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캐스팅! - 8명 미인들과의 황홀한 7주낮 7주밤! 프랑스 개봉 첫 날 신기록 수립,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
까뜨린느 드뇌브, 이자벨 위뻬르, 엠마뉴엘 베아르, 화니 아르당 등 프랑스 최고의 여성스타 8명을 한꺼번에 내세운 초호화 캐스팅만으로도 2002년 베를린을 뜨겁게 달구었던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8명의 여인들>. 2002년 2월 6일, 프랑스에서 개봉 첫날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과 단체연기상을 수상하며 흥행과 작품성을 두루 거머쥔 이 영화는 <타게스슈피겔>의 평론가 투표에서도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시사회장과 기자회견장에서도 최고의 열기를 보였다. 까뜨린느와 화니, 이자벨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함께 출연한 덕분에 세기의 캐스팅이라고 호들갑을 떨며, 몇몇 기자들은 촬영 당시 여배우들간의 경쟁과 질투가 어땠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까뜨린느는 "남자나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질문"이라고 일축하는 등 당당한 위세를 보여주었다고.
촬영감독 쟌느 라쁘와리에 따르면, 스탭들은 황홀하기 이를데 없는 유명한 여배우 군단과 함께 작업을 해야 한다는데 적잖은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유명한 만큼 까다로운 그녀들의 신뢰를 얻는 문제가 가장 컸기 때문. 그들은 여배우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몇 가지 메이크업 테스트를 했는데, 그 덕분에 각 배우에게 알맞은 조명을 찾고 서로간의 신뢰도 싹트게 되었다고. 결국 각 배우들은 자신의 매력을 100%이상 발휘해준 의상, 헤어, 메이크업 등에도 매우 흡족해했고, 초반에 걱정을 많이 했던 이자벨 위뻬르조차 테스트를 본 뒤에는 심사용 프린트를 보지 않을 만큼 완전히 믿기 시작했다. 그 후 처음에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8명의 대거 미인군단과 함께 만든 알쏭달쏭한 뮤지컬 추리극은 7주낮 7주밤을 끝으로 완성된다.
아가다 크리스티식 음모를 고전적 범죄 스릴러에 결합시킨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다!
여성들만으로 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쿠커의 <여인들(The Women)>을 다시 한 번 본 후에 영화의 모태가 된 연극에 대한 소유권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미 줄리아 로버츠와 맥 라이언이 수년간이나 리메이크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프랑스판 <여인들>을 만들겠다는 꿈은 접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미니크 베스네하르 덕분에 1960년대의 범죄영화인 <8명의 여인들>과 만날 수 있었다.
<8명의 여인들>의 작가인 로버트 토머스는 지금은 많이 잊혀지긴 했지만, 1970년대 주류 프랑스 연극에서 인기를 누렸고, 히치콕이 그가 쓴 작품 중의 하나를 사들이자 부를 얻기도 했던 인물이다. (불행하게도, 히치콕의 사망으로 그 작품은 빛을 보지 못했다.) <8명의 여인들>을 보는 순간 여성만으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내 계획에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경은 연극과 비교해 거의 변형 없이 유지하되, 이야기는 단순화시켰다. 극중의 유머를 키우고 인물에 깊이를 주는가 하면, 여덟 명의 여인간의 경쟁관계와 가족 문제는 좀더 복잡하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했다. 살인자가 포함된 폐쇄된 환경과 아가다 크리스티식의 음모를 고전적 범죄 스릴러에 결합시킨 코미디를 만드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러면서도 여성성과 배우, 그리고 계층간의 알력과 비밀스런 가족사에 가벼우면서도 경쾌한 터치를 가하고 싶었다.
<워터 드롭스 온 버닝 락>과 마찬가지로 <8명의 여인들>도 여성적인 미와 매력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양식화와 인위성을 강조한 반자연주의 영화이다. 그래서 잔인함이나 공포마저도 훨씬 더 화려하고, 의미 있고 색다르게 느껴져서 관객들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배우들이 아름다워야 했다. 배경을 1950년대로 정하자 이 영화의 의외의 반전과 인위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 갇힌' 여덟 명의 여인들의 화려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그럴싸하게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흑백 영화(줄리앙 뒤비비에, 장 들라누와, 끌로드 오땅-라라 감독 등의 음울한 영화)였던 1950년대 프랑스 영화보다는 차라리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뮤지컬 코미디에 나오는 천연색의 테크니컬러나 더글러스 서크의 현란한 멜로드라마가 참고로 삼기에 더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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