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 프로듀서 김선아
장준환 감독의 단편영화 [2001 이매진]을 보고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엉뚱하면서도 조금은 감동적인 독특한 영화였다. 아마 장준환 감독은 한동안은 독특한 상상력이라는 수식어를 계속 붙이고 다닐 운명인 것 같다. [지구를 지켜라!] 역시 한마디로 내용과 스타일을 정리할 수 없는 독특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강원도 태백 외딴 산골마을에 사는 병구는 또라이인지 천재인지 분간이 안가는 수상한 청년이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부조리함, 특히 자신을 둘러싼 이 불행한 모든 일들이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믿는다. 그리하여 병구는 외계인들을 납치해서 고문하고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 지구를 구하고자 고군분투한다. [지구를 지켜라!]는 만화 같은 상상이 탄탄한 드라마와 만나는 영화이다. 그런데 그 엉뚱한 이야기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병구의 울분이 숨어있다. 기발하고 코믹한 상황들을 즐기고 드라마를 따라가는 사이 병구는 세상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슬픈 감정으로 우리를 묶어 놓는다. 페이소스가 없는 코미디는 앙꼬 없는 찐빵 같은 게 아니겠는가?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청년 병구에 대한 연민어린 시선은 이 독특한 상상력의 코미디에 또 다른 감동을 불어넣는다. [지구를 지켜라!]가 갖고있는 이런 매력들이 1년이라는 시간동안 모든 스탭들과 배우들을 함께 묶어놓은 힘이자 자신감이었다. 지금 [지구를 지켜라!]는 2003년 영화계에 펀치를 날리기 위해서 몸을 풀고 있다.
범우주적 코믹납치극... 이렇게 보면 2배로 재밌다!!
상상초월... 고정관념을 허물어라!
상상력의 한계? [지구를 지켜라!]는 기존 한국영화 상상력의 한계에 도전한다. 이 영화의 핵심은 허구와 리얼리티를 넘나드는 독특한 상상력의 자유로움에 있다. 영웅에 대한 기대감, 권선징악에 대한 뻔한 결말, 인간과 우주에 대한 새로운 해석, 모든 고정관념을 허물고 뒤집는데 이 영화의 재미와 매력이 있다.
한국 코미디... 지금까지 다가 아니다!
코미디는 무조건 웃겨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코미디가 흥행하는 제1조건은 폭소. 그래서 조폭이나 섹스를 소재로 한 코미디가 대박을 날렸다. 얻은 것은 웃음이요, 잃은 것은 작품성과 완성도다. 그렇다면 한국코미디는 이게 다인가? 아니다. 여기 한국코미디의 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영화가 있다. 상황과 캐릭터의 충돌, 사회 풍자적인 소재의 [지구를 지켜라!]는 희비극적인 감정을 동시에 주는 하이 코미디다.
독특함에… 승부를 걸어라!
이야기, 캐릭터, 장르, 촬영, 미술, CG까지. [지구를 지켜라!]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의 핵심은 독특함이다. 기존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보기 힘든 영화! 외계인을 소재로 한 판타지에, 평범한 청년이 지구를 지킨다는 동화적 요소, 진지한 웃음을 통해 세상을 꼬집는 풍자와 극적 아이러니. 이 독특함과 황당함으로 한국영화의 뒤통수를 친다. 관객들을 따라가기 보다 관객들을 리드하는 영화. 그것이 [지구를 지켜라!]다.
한국영화에 새로운 펀치를 날린다!!
한국 최초의 외계인 소재 영화 주인공 병구는 꿈꾼다. 지구의 모든 힘없고 버림받은 자들이 외계인의 음모로부터 해방되기를.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한국 최초의 외계인 소재 영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외계인의 실존이 아니다. 외계인은 현실도피의 수단일 뿐이다. 외계인이나 UFO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아주 근사한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묻는다. 지구를 파괴하려는 건 저 먼 행성의 외계인일까? 아니면 지구에 살고있는 우리 자신일까? 일상사의 에피소드를 희화시키는 요즘, [지구를 지켜라!]는 범 우주적인 주제로 시선을 돌려 한국 영화의 소재를 넓히고 있다. 범우주적 코믹납치극
코미디, 서스펜스를 만나다!
