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계의 차세대 주자 팡호청 감독의 <이사벨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 선정!
왕가위 감독을 잇는 홍콩의 대표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예 팡호청 감독. 이번 영화 <이사벨라>는 그 절정에 올라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영화의 분위기를 잘 말해주는 화려하면서도 멜랑꼴리한 영상, 그 영상의 분위기를 뛰어넘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적시는 애잔한 음악은 마치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하며 흡사 또 한명의 왕가위 감독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하지만 팡호청 감독은 왕가위 감독이 걸어온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닌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뛰어난 영상감각, 그리고 소설가의 명성에 걸맞는 깊이있는 글솜씨, 이 세 가지를 고루 결합시켜 <이사벨라>를 완성시켰다. 신인감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출중한 연출 실력을 보이고 있는 팡호청 감독. <이사벨라>는 이미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최고영화음악상을 받으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우리나라 관객들과의 첫 만남을 가진 이 영화, <이사벨라>. 대범하면서도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솜씨가 녹록치 않다.
마카오 뒷골목의 자유스런 영혼들 ‘싱’과 ‘얀’
신인감독 같지 않은 깊이있는 연출실력을 가진 팡호청 감독은 뛰어난 소설가이기도 하다. 늘 머리속에는 그리고 싶은 캐릭터로 가득차 있다는 팡호청 감독. <이사벨라>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날카로운 주변환경에 대한 인식력과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싱’과 역시 자유분방하고 거칠면서도 속은 여리고 따뜻한 ‘얀’의 모습을 통해 팡호청 감독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다.
경찰이면서 자신이 잡아들여야 할 범죄자들과 연루해 범죄를 저지른 ‘싱’.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지만 ‘싱’의 이런 모습은 마카오 뒷골목 사람들의 진정한 단면을 보는 것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또한 어머니를 잃고 집세도 내지 못해 결국 길거리로 나앉은 ‘얀’ 역시 마카오 뒷골목 세계에 흡수될 수밖에 없는 캐릭터이다.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 혼란스런 마카오. 그 당시 상황과 맞물려 혼돈과 욕망이 가득한 도시인 마카오에 ‘싱’과 ‘얀’은 그런 혼란속에 휩쓸린 한 일개 시민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싱’과 ‘얀’은 그런 평범한 시민이면서 관객들에게 탈출구 역할을 해주는 캐릭터들이다. 둘이 술에 취해 거리에서 싱이 얀에게 진지하게 병 깨는 법을 가르치는 모습, 공원에서 수박을 한쪽씩 사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나눠 먹는 모습, 그리고 ‘싱’과 한때 사랑을 나눴던 과거의 여인들이 일일이 집으로 찾아와 ‘얀’에게 하소연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웃음과 동시에 그간 생각만 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자신의 판타지를 보게 된다.
심금을 울리는 애잔한 음악 포르투갈의 대표 민요 ‘파두’
영화 <이사벨라>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제 관계자들의 극찬과 함께 최고영화음악상을 거머쥐었으며 올 여름 부천국제팬타스틱영화제에서도 폐막작으로 선정돼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폐막 상영 직후, 포르투갈의 대표 음악인 ‘파두’가 엔딩크레딧과 울려퍼지며 폐막식에 참가한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음악과 함께 스타일리쉬한 화면이 압권인 <이사벨라>는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음악과 영상이 화려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영화 <이사벨라>의 엔딩에 쓰인 포르투갈 대표 음악인 ‘파두’는 포르투갈의 대표가수 Mariza가 불렀다. Mariza는 “파두는 열정, 슬픔, 질투 그리고 비탄을 담은 음악이며 때로는 세상을 풍자하기도 하는 매우 감성적인 음악이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를 잘 살린 영화 <이사벨라>와 ‘파두’가 천생연분 같이 어울릴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또한 ‘파두’가 <이사벨라>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것은 영화의 배경인 1999년, 마카오가 포르투갈의 통치 하에 있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 혼돈의 마카오이기에 음악은 더욱 애잔하고 한이 느껴지는 음악이어야 했고, Mariza의 노래는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그렇듯, 사랑과 향수 그리고 연민이 가득 묻어나기에, 감독은 Mariza의 곡을 주저없이 주제곡으로 선택했다.
<이사벨라>는 재미있는 영화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1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작 라인업이 발표되면서 팡호청 감독의 <이사벨라> 역시 경쟁작 대열에 합류했고 두 주연배우 두문택과 이사벨라 롱 역시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감독은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완벽한 조합을 이룬 프로페셔널한 배우들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문탁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에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남겼다. “나는 한번도 주연을 맡은 적이 없었고 그렇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적이 없었다. 놀라울 따름이다. 진심으로 이 영화의 투자자인 미디어아시아의 Peter Lam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감독과 나에게 이 영화는 꿈이며 누구도 내가 잘 해내리라 생각하지 않았을 때 Peter Lam씨는 기꺼이 이 모험에 동참해 주었고 영화를 만들게끔 도와주었다. 또한 영화 기간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준 스탭들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베를린에서의 공식 일정 속에는 베를린 조직위원회에서 마련한 공식 기자 회견이 있었다. 한 중국기자가 두문택에게 비상업영화로 장르를 바꾼 이유를 물었는데 이에 두문택은 상업영화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기자가 재미있는 영화가 상업영화라고 말하자 바로 두문택은 영화제작자로써 <이사벨라> 역시 재미있는 영화라는 것을 상기시켜야겠다고 말해 청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음악으로 언어와 국경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하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2
수상작 발표 몇 시간 전, 전원이 시상식에 참여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시상식에서 최고영화음악상을 거머쥐었다. 비록 작품상이나 주연상은 아니었지만 가장 어려운 제작파트 중 하나인 음악 부분에서 상을 받게 돼 무척 만족해 하는 분위기였다. 남우주연상을 놓친 것에 대해 두문택은 오히려 이사벨라 롱이 상을 받지 못한 것이 더 실망인 눈치였다. 그녀는 해외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혔었다. 그렇지만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영화제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고 이사벨라 롱은 겸손히 대답했다.
