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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2003, Memory of Murder)
제작사 : (주)싸이더스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memoriesofmurder.co.kr

살인의 추억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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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을 설치게 하는 우리의 추억. ★★★★☆  disney438 15.09.21
연출 각본 연기 모든 것이 완벽한 한국영화의 걸작 ★★★★★  rcangel 14.01.31



전대 미문의 연쇄살인사건 영화화

영화 [살인의 추억]은 80년대 중 후반, 전국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다. 1996년 초연된 김광림 연출의 연극 [날 보러와요]를 바탕으로, 실제 사건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시나리오화 되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불과 10여년 전의 사건으로 사건발생지역인 화성과 당시 관계자, 피해자 유족들이 예민하다는 점,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제 사건이라는 점에서 아주 민감한 소재이기도 하다. 그것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했는데, 영화 [살인의 추억]은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수사과정과 그들의 모습을 통해 거대한 사건 속에 휩쓸리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농촌 스릴러

80년 후반 농촌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급변하는 1980년대의 시대상은 영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살인의 추억]이 한국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살인사건의 배경이라는 곳이 경운기가 시도 때도 없이 탈탈대는 시골 촌구석인데다 연쇄살인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미결의 사건인 것이다. 또한 한가롭고 평화로운 농촌과 발견된 피살체의 서로 상반된 이미지는 영화 [살인의 추억]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형사드라마

[살인의 추억]의 형사들은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한국사회 최초의 연쇄살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기 시작한 초유의 사건과 마주한 형사들. 그들의 장비도, 기술도, 인력도, 사건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랄 뿐이다. 육감으로 수사한다는 시골형사도, 나름대로 과학수사를 한다는 서울형사도 모두 사건을 해결하고픈 열망으로 악다구니치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사건이 커져 갈수록 두 형사의 모습은 서로를 닮아간다.

그러나,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는 세 명의 유력한 용의자가 등장하지만 범인을 지목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심정적으로 범인이라고 믿고 싶은 사람이 등장할 뿐이다. 한편의 거대한 사건을 따라가다 결국 범인을 손에 넣지 못하는 형사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웃음과 동시에 분노를 전해준다. 현실을 직시할 때 그것은 코미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인의 추억]에는 웃음과 죽음이 공존하며, 당시의 사회적 아픔과 상처를 현재 시점으로 연장하여 2003년 오늘 우리에게, 한동안 잊었던 숙제를 상기시킨다.

송강호 & 김상경, 영화의 최전선에 그들이 있다

서로 스타일은 완벽하게 다르지만 범인을 잡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사건의 최전선을 지키는 두 형사는 송강호와 김상경이다. 영화는 범인을 밝히려는 형사들의 수사과정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고, 그 긴장감은 영화를 끝까지 몰고 가는 힘이 된다. 반면, 이완의 역할은 뜻밖에도 유머러스함이다. 당시의 형사들은 진지하게 전력을 다하지만, 오늘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그것은 단지 해프닝으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능력 바깥에 존재하던 사건에 맞닥뜨려 처절하게 망가졌던 그들의 모습에는 또한 분노와 슬픔이 있다. 송강호의 노련미와 김상경의 신선미의 조화. 그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농촌 버디 콤비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영화의 또 다른 기대주,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장르의 틀에 빠지기보다는 비틀어 풀어가는 독특한 화법으로 주목받은, 그의 첫번째 영화 [플란다스의 개]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슬램댄스, 로테르담 등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두 번째 영화는 실화의 토대 위에 연극으로 얻은 아이디어와 평화로운 시골에서 발견되는 여자의 나체 시신이라는 부조리한 풍경화를 보는 듯한 감독 자신의 시선이 포개지면서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새롭게 재구성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실제의 범죄사건은 장르의 컨벤션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형사와 범인의 지적스릴러는 [양들의 침묵]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실제 그 자체만으로 코믹하기도 하고 동시에 대단히 공포스러울 것이다." 라고 감독은 설명한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에서 평범한 일상이 아닌, 끔찍한 현실의 아픈 기억을 똑바로 직시한다. 그리고 여지업이 그곳에서 그만의 기묘한 코미디가 형성된다.

File No. 1 : 연쇄살인 실화극

유일하게 전 사건을 관통하며 현장을 지켰던 조 모 형사는 현재 경찰직에서 은퇴하여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사건 중요자료의 사본을 간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삿짐을 싸거나 하면 문득 나타나는 사건파일을 그는 아마도 영원히 버리지 못할 것이다.
경인일보 사회부 기자였으며 모든 사건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유일한 기자이기도 한 박 모 기자는 범인을 이렇게 기억한다. "범인은 너무나 차분하게 일을 진행했어. 그 어둠과 추위 속에서 말이야. 거기엔 어떤 격정도 없었어. 그는 강간을 하고 사람을 죽인 다음에도 그 시체를 유기하고 그것을 적당한 형태로 은폐해 놓는,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는 대단한 놈이야. 여자들이 어둠 속에서 그 싸늘함을 만나면 아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어버릴 거야. 오히려 알아서 옷을 벗겠지. 그게 그의 공포야."
범인을 잡겠다는 열망이 빚은 다음과 같은 해프닝도 있다. 사건이 장기화되자 화성수사본부 간부들은 초조한 나머지 용하다는 점쟁이를 다 찾아다녔다고 한다. 경찰서의 정문이 북향이라 재수가 없다는 말을 믿고 동쪽으로 80m 이전하는 촌극을 벌였지만 사건은 또 일어났다. 어떤 점쟁이는 서해바다에서 발가벗고 목욕한 뒤 치성을 드리면 한 달 내에 범인이 잡힐 것이라고 예언했다. 수사본부의 간부 2명은 그믐날을 택해 서해안 초소의 갯벌에서 덜덜 떨며 바가지로 물을 붓다가 육군 초병에게 들켜 옷도 못입고 줄행랑을 쳤다.
사건발생지역에는 허수아비가 세워졌다. 지역 주민들이 만든 것처럼 보였던 그것은 실제, 사건 담당 형사들이 세운 것이었다. 그 허수아비의 문구는 다음과 같다. '너는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
당시 한국 경찰은 과학수사의 틀이 잡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서구형 연쇄살인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이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겪은 혼란과 경험으로 한단계 더 성장한 수사 노하우를 갖추게 된다.