[지구를 지켜라!]는 개인의 과대 망상에서 시작해 범 우주적인 주제로 마무리된다. 전반적으로 [미저리]를 연상시키는 드라마가 주축이지만 극적 긴장감을 주는 키 포인트는 황당하고 엉뚱함. 말하자면 리얼리티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상상력을 폭발시킨다. 특히 이 방대한 이야기는 코미디, 액션, 멜로, 스릴러, 미스터리, SF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혼합장르를 탄생시킨다. 이것만이 아니다. 영화 곳곳에는 [2002 스페이스 오딧세이], [길], [블레이드 러너] 등 당대의 앞서갔던 영화들의 오마주가 깔려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치 역시 오로지 캐릭터와 드라마를 위해 존재한다.
아날로그적 판타지를 보여주는 촬영, 미술, CG!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미래세계와 가상공간. 그건 할리우드가 잘하는 방식이다. [지구를 지켜라!]가 보여주는 판타지는 바로 아날로그적인 정서와 감각이다. 모든 열쇠는 병구라는 캐릭터에 있다. 병구가 손수 만든 집은 비밀기지국으로 인물의 정서를 보여주고, 카메라는 시종일관 인물의 시선으로 움직인다. 영화에는 상반된 공간이 나온다. 병구의 주 공간인 지하실과 병구를 약자로 만드는 외부세계. 카메라는 지하실에서 조여오는 느낌으로, 외부세계는 와이드한 화면으로 상반되게 보여주고 강한 콘트라스트와 초록색과 붉은색의 대비는 병구와 강사장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이 모든 것 역시 캐릭터와 드라마를 위해 존재한다.
대한민국 청년 병구야~ 지구를 지켜라!
1970년대 [슈퍼맨]. 1980년대 [독수리 5형제]. 1990년대 [맨 인 블랙]. 그럼 2000년대엔 누가? 지구를 지키는가! 대한민국 최초의 지구수호자 병구는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처럼 강력한 파워나 특별한 능력이 없다. 그의 무기는 외계인이 지구를 위협해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는 개인적인 확신과 외계인을 무기력화 할 수 있다고 믿는 물파스, 때밀이 수건, 텔레파시 차단모자가 고작이다. 그렇게 병구는 그 자신의 리얼리티로 우주와 맞선다. 이 영화를 재밌게 보는 첫번째 방법은 병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병구로부터 외계인으로 지목 받는 강사장은 사회악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비정한 기업가이자 철면피한 인물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와 상상을 초월하는 캐릭터의 대결. 2003년 한국영화계를 발칵 뒤집을 장준환 감독의 재기는 바로 이 두 명의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프로덕션 노트
[지구를 지켜라!] 프로덕션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드라마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미술은 드라마의 분위기를 잡아주고 촬영은 드라마를 완성해주었다. 컴퓨터그래픽은 상상력을 보여주고 음악은 풍부한 감정을 만들어준다. 한국영화 최강의 아트웍 팀이 만들어낸 [지구를 지켜라!] 프로덕션 과정을 살펴보자.
1. 촬영
연출을 맡은 장준환 감독은 몇 번을 강조해서 말한다. [지구를 지켜라!]는 드라마와 캐릭터의 감정이 잘 표현 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지 스타일을 추구하는 건 아니라고. 그래서 이 영화에서 카메라의 기교가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구를 지켜라!]는 홍경표 촬영감독이 2년 넘게 기다려온 작품이다. 재기 넘치는 상상력이야말로 카메라가 뛰어 놀기 가장 좋은 무대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배우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고 빛과 색의 마술사라 불릴 만큼 감각적인 그의 카메라는 이번엔 병구, 강사장, 순이를 종횡무진하며 코미디와 서스펜스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Q & A : 홍경표 촬영감독 [지구를 지켜라] 촬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이 영화는 테크닉에 의한 코미디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 때문에 코미디가 발생하는지를 가장 먼저 파악한 후, 그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처음 병구가 강사장을 납치하기까지는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으로 시작하고, 그 다음부터는 각각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에 충실했다. 예를들면 지하실은 병구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공간이라서 조명도 일부만 비춰 어둠 속에 감춰진 분위기로 상상 할 수 있도록 했다.
표현방법에 있어서 신경을 쓴 것은 무엇인가? 색채와 렌즈였다. 전반적으론 조금은 특별한 그린 톤의 화면이 기본 컨셉이지만, 푸른빛과 붉은 빛의 대조를 통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느낌도 주었다. 지구의 역사나, 주인공의 과거사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장면은 질감자체가 다르게 표현돼야 할 부분이었기에 Bleach Bypass (필름 현상중 은입자를 남기는 방법으로 탈색한 느낌을 준다), 반전필름 (필름에서 바로 현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색이 과장되게 보인다) 등을 사용했다. 렌즈의 경우 지하실은 닫힌 공간 안에서 조여 오는 느낌, 외부는 와이드한 화면으로 상반된 느낌을 주기 위해 다양하게 사용했다.
