 선사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 속에는 예상보다 많은 ‘작품’들이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
먼저 <란도리> 영화 전체에서 보여지는 포근하고 따뜻한 영상은 한 편의 긴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듯 너무나도 아름답고 평온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현대사회에서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순수 청년 ‘테루’를 통해 사회에 찌들어 가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한 편의 ‘어른 동화’를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또한 ‘테루’가 ‘미즈에’에게 들려주는 “휘파람 부는 청년”이야기는 영화 <란도리> 속에서 특별히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이 부분만 따로 떼어놔도 또 한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정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휘파람 부는 청년’은 결국 ‘테루’ 자신의 모습. 그렇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주인공 ‘테루’와 실제로도 너무 닮아 있는 것 또한 관객들이 놓쳐선 안 될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이다.
한 편의 영화 속에서 다양한 컨텐츠를 만나볼 수 있는 영화,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성향을 가진 모든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영화가 바로 <란도리>다.
‘사랑의 로드무비’란 바로 이런 것!
로드무비 형태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들은 수도 없이 많다. <델마와 루이스>,<모터 사이클 다이어리>,<기쿠지로의 여름>, <노킹 온 헤븐스 도어>,<아이다 호>,<레인맨>등.... 하지만 대부분의 로드무비 장르들은 ‘자아 발견’,‘사회풍자’,‘역사’등을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
하지만 영화<란도리>의 주인공 ‘테루’는 ‘손님이 두고 간 빨랫감’을 돌려주기 위한 단순한 목적으로,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는 ‘미즈에’를 찾기 위해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길을 떠난다.
영화 속 일부만을 차지하는 ‘테루의 여행’ 짧은 에피소드는,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다. 우연히 만난 ‘샐리’의 차를 타고 ‘미즈에’에게까지 가는 동안, ‘테루’는 바다를, 친구를, 사랑을....이 모든 것들을 처음으로 마주치게 되는 것.
그에게 있어서는 처음으로 겪는 낯선 세상. 그렇게 ‘테루’는 낯선 세상을 향한 첫 걸음을 ‘미즈에’를 위해 내딛은 것이다.
현대사회상을 반영한 독특한 캐릭터들이 가득한 영화
영화 <란도리>는 어떤 측면에서는 캐릭터 영화다. 주인공 ‘테루’를 중심으로 한 짧은 인간관계 속 몇몇 인물들은 모두 독특한 양상을 가진 캐릭터들. 특히 정신적, 사회적으로 진지한 분석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우선 주인공 ‘테루’는 어릴 적 사고로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지게 되어 자폐적 성향이 강한, 그래서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지닌 인물. 상대역 ‘미즈에’는 사랑의 상처로 도벽증세를 지닌 인물.
그 외에도 ‘테루’의 세탁소를 꾸준히 오고가는 몇몇 인물들로부터 현대사회의 모습을 색다른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며느리의 눈치에 매일같이 자기 속옷을 빨러오는 할아버지를 통해 ‘소외당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가볍게 표현하고 있으며, 한번도 우승한 적 없는 아마추어 복서의 열정을 통해 ‘승리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약육강식의 사회’를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감독은 ‘세탁소’ 라는 작은 공간 속에서도 현실적인 모습을 놓치지 않고 탁월한 포착력을 이용하여, <란도리>를 더욱 깊이 있는 영화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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