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제국(1978, The Empire Of Pa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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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라피의 신화적 걸작 '감각의 제국' 그로부터 2년 후... 오시마는 '감각'을 넘어 '열정의 신화'를 모색한다!!
[감각의 제국]의 외설시비로 재판 중이던 1976년 말, 새 영화의 시나리오로 고민하던 오시마는 자신에게 보내온 무수히 많은 책 중에서 하나의 제목을 발견한다. 이토코 나카무라라는 낯선 작가가 보낸 소설 [타카시 나카슈카, 땅을 일군 삼대 Three Generations to Make the Land Fertile]. 오시마 감독은 책과 함께 보낸 그 이름 모를 작가의 편지를 읽게 된다. 이 메시지는 오시마를 감동시켰고 그는 정식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한다. 천재작가 '타카시 나가슈카'의 삶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 속엔 1896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인력거꾼, 기사부로 살인사건'이 실려 있다. 강렬한 성적 충동을 안고, 일상의 삶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방황하는 두 연인이 오시마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에 목매어버린 다양한 형태의 군상들만큼 오시마를 흥분시키는 주제도 없다. 그에게 있어 감각이 없는 삶은 바로 지옥과 다름없다. 관객들에게 '감각'으로 포장된 삶을 계속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오시마 나기사. [감각의 제국]의 재판이 계속되던 그 와중에도 그를 움직인 이 사랑이야기는 감각의 왕국 건설 후 정확히 2년 뒤에 다시 세워지기 시작한다.
흔들리는 땅, 살랑거리는 바람, 속삭이는 나무... 自然이 유혹한 불륜의 치정
- 오시마의 치열한 열정에 깐느가 헌사하다! -
[감각의 제국]의 공간은 인공적으로 창조된 공간이다. 극단적으로 탐미적이며 기하학적으로 완벽하게 계산된 세트 안에 정갈하게 배치된 가구, 금박으로 수놓은 기모노, 원색의 대조로 화려함을 극대화시킨 침구들... 그러나 <열정의 제국>에서는 자연에 대한 문제가 있다. 세키는 그녀의 남편과 함께 사는 집을 가지고 있고, 토요지는 그의 동생과 통나무집에서 같이 산다. 어떠한 장식도 인공적이지 않으며 그 자체로 쾌락의 기운은 없다. 관객들은 두 연인이 성에 대한 충동 때문에 몰락의 구렁텅이로 빠진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오시마는 "두 연인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끊임없이 자연에 의해 위협받는 느낌 때문"이라고 말한다. 삶 그 자체가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흔들리는 땅, 살랑거리는 바람, 속삭이는 나무, 노래하는 새와 벌레들... 그리고 기사부로의 혼령 역시 자연과 다를 바가 아니며 바로 그 자연에 의해 충동받을 때 섹스도 사랑도 감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연의 부추김으로 인해 서서히 감각의 세계로 빠져들면서 사회규범이나 이성을 뛰어 넘을 정도로 잠재된 감각을 일깨우게 되는 것. 오시마는 [열정의 제국]에서 [감각의 제국]보다 더 심오하게 삶의 근원을 파고든 셈이다. 오시마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잔인한 사랑의 격렬함은 눈을 멀게 할만큼 아름답다. 화면 곳곳에 풍기는 설화적인 분위기와 이국적인 에로티시즘의 정조, 그리고 절제된 장면들이 조화를 이룬 영상력 등 감독 특유의 개성이 넘치는 일본 최고의 치정극이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깐느는 그에게 최우수 감독상의 영예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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