컷도 아주 많다고 하던데?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은 카메라의 움직임이었다. 장준환감독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카메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핸드헬드(카메라 들고 찍기), 스테디캠(움직이는 카메라), 지미짚(공중에 띄워 찍는 카메라), 팬더달리(이동차) 등 움직이는 모든 카메라 장비가 동원됐다.
2. 미술
[지구를 지켜라!]의 이미지는 몇 편의 영화를 예를 들면 쉽게 떠올려진다. 겹겹이 쌓여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깊은 산속 집은 [미저리]의 분위기, 마네킹이 가득한 지하실은 [양들의 침묵], 그리고 강한 콘트라스트는 [쎄븐]. 장준환 감독은 드라마의 70% 이상이 진행되는 지하실은 축축하고 눅눅한 더운 초록, 외부는 아늑하고 푸르른 신록의 모습으로 강한 대비를 통해 영화가 갖고있는 두 가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화산고]를 끝내고 바로 이 영화에 합류한 장근영, 김경희 미술감독은 1년이 넘는 프리프로덕션 기간동안 장준환 감독과 콘티 작업을 같이하며 필요한 앵글에 따른 셋트 설계, 의상, 소품들을 일일이 만들었다. 일상적인 공간을 판타스틱하게 탈바꿈 시키는 그들의 장기가 [지구를 지켜라]에서도 병구의 상상력을 뒷받침해주는 공간을 창조했다.
Q & A : 장근영, 김경희 미술감독
[지구를 지켜라!] 미술의 컨셉은 무엇인가? 미술작업의 대부분은 비밀기지국 같은 병구집을 만드는 것이었다. 알 수 있는건 옛날 광산촌 목욕탕을 개조한 집이라는 것 뿐이다. 외부를 비롯한 1층 실내 공간은 강원도 광산을 모두 헤매고 다니며 찾아낸 함백산 1300m 고지에 자리 잡았고, 지하공간은 부산 종합촬영소안에 지어졌다. 컨셉은 병구가 오랫동안 손수 지은 집이다. 내가 병구라면? 집, 무기, 구할 수 있는 물건은 무엇인가? 병구는 돈이 많은 것도, 전문가도 아니다. 주변의 집기를 주워다 만들었을 것이고 오랜 시간 외계인을 연구한 세월의 흔적이 보여야 한다. 그래서 뭔가 어설프지만 정교하기도 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했다. 의도적 조악함이라고 해야 할까?
각각의 장소를 소개한다면? 1층 오픈 셋트는 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로 강원도 전통 너와집 분위기를 냈다.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아온 자연스런 느낌이 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미술팀은 2개월동안 그곳에 머물며 풀 한 포기, 돌 하나씩 일일이 주워 나르며 정말 사람의 흔적을 남겼다. 지하공간은 고문실이 있는 비밀공간, 외계인에 대처하기 위한 병구의 연구실, 마네킹을 제작하는 작업실 등 세 개로 나뉜다. 광부들이 오랫동안 써온 때가 묻어 있는 목욕탕이기 때문에 울퉁불퉁 하고 입체적인 타일의 느낌을 살렸다. 무엇보다 편집광적이며 열정적인 독학으로 외계인을 연구해온 병구의 흔적을 드러내기 위해 실험도구, 고문기구, 무기, 온갖 기괴스런 표본, 연구자료 등으로 공간을 빈틈없이 꽉 채우는 것이 굉장한 작업이었다.
방대한 소품 작업은 어떻게 했나? [지구를 지켜라!]의 소품은 하나도 그냥 사다 쓴 것이 없다. 대부분의 소품은 손수 만들거나, 사온 것은 해부하고 재조립해 때를 묻혀 사용했다. 안전모를 응용해 납으로 만든 텔레파시차단모자, 이발소 의자와 변기를 응용해 만든고문의자 등 미술팀은 병구처럼 생각하고 직접 만들어야 했다. 특히 100쪽 가까운 병구의 연구 노트를 일일이 구상하고 만들기까지는 진짜 병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3. 컴퓨터그래픽
[화산고], [2009 로스트 메모리스] 등을 통해 한국영화 기술력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장성호 CG 감독은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많은 일더미 속에 묻혀 사는 사람이다. 기술은 예술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예술은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말로 CG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하는 그이지만, 드라마를 도와주는 컴퓨터그래픽, 튀지않는 컴퓨터그래픽 디자인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믿음이 간다.
