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를 휩쓴 전설의 비디오시리즈 [주온], 극장판으로 공포도 업그레이드! [여우령], [링]으로 시작된 일본 호러 영화의 붐이 서서히 잠잠해지던 1999년,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비디오 시리즈 [주온], [주온 2]가 교묘한 스토리텔링과 영상감각으로 일본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상상을 초월한 공포로 화제가 되어 일본 내 발매중지까지 갈 뻔했던 전력을 지닌 이 시리즈는 2002년, 드디어 다카시 감독에 의해 극장판으로 만들어졌다. 비디오 시리즈는 입소문과 인터넷 사이트등을 통해 이미 국내 호러팬들에게도 순식간에 퍼져나가 많은 열성팬을 낳고 있으며 극장판으로 선보이게 된 [주온]은 모든 면에서 스케일이 커져 관객들은 또 다른 종류의 충격에 전율할 것이다.
[스파이더 맨]의 샘 레이미 감독, [주온]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결정!
2002년 세계 영화 마켓에서 해외에 첫 선을 보이자마자 [주온]은 많은 관계자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숨 쉴 틈없는 공포의 릴레이를 보여준 [주온]은 결국 [스파이더 맨], [이블데드] 시리즈의 샘 레이미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가 결정되었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링]이 할리우드에서 성공적으로 리메이크 된 이후 할리우드의 일본 공포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주온]의 리메이크는 더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동양 특유의 섬세하고 스멀스멀한 공포는 사지절단의 하드고어에 익숙한 북미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감각의 호러물로 각광받고 있어 앞으로 동양적 정서를 지닌 공포물의 리메이크 제작은 계속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호러계의 무서운 신예 탄생! 거장들의 적극적 지지와 후원으로 주목받는 시미즈 다카시 감독!
2001년에 호러만화 [토미에]를 영화화한 시리즈의 3편 [토미에 리버스]로 데뷔한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일본 영화계에서 이미 공포영화의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지만 그가 호러 영화계의 신세기를 여는 감독으로 지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뒤에 쟁쟁한 후원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호러계의 거장 나카다 히데오와 다카하시 히로시, 그리고 구로자와 기요시가 그를 격찬하고 나섰다. 다카하시 히로시와 구로자와 기요시는 [주온] 극장판의 감수를 자청하기도 했다. [주온]의 광기에 넘치는 공포와 흥분은 토브 후퍼 감독의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로 이어졌던 공포영화의 센세이션, 그 이상의 충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평가받는다.
영화에 대하여
당신의 책상 밑에, 그리고 이불 속에...
동양. 특히, 일본 호러는 잔혹한 살육 장면으로 눈을 찌푸리게 하는 서양 호러 영화와는 달리 머리카락이 쭈삣하게 만드는 심리 호러다. 이런 심리 호러는 인간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원초적 욕망, 즉 자신이 이루려했던 사회적인 욕망과 거기에서 파생된 개인적인 원한과 저주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원한과 저주같은 개인적 파국은 가정이라는 안식처에서 중화되기 마련인데, [주온]에서는 오히려 불륜을 통해 가족이 파괴된다. 따라서 가정이라는 안락한 공간은 이때부터 공포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데 특히 일상적인 공간들, 침실, 부엌, 계단들이 갑자기 낯설게 보이고 심지어 그 공포를 피해 숨어든 이불 속까지도 그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이런 가정의 원한은 집과 관련된 모든 사람. 즉, 이웃이라고 하는 사회로 전염병처럼 번져나가 돌이킬 수 없는 공포를 낳는다. 마치, [링]에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타인에게 비디오 테이프를 복사해주듯이 말이다.
뒤섞인 시간, 풀리지 않는 저주...
관객을 소스라치게하는 끔찍한 장면이나 공포의 원인에 대한 미스테리적인 접근 방식은 기존 공포영화에서 익히 봐왔던 것이지만 [주온]의 스토리텔링은 좀 특이하다. 각 인물별 섹션으로 진행되면서 시간을 건너뛰고 다시 되돌아가는 등... 처음에 관객이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인물간의 관계, 드러나는 공포의 실체 등은 호러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어떤 식으로 배열해야 공포감이 증폭될까를 고민했으며 이런 구조는 그것이 공포물이나 코미디, 어떤 장르이건 간에 묘미를 더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시나리오상의 아이디어를 두고 [큐어], [회로]의 구로자와 기요시 감독은 [주온]은 [펄프 픽션]같은 영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잡음의 공포, 눈감을수록 커진다!