팡호청 감독은 다음과 같은 수상소감을 남겼다. “비록 감독상은 받지 못했지만 프로듀서로써 음악상을 받은 것에 대해 영광일 따름이다. 시사회장에서 관객들이 눈물을 지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만큼 언어와 국경을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고 나는 이것에 대해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또한 영화와 대사의 상관 관계에 대해 팡호청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면서 음악은 단지 배경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사만큼 작품의 분위기와 스토리에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음악감독에게 전했다. 실제로 파두를 비롯한 영화에 쓰인 음악 자체가 대사에 버금가는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대사를 삭제하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라고 말해 음악에 비중을 둔 작업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했다.
환상적인 영상과 음악에 매료된 관객들!
부천국제영화제 폐막 상영 후
개막작인 <삼거리극장>과 폐막작인 <이사벨라>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 올해 부천국제영화제는 여러모로 관객들의 구미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쓴 영화제였다. 한국 최초의 뮤지컬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상영된 <삼거리극장>은 그간 뮤지컬영화에 대한 편견을 모두 씻어준 수작으로 호평받았으며, <이사벨라> 역시 한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깔끔한 영상과 음악으로 폐막식에 참가한 관객들의 열렬한 기립박수를 받았다. 또한 배우 두문택의 내한은 폐막식의 백미라 할 수 있었는데, 각종 매체의 인터뷰와 사진 요청을 싫은 표정 한번 하지 않고 모두 응해주었으며 인터뷰 내내 영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그만큼 영화 <이사벨라>는 올가을 최고의 멜로영화로 꼽힐 수 있을만큼 독특한 이야기전개와 몽환적이면서도 수려한 영상, 베를린국제영화제 최고음악상으로 검증받은 뛰어난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과 감독의 출중한 연출이 모두 조합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폐막식에 참여한 관객들의 호평이 연이어 각종 포털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는데 “애잔한 선율속에 가슴속을 파고드는 잔잔한 감동…”(ID_ picshick), “알 수 없는 긴 여운이 감도는 영화. 개봉하면 다시 관람하겠다. 폐막작으로 선정될 만 하다”(ID_ akidaki), “이렇게 예쁜 영상과 음악을 담은 영화가 홍콩에 있었다니… 이런 홍콩영화는 처음. 정말 수작!”(ID_ enshyul) 등 화려한 음악과 영상 그리고 홍콩영화의 재발견 등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는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인의 대범함이 엿보인 데뷔작 <너는 쏘고, 나는 찍고>를 통해 처음 한국관객과 조우를 시작했던 팡호청 감독은 이번 영화 <이사벨라>를 계기로 한국에 확실한 고정팬이 생길 전망이다. 연인의 계절 가을, 멜로드라마에 특히 애정을 보이는 한국관객들에게 <이사벨라>는 그야말로 환상적이고 독특한 멜로영화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혼돈과 욕망이 가득한 그곳 마카오
<이사벨라>가 숨쉬는 그곳 마카오에 대해
마카오는 16세기 포르투갈인이 정착하기 전까지 중국 영토로써 주요 거주지로 발달되지 못한 작은 항구에 지나지 않았다. 1557년 포르투갈인이 명(明)나라 군대를 도와 해적토벌에 참가한 대가로 이곳에 거주할 권한과 상품 유통저장소를 설립하기 시작하면서 마카오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은 마카오 토지임대권을 얻어 지세를 내기 시작했는데 1845년 관세가 없는 자유무역항으로 변신한 마카오는 유럽 여러나라 선박에 개방돼 광둥무역의 근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중국과 포르투갈은 1986년 마카오 반환교섭을 시작한 이후 1987년 3월 마카오 주권반환 협정에 조인하고, 1999년 12월 20일 마카오에 대한 주권의 중국 귀속 및 독립적 행정부와 마카오만의 생활방식을 보장받는 등 자체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하는 특별행정구역으로 자리잡았다.
1999년 여름, 중국으로 반환을 앞둔 마카오는 범죄 조직과 공무원들과 연계된 범죄가 큰 골치거리였고 경찰 및 행정공무원조차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화 <이사벨라>는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인 이 ‘특별한 여름’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극중 ‘싱’이 범죄 연루 혐의로 옥살이를 하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정부는 ‘싱’처럼 경찰들의 부패 척결을 위한 해결책으로 부패에 연루된 정직 중인 공무원들을 엄하게 처벌했고 사회가 부패된만큼, 이를 위한 해결책 역시 매우 엄했다고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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