4. 음악
[지구를 지켜라!]의 음악은 영화에 뒤섞여있는 장르 만큼이나 다양한 스타일이다. 컨셉은 두 가지. 장르에 충실하던가, 반대로 장르를 비틀던가. 장면과 대조되는 음악으로 코믹함을 준다는 전략이다. [지구를 지켜라!] 영화음악을 맡은 이동준은 은행나무 침대와 초록물고기로 청룡영화제 음악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민속악기와 오케스트라 연주를 즐겨 사용한다. [지구를 지켜라!] 음악은 히치콕 영화에서 스릴러를 만들어주는 날카로운 음감과 [펄프픽션]의 코믹함이 섞여 있다고 말한다.
신하균 인터뷰
[지구를 지켜라]를 하게 된 배경? 정말 하고 싶었다. [복수는 나의 것] 촬영 중에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드라마가 탄탄하고 재미있었다. 이 작품 선택할 때 재거나 고르거나 하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성격 때문에 가만히 있었지만 속으로는 아주 기분 좋게, 신나게 일했다. 그래, 한번 해보자! 이런 마음.
처음 기대만큼 작업도 만족스러웠나? 재미있었다. 워낙 감정도 복잡하고, 닫힌 공간이 많아서 힘들기도 했는데, 작품이 재미있으니까. 여유 있게 즐기면서 하지는 못한 것 같다. 배우도 감정 따라서 가는 건데 병구가 보통 사람은 아니니까 현장에서 항상 긴장하고 있었다.
병구를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인가? 그동안 연기했던 영화 중에서(다른 작품이 쉬웠다는 건 아니지만) 제일 힘들었다. 다른 욕심 부리지 말고 병구라는 인물을 일관성 있게만 잘 유지해나가자. 그게 바로 내 책임이다. 라고 생각했다. 병구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을 납치한다. 정상적인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보도 아니다. 거기에다 영화는 리얼리티와 허구를 넘나드며 여러 장르를 해체 시켜 놓았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일관되지 않고 상황에만 집착하고 상황에 따라 다른 연기가 나오면 두시간 동안 관객이 인물을 못 따라 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넘어야 될 선과 넘지않아야 할 선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더 해줘도 되고 더 감정이 보여도 되는 부분이 있었을 텐데 감정을 유지해 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게 힘들었다.
병구는 과대망상증 환자인가? 그게 굉장히 어려웠다. 병구 자신도 그 선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을 보면 무슨 말인진 모르겠는데 듣는 사람이 쏙 빨려 들어가게 얘기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이상하다는 것도 알고있다. 하지만 내가 캐릭터를 바라봄에 있어서는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병구가 왜 그렇게 됐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촬영장까지 가면서 항상 두가지를 다짐했다. 심정으론 왜 병구가 그렇게 됐느냐? 표현은 넘어야 할 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유지하는 것. 아침에 그거 두개는 꼭 챙겼다.
병구가 되기 위해 준비한 것은? 특별한 준비랄 게 없었다. 병구에게는 내가 갖고있는 모습이 많다. 동질감을 느꼈다. 병구의 아픔, 심리상태 같은걸 생각했고, 감독님이 사이코드라마 비디오를 하나 줬다. 캐릭터 잡을 때 영화를 찾아본다거나 하진 않는 편이다. 혼자 생각을 많이 한다. 망상 같은 것. 외계인 공부 같은 건 안 했다. (웃음)
물리적으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나름대로 과격한 액션 씬도 많았다. 가장 힘든 장면은 백윤식 선생님도 힘들었을텐데 마지막 공장에서의 액션씬이다. 일주일동안 스프링쿨러 틀어놓고 아침부터 밤까지 물 맞아 가면서 찍었다. 모자도 답답했다. 오른쪽 귀 옆에 돌아가는 장치가 있었는데 소리가 나니까 삐그덕 삐그덕 신경이 많이 쓰였다. 처음엔 웃기고 황당했는데 계속 쓰고 있으니까 적응이 되더라.
상대배우 백윤식씨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어렵진 않았나? 선생님이 편하게 대해 줬다. 병구가 가해를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납치할 때, 탈출하려고 할 때, 그럴 때 배우는 감정이 올라가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 할 때가 있다. 안그래도 미안한데 그럴 때 이해해주고 편하게 대해줘서 무척 고맙다.
