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대작 몇편 중에서 [텔미썸딩]은 단연 첫손가락에 꼽히는 화제작이다. [접속]으로 데뷔한 장윤현 감독에 화려한 '투톱' 한석규·심은하, 배급 시네마서비스로 짜여진 진영은 일낼 조건을 두루 갖췄다. 한국영화로는 흔치 않았던 '선혈이 낭자하고 시체가 찢기고 엽기적이고 잔혹한 상황을 보여주는' 하드고어 스릴러라는 점도 관심을 더한다. 게다가 엽기인 살인행각과 극단적인 광기에서 비롯된 비극을 통해 세기말을 사는 현대인들의 심리적 공황을 이야기하려 한다는 감독의 의도는 흥미롭다.
토막살인사건 수사에 나선 조형사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낸다. 그러나 이건 범인이 의도적으로 흘린 것. 희생자 세명 모두의 연인이었던 채수연이 용의선상에 떠오늘다. 사건의 진상은 채수연을 둘러싸고 속속 밝혀지는 듯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사건의 열쇠는 채수연의 행적에 달려 있고, 조형사는 그녀의 기억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제목대로 '무슨 말이든 해주길' 바라지만 끔직한 사건의 정점인 채수연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크레딧이 올라가봐야 범인 추리가 끝나는 것도 <텔미썸딩>이 구미를 당기는 큰 요인이다.
지난 한 해 충무로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장르의 다변화이다. 다양한 장르실험에 대한 적극적인 시도, 그리고 이어진 몇가지 성공사례를 주시해 본다. 복고풍의 정통 멜러에서부터 SFX적 요소로 무장한 환타지물까지, 잔혹한 상황마저 웃게 하는 코미디서 부터 죽은 원혼의 무서운 복수극에 이르기까지. 젊은 관객들의 달라진 감성지수를 반영하듯, 경쾌하고 모던한 멜러물은 물론이고 기존의 보수적인 고정관념으로는 다소 금기시되던 영화들 역시 장르를 불문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 호응의 핵은 "새로움". 모험 혹은 또 다른 새로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하드고어 스릴러" 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한다.
[텔미썸딩]은 한국영화로는 볼 수 없었던 본격 "하드 고어 스릴러"를 지향한다. 시각적 엽기성, 공포감을 표현하는 화면 구도와 빛, 긴장을 유도하는 음악과 음향, 스타일이 있는 아트... 장르 특성상 기술적 완성도에서 성패가 좌우되는 만큼, [텔미썸딩]은 촬영, 조명, 사운드, 특수효과, 미술, 편집 등에 있어서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스텝들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다. 특히 [접속]에 이어 장윤현 감독과 두 번째 만남을 갖는 [쉬리]의 김성복 촬영감독과 [정사]의 임재영 조명감독이 최고의 기술과 팀웍으로 유려한 영상을 약속한다.
또한 영화의 하드고어적 분위기 창출을 위해 사실감있는 특수효과가 중요시되는 바, '토막난 시체' "질펀한 피" 등의 소품들은 CG사용에 의한 인위적 영상을 최소화하고, 국내외의 전문팀을 기용해 특수제작했다. 완성도 높은 하드고어 스릴러로서의 [텔미썸딩]에 신뢰를 부여하는 또 한 가지 요소는 감독 장윤현. 첫 작품 [접속]에서 현대인의 고독한 일상과 커뮤니케이션에의 갈망을 모던한 스타일로 그려 호평을 받았던 그는, 신세대의 기호와 감성을 정확하게 운용하는 몇 안되는 감독 중의 한 명이다. 하드고어 스릴러 [텔미썸딩]과 모던하고 감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는 장윤현 감독의 결합은 젊은 관객층을 한층 더 세련되어진 공포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