카메라가 어두움 저편을 응시할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에서 관객의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더욱 공포스럽게 만드는 것은 [주온]이 사용한 사운드의 힘이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소음들. 또는 항상 들어왔던 익숙한 잡음들을 공포의 대상으로 끌어오는데 [주온]은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이런 사운드 효과는 극중 인물들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하게 되며, 그 공포를 다시 관객들에게까지 전이한다. 이로 인해, 실제로 귀신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보다도 특별한 장면이 아닌 곳에서 오히려 관객들은 초조함을 느께게 되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잡음들, 어린 아이가 내는 고양이 울음소리, 계단의 삐걱거림, 여자의 신음소리, 벽장 안에서 들려오는 나무 긁는 소리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이는 것 이상의 공포를 체험하게 한다.
원한이 낳은 저주의 아이, 토시오
5년전 사라진 그 아이... 그 집에 남아있다.
대부분 영화 속 아이들은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약자로 그려진다. 하지만 순진한 얼굴의 아이들이 우리의 삶을 깨뜨리려 한다면 그 공포감은 다른 무엇보다 끔찍하게 기억될 것이다. 5년전 실종된 토시오가 창백한 아이의 모습으로, 고양이 소리를 내며 집안을 찾아와 사람들을 위협하듯, [주온]을 비롯한 몇몇 영화에서 아이들은 가해자의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오멘]에서 데미안은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사람을 죽이고, 스티븐 킹의 [공포의 묘지]에선 아이가 자신을 다시 살려낸 부모를 죽이려 달려들기도 한다. 또한, 악령에 들린채 목이 돌아가고 악마의 목소리를 내며 광분하는 [엑소시스트], 따돌림당하던 분노로 파티장을 불바다로 만드는 [캐리]까지 이 연약한 아이들의 순수한 분노는 우리를 더욱 두렵게 한다.
인터뷰
비디오판 [주온], [주온 2]가 세상에 나오고 나서 호러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대단히 강하게 각인 되고 있는데.
호러물을 유치원 때부터 좋아한 것 같다. 보모한테 맘에 드는 귀신이야기를 몇 번이나 읽어달라고 조르곤 했던 기억이 있다. 호러영화에 완전히 몰두하게 된 건 중학생인가 고등학생 때다. 당시는 정말 무서운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호러영화를 찍게 된 계기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각본가인 다카하시 히로시가 추천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그 전까지는 내가 호러영화를 찍을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전부터 자신이 각본을 쓰고 있었나?
대학을 중퇴한 후 [잠자는 남자]라는 영화의 스탭을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고, 미술부에서 들어가 소도구를 담당했었고, 2시간짜리 TV 드라마나 V시네마 조감독을 4, 5년 했다. 그러던 중 현장에 있어도 지식이 없으면 안된다고 해 영화기술미학강좌를 들으러 다녔다. 거기서 과제로 각본을 쓰기도 하고 비디오로 촬영해서 편집한 3분짜리 영상물을 만들기도 했다. 사이코 서스펜스 각본을 쓰고 있던 중 구로사와 감독이 불러 단편영화의 감독을 하라고 했다. 그때 만든 두 편의 단편이 [구석], [4444444444]인데 이것이 [주온]의 출발점이다. 그 당시 썼던 이야기들은 결국 같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영상화 한 것이 비디오판 [주온], [주온 2]가 됐다.
비디오판 [주온], [주온 2]나 영화판 [주온]의 발상은 어떤 식으로 생각해냈나?
비디오판 [주온]. [주온 2]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완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단지 공포묘사만은 집중적으로 연출할 수 있었던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 몇 가지의 에피소드가 복잡하게 교차해 가는 아이디어는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테가로그]를 좋아했기 때문에 공포물이든 코미디든 어떤 장르라도 그런 구성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카하시 감독이 읽어보더니 펄프픽션이라고 말했다. 공포테크닉은 어떻게 습득하게 됐나?
어릴 때부터 장난을 좋아했다. 길을 걷다가 그림자가 보이면 정말 싫겠다든가 아니면 우스울까 그런 것만 생각했다. 이상한 짓을 해서 형제들을 놀라게 하고 울리고선 좋아했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느끼고 상상한 결과인 것 같다.
이번에 비디오판에서 극장판으로 옮기면서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나?
어둠이었다. 비디오라면 그냥 까맣게 나올 뿐이지만, 필름이기 때문에 어둠의 깊은 속까지 미묘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비디오보다 극장판에서는 어둠 암흑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비디오판과 마찬가지로 극장판에서도 몇 부분 스토리를 퍼즐처럼 교차시켰던데 묘미가 어디 있다고 생각합니까?
하나의 스토리라인만을 맛보기보단 서서히 드러나는 인간관계라든가 점차적으로 알아가는 것이 장편영화의 재미를 더 한다고 생각해서이다.
극장판은 비디오판 심령묘사와는 달리 안개나 그림자로 존재를 표현했는데 그 의도는?
사실은 그것이 이번 작업에서 하고 싶었던 테마같은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림자를 두려워한다. 그건 왜 일까? 왜 그림자가 무서울까? 각본을 쓸 때부터 그 점을 생각했는데, 그것이 영화판 [주온]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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