장준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만나기 전에 주위에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유명한 사람이더라.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니까 '[지구를 지켜라!] 시나리오 읽었지? 그런 거 쓸 사람이야.' 하더라(그는 이렇게 말한 후 반 농담이라는 말을 계속 강조했다. 반 농담). 다른 감독과 틀린 점은 디테일한 얘기를 많이 해줬다. 자상한 편이다. 모니터 앞에 있는걸 언뜻 언뜻 보면 모니터 앞에서 자기가 막 연기를 해본다. 또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 연기자가 잘 이해를 할지 고민한다. 우리 둘은 비슷한 점이 많다. 취향, 살아가는 방식, 술을 좋아하지만 폭주를 하지는 않는 것 등...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우리가 뭐 여러 군데 다녔나? 병구집(웃음)! 태백에서 두 달 정도를 있었는데 정말 외딴 시골 마을이어서 할게 없었다. 거기서 감독님과 술도 많이 마시고(실제로 그는 이번 영화 촬영하면서 몸무게가 10kg이나 불었는데, 모두 술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스탭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그런 것도 중요한 것 같다. 혼자만 하는 게 아니고 공동 작업이니까 술 마시면서 서로 알아나가는 것도.
가장 자신 있는 장면은? 유인원. 그날 너무 재미있었다. 원래 내가 하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하길 잘 한 것 같다. 그 장면이 마지막 촬영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의미가 있다.
최선을 다해서 아쉬움이 가장 덜한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단호히)그렇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최선을 다했다. 그게 안 보이면 그건 내 능력 밖이다.
이번 영화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재미있다고 자신한다. 영화적이고 신선하고 독특하면서 캐릭터를 따라가면 감정선도 있다. 나는 이 영화에 자부심이 있다. 많은 관객이 보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계속해서 이상한 것 할 수 있으니까.
백윤식 인터뷰
영화 작업은 처음이나 마찬가지인데, 작업 과정은 어땠나?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었다. 충분히 재미있었을 작업인데 나는 많이 힘들게 한 것 같다. 작품에 대한 의욕이 너무 커서 아쉬운 점도 많았고. 그래도 이 작품 하면서 좋았다. 끝내려니까 허전하더라. 두번 남았다 한번 남았다 그러는데 가슴이 스물스물 하더라. 1년이나 같이 일했는데 그럴 수 밖에 없겠지. 먹고 자고 같이 하면서. 그런 직장생활이 어디 있나? 회사는 퇴근했다 다시 오고 하는데. 스탭들에게도 그랬다. 무사히 잘 끝난 것 다행이고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겠다고. 솔직한 심정이다.
강사장 역을 제안 받고 결정하기 까지 많이 망설였다고? 시나리오는 재미있게 읽었다. 잘 쓴 작품이다. 발상도 영화적이고 모두가 공감 할 수 있는 메시지도 있고. 외계인이 푸른 행성을 발견해서 천지창조를 했다는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농담으로 감독에게 성경의 근원인 창세기를 비틀었으니 교단에서 항의가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캐릭터 설정상 삭발에 팬티 바람이니 나를 원천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다. 하루는 해야겠다, 하루는 아니다 갈등이 심했다. 하지만 영화 작업을 해볼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역할이 힘들지만 한번 해보자 마음 먹었다. 감독이 전에 연출한 단편영화도 보고 또 차승재 대표가 장감독이 천재적이라고 얘기해서 감독에 대한 믿음도 들었다. 그런데 촬영을 하고 나니 차대표가 왜 감독을 천재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천재라는 말에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다는 걸(웃음).
연기 경륜이 오래 되신 선배인데 한참 나이 어린 신인감독과 작업 하는 건 어땠나? 작업할 때는 나이 차이 같은 거 생각하지 않는다. 평소 내 성격이 젓가락만 하나 놔주면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이니까. 우리 일이 하다 보면 여러 세대가 한 점으로 모이게 돼있다. 개인 작업이 아니고 공동 작업이기 때문에. 감독이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거다. 나도 이 영화에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많이 싸웠다. 처음엔 너무 여러 번 찍는 다고 투정도 부리고 액션 씬에서 보호장치에 소홀해서 성질도 냈다. 워낙에 품성이 밝아서 다 참더라. 그래도 꼼꼼하고 고집스러운 건 여전하더라. 열심히 했다. 장감독. 그건 나도 안다. 이런 틱틱이 연기자와 일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을 거다. 모두가.
촬영하기에 앞서 참고로 본 영화는 있는가? 일단 한국영화 많이 갖다 봤다. 영화를 오랜만에 하니까 요즘 한국영화 분위기를 봐야 하지 않겠는가. 또 신하균이 출연한 영화는 다 갖다 봤다. 상대배우 이니까 알아야지. 강사장 캐릭터를 위해서 특별히 찾아 본건 없다. 그냥 시나리오 읽고 강사장이 어떤 인간이지 파악하려 애썼다.
가장 아쉽거나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아쉬운 점은 어떨 땐 심리적인 연기가 필요한기도 한데 다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강사장의 캐릭터가 납치 된 후 격앙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대사의 톤이 하나 올라가 있고 호흡도 빨라야 했다. 그래서 어떨 땐 악만 쓰다가 끝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신체에 오는 고통이야 작품에 따라 그럴 수도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는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영화가 이렇게 발전한 것에 비해 촬영 여건이 효율적이지 않아 안타까웠다.
다친 곳은 없나? 병구에게서 빠져나가려고 싸우는 부분이 많았는데, 처절하게 절규하는 장면에서 손톱이 꺾여져 나가기도 했고 울툴불퉁한 타일 바닥을 기어 다니니까 무릎이 깨지는 건 비일비재하고 전신이 노출돼 있으니까 옴 몸이 긁히고 멍들고 성할 날이 없었다. 공중목욕탕에 가면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이렇게 고생한 건 처음일 것 같은데? 그렇다. 연기생활 30년 넘도록 별의별 상황 다 겪었지만 이렇게 집중적으로 장시간동안 고통을 겪은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겠지(웃음).
이 작품에 거는 기대도 클 것 같은데? 작품성과 흥행 둘 다 성공했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는 입에서 입으로 알려지기만 하면 관객 호응도는 좋을 것 같다. 어떤 영화는 인내심을 가지고 보는 것도 많은데, 우리는 보는데 지루하진 않잖아. 근데 요즘 메시지가 있다고 하면 안 본다고 하더라. 우린 작품성은 밑바닥에 깔려있고 나처럼 분석을 해야 보이는 거고 킬킬대고 웃으려면 얼마든지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니까, 별 짓을 다한다 엉뚱한 짓을 하는구나 생각하자면 그럴 수 있는 작품이니까 많이 보러들 올 거다.
황정민 인터뷰
연극무대에서는 베테랑이지만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어땠나? 초반엔 너무 힘들었다. 연극은 길게는 3개월 짧으면 1,2개월 연습을 하니까 쌓이는 게 있어서 그 사람이 되는 과정이 있는데, 영화는 그게 없으니까. 혼자서 연습하던 걸 카메라 앞에서 처음 꺼내놓았을 때 감독님의 생각과 다르면 그 자리에서 고쳐야 하기 때문에 영화 연기는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또 연극은 배우들이 서로 쳐다보면서 연기를 하는데, 영화는 카메라와 하는 거니까 감정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엔 방법을 강구했다. 상대방이 연기를 할 때 미리 그 자리에 가 있어서 그때 감정을 잡는 방법. 이때는 내가 이런 심정이겠구나 하고. 그것도 상대방이 먼저 촬영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이럴 것이다 상상할 수밖에.
순이 캐릭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순수한 사람. 병구를 좋아하는 사람. 제일 힘들었던 건 여린 여자인데 자신도 모르게 힘이 솟는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서커스만 하다가 한 사람을 좋아하게 돼서 그 사람 집에까지 와서 오빠가 외계인이라니까 그런가보다 하면서 사는 애가 순이다. 자신은 남 괴롭히는 것 싫어하지만 오빠를 돕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으니까 그 사이에서 오는 갈등을 표현해야 했다.
그런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어떻게 했나? 오빠를 꾸준히 좋아했다. 첫 촬영에서 오빠와 껴안는 장면이 있었는데 영 어색했다. 이제 조금 안면이 생기고 친해질까 말까 하는 상태였는데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는 계속 오빠 옆에 앉아서 우리 오빠 잘생겼다. 최고야. 나는 오빠가 너무 좋아. 정말 멋지다. 오빠 뭐 필요해? 이렇게 실생활에서 하니까 그게 나중에 도움이 되더라. 좋아하는 감정이 있는 연기를 할 때는 정말로 좋아해야 한다. 안 그러면 관객이 먼저 안다. 요즘 관객은 진짜 도사다(실제로 황정민씨는 신하균씨보다 5살 연상이다. 하지만 지금도 사석에서 만나도 신하균씨를 오빠라고 부른다). 그래서 호칭도 처음엔 하균아, 그러다가 그 다음부터는 평소에도 오빠라고 했다. 그런데 하균이가 도움이 안된 건 오빠 그러면 어 누나 그러니까(웃음).
캐릭터를 위해 참고로 한 것은 무엇이 있나? 감독님은 순이 캐릭터가 길의 젤소미나에 대한 오마주라고 하던데 그 영화도 봤나? 서커스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몇 편 찾아 본 것은 전혀 도움이 안되는 서커스 영화가 아니었고, 차라리 동춘서커스 보는게 더 도움이 됐다. 길은 예전에 본적이 있었는데, 시작하고 나서는 안 봤다. 보면 비슷하게 갈수도 있다는 생각에. 젤소미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 약간 어눌하고 멍청한 듯 한데 기묘하고.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 눈똥그랗게 하고 그랬어? 이런 것(이 상황에서 그녀는 실제로 연기를 해보였다). 영화를 보면 나도 모르게 그게 박힐 것 같아서 피했다.
장준환 감독과는 오랜 친구 사이고, 실제로 시나리오를 쓸 때 순이 캐릭터는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하던데 순이와 자신이 닮았다고 생각하나? 장준환 감독과는 [2001 이매진]을 만들 때 처음 알았다. 거기 남자 주인공이 같은 극단 사람이어서 촬영장에 놀러 갔었다. [지구를 지켜라!] 시나리오를 읽고 처음 만났을 때 어때. 비슷한 것 같애? 하고 묻더라.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간, 쓸개 다 빼주는 건 닮았는데 힘있는걸 감추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오빠 신하균씨와의 작업은 어땠나? 진짜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집중력도 좋고. 처음엔 내성적인 것 같고 말도 안 하고, 낯가림도 했는데, 웬걸 친해지니까 내숭도 이런 내숭이 없었다. 말도 잘하고 농담도 잘하고 잘난 척도 많이 한다. 첫 영화에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덕분에 재밌게 찍었다. 의지도 많이 됐고.
이번 영화에 거는 기대나 욕심은? 영화를 재밌게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 영화가 알려지면 내가 알려지는 거니까. 일단 소재가 재미있잖아. 외계인이라니까. 다들 그런다. 제목이 뭐야? 지구를 지켜라!야 하면 뭐야. 아동영화야? 그런다. 시나리오에 대해 얘기를 못해줬다. 너무 복잡하고 길어서. 어떤 얘기야? 하면 아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일단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잡아가지고, 일단 영화를 봐. 그랬다. 근데 우리 영화가 무작정 웃기는 영화는 아니니까.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니까 우리 관객이 이런 영화도 많이 봐야 한국 영화의 질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너무 교만한 얘긴가? 하지만 관객이 재미있어 할 것 같다. 오빠도 자신있어 한다. 400만 이상(웃음). 캐릭터로는 정말 순이 같이 보였으면 좋겠다(그럼, 독특한 캐릭터만 들어온다. 절대 예쁘게 보이는 캐릭터론 캐스팅 안 될거다). 예쁘지 않은걸 어떻게 하나.
장준환 감독 일문일답
[지구를 지켜라!] 시나리오가 탄생하기까지? 원래 [반지의 제왕]까지는 아니지만 2부작에 걸친 대작(?)을 쓰고 있었는데, 도저히 정리가 안돼서 또 신인감독에게 누가 이런걸 맡길까 싶기도 해서 그만두었다. 그러던 중 씨네21에서 안티 디카프리오 싸이트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디카프리오가 앞머리를 내리고 있는 건 외계인과 교신을 하려는 거고, 디카프리오가 모든 지구의 여자들을 홀려서 지구를 정복하려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 생각이 너무 재밌었다. 바로 이거다! 제목과 엔딩은 처음부터 나와있었다.
그 중에서도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외계인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외계인에 관한 얘기는 아니다.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빌려 지구 얘기를 하고 싶었다. 평소 가슴속 깊이 나누고 싶은 감정이 있었다. 살아오면서 아픔과 슬픔을 쌓아오게 된 병구를 통해 인간성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처음엔 재밌게 웃고, 긴장하면서 보고, 극장 밖으로 나갈 때는 세상이 낮선 느낌. 왜 그런 때가 있지않은가.
참고한 영화는? [미저리]. [양들의 침묵]. 둘 다 힘들 때 보는 영화다(힘들 때 이런 영화를 보다니?)(웃음).[미저리]를 보고 결말이 안타까웠다. 캐시 베이츠한테 한번도 동경의 시선이 없이 미친년한테 걸렸다가 겨우겨우 살아났다는 식. 삐딱한 근성이 있어서인지 오래 전부터 캐시 베이츠 편에서 이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 왔다. 그 외에도 의도적인 오마주와 패러디가 많다. 순이 캐릭터는 [길]의 젤소미나에 대한 오마주이고,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유인원, [양들의 침묵]의 마네킹 같은 이미지가 사용된다.
[2001 이매진]은 참고 대상이 아닌가?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그냥 나니까. 자기를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강박증 혹은 자기연민 같은 것. 강박증적인 인물도 이 세계에 사는 한 사람이다. 그 사람이 그런 강박과 뒤틀림을 갖게 된 것도 이 세계 안에서 이뤄진 거라고 생각하면, 도리어 그 사람을 파고 들어가보면 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 살아 오면서 깨지게 되는 것(세상은 이렇지 않은데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그리고 끝까지 믿고 싶은 배신감. 나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다.
표현 방식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표현 방식에 있어서도 욕심이 많다. 하지만 내 기본은 드라마를 헤쳐가면서 미장센을 살릴 생각은 없다. 시각효과는 드라마를 표현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드라마에 완전히 종속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컷이 아주 많을 거다. 롱테이크로 계속 보여줄 때 느껴지는 힘도 있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생각이다. 어차피 영화는 시간 싸움이니까.
프로덕션 과정은 만족스러운가? 아쉬운 것이 많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배우, 촬영감독, 스탭 등 생각을 공유할 때까지 얘기하는 것이. 내가 생각한 것이 현실적으론 안 되는 것이 있었다. 그럴 때 촬영감독이 큰 힘이 됐다. 어려운 촬영이 많았는데, 그나마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표현해 줬다. 경험이 많으니까 안되지만 비슷하거나, 정반대로 가면 전혀 다르지만 색다른 느낌이 나올 거라고 제시했다. 미술은 가장 많이 애기하고 준비한 파트이다. 미술감독은 우리 작품에 잘 맞는 사람이다. 취향이 독특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있다.
주연배우 신하균과는 호흡이 잘 맞은 것 같은데, 캐스팅 과정부터 작업하기까지 어땠나? 어느날 잡지책에서 신하균이 인터뷰를 하면서 찍은 사진을 봤는데 그 중 하나가 마음에 들어왔다. 이런 표정이면 괜찮겠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나서 요즘 배우들 중에는 딱이겠다 마음을 굳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신하균 아니면 누가 했을까 싶다. 병구가 보통 에너지의 사람은 아닌데 쌓인 게 많고 표출하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신하균은 몰입을 거짓말 없이, 기교 없이 하는 연기스타일이라 훌륭하게 소화했다. 같이 가는데 편했고 믿음직스러웠고 엄마 죽고 돌아왔을 때의 감정 같은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않고 간 것 고맙고. 그렇다.
신하균이 코미디감각이 있다고 했는데? 추형사가 집에까지 추적해 왔을 때 지하실 문에서 삐져나온 강사장 손을 발로 밟는 씬을 보면 코미디 감각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선을 잘 타고 넘으면서 상황의 코믹함을 증폭시키는 재주가 있다. 그의 코미디적 감각을 잘 살려줄 감독을 만나면 코믹배우로 성공할거다. 자기는 진지한 배우인줄 알고 있지만(웃음).
백윤식씨는 놀라운 캐스팅인데 작업하면서 느낀점은? 자신의 연기를 고집스럽게 확실이 표현하는 배우이다. 강사장 역은 과장된 연기도 싫고 너무 리얼하고 진지한 연기도 싫었다. 백윤식은 그분만이 표현 할 수 있는 개성으로 캐릭터가 돋보이는 연기를 했다. 이 사람이 해도 그만, 저 사람이 해도 그만인 경우가 있는데, 백윤식은 자기 개성이 뚜렷한 부분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 풀기 어려운 영화라고 말한다. 앞으로 감독님이 지향하는 영화 세계는 어떤 것인가? 우선 나한테 재밌고, 한번쯤 웃고 한번쯤 눈 속이 찡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해도 이런 성향은 못 버릴 것 같다. 어떤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섬뜩하고 진지한 저예산 영화도 하고 싶고, 엄청 큰 영화도 하고 싶다. 아이템 구상할 때 판타지,가상의 세계가 자꾸 스며드는 것 같다. 한마디로 하면 희비극! 희극이 있어서 더 비극적으로 보이는 채플린 영화 같은걸 만들고 싶다. 아무튼 내가 재미있는 영화 만들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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