File No. 2 : 사건의 최전선에 있었던 형사들

1986-1991년.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반경 2Km 이내에서 6년 동안 10차례의 강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71세 노인에서부터 13세 여중생까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한국사회 최초의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다.
태안 지서에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도경, 시경의 모든 베테랑 형사들이 투입되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금전 관계나 강도여부, 치정관계 등에 혐의를 두고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 화성연쇄살인사건은 한국 경찰에게 그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미국 FBI 처럼 프로파일링(Profiling) 수사도 없었고, 철저한 현장 보존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수사의 노하우도 없었다. 그저 형사들의 사명감과 지구력에 의존한 끊임없는 탐문 수사만이 있을 뿐이었다.
부조리한 시대, 조악한 경찰조직의 말단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끔찍한 사건에 맞닥뜨린 그들에게 기댈 곳은 오직 자신 뿐이었다. 그들이 간절히 원한 것은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를 검거하고도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늘 기각되고 만다.
180만명의 경찰이 동원되었고 3천 여명의 용의자가 조사를 받았지만 결국 단 1명의 범인을 잡는데 실패하고 만다.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File No. 3 : 살인의 시간, 1986-1991년

화성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 6년(1986-1991) 동안의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격변기였다. 화성사건의 연대기를 보면 한국 사회의 현대사가 보일 정도로 사건은 오랜기간 지속되었다. 화성 사건에서 우리는 시대를 앞서간 범인에 비해 한참 낙후된 경찰과 국가를 본다. 당시 인구가 이미 3만이 넘어서고, 유동인구만 2만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태안 전체의 치안을 직원 5명이 맡고 있었다. 그렇다면 사건이 연이어 터지던 86년과 87년 국가공권력은 무얼 하고 있었던가?
5공화국 붕괴 직전, 그들은 정권유지에 여념이 없었다. 대부분의 경찰조직과 공권력은 시위 진압과 반정부세력 타도에 투입되어 있었던 것이다. 민생치안이 1순위가 아니었다. 정권을 지키자고 권인숙을 성고문하고(1986년), 박종철 고문치사를 은폐조작하고(1987년), 아시안 게임(1986년)과 서울 올림픽(1988년) 등으로 정신 없는 국가를 상대로 시골 여인네들을 지키고 보호해달라 요구하는 것 자체가 허망한 일이었을 것이다.
범인은 비오는 밤, 잠복시간을 거쳐 범행대상을 골랐고, 범행도구는 늘 피해자의 물건 중 하나였다. 피해자의 손과 발을 브래지어로 결박, 팬티나 거들로 머리를 씌우고 강간, 살해한 것이다. 범행 수법은 회를 거듭할수록 대범하고 침착해졌다. 가슴이 19차례나 난행되는가 하면 국부에서 9개의 복숭아 조각이 나오고, 범행 후 옷을 다시 입히거나 얌전히 개어 시체 주변에 놓아뒀다. 강간살인사건이었고, 10회를 거듭했지만 범인은 증거물을 남기지 않았다.
흥미로운 가설. 이 사건에는 흥미로운 데이터가 한가지 있다. 알루미늄, 망간, 티타늄과 같은 특정 원소의 수치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경찰은 부근의 농기구 수리공을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원소는 공장 노동자나 수리공 외에 다른 직업군에서도 발견되는데, 그것은 바로 군인이다. 총기류를 다루는 자에게서도 이들 원소가 쉽게 검출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흥미로운 가설 하나를 만들어볼 수 있다. 그것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당시 경기도 일원에서 근무하던 20대 후반의 웨스트포인트 출신 미군 백인 장교라는 가설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경찰의 수사선에서 제외되었던 진범은 증거품을 안전하게 제거한 뒤 성실한 근무기간을 채운 후 본국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살인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서(이것은 소설 '철갑경찰'의 작가 이상언씨가 오랜기간 나름대로 자료를 모아 추리해 본 가설이다)...

송강호 인터뷰

Q : 연기를 시작하신지 13년이 되었고, [살인의 추억]은 11번째 영화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A : 너무 정신없이 오다 보니 금새 지나간 것 같다. 아쉬운 점도 많이 생각나고.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작품을 선택했고, 노력했다는 것.

Q : 영화배우로서 작품 열 편을 마치고 나면, 나름대로의 연기관이 성립되지 않을까 싶다. 매 작품때마다 혹은 촬영할 때마다 마음에 새기고 있는 연기관은 무엇인지.
A : 우리는 진실이라는 무형의 모습을 항상 쫓고, 또 어떻게 하면 진실을 담을까 고민하는 작업을 한다. 그런 진실이 외부적인 곳에서 나를 지배한다든지, 만들어진 진실이 나를 컨트롤 한다든지 하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닐 것이다. 진실이란 무형의 모습이 있다면, 하나도 백도 천도 다 나 자신에게 있지 않겠는가. 내가 진실됐을 때, 나 자신의 가장 바른 모습, 진실한 모습이 관객에게 전달될 거라 생각한다.

Q : 사천에서 클라이막스를 찍을 때, 그것을 찍고 나서 말하길 "그게 어떻게 찍혀졌고, 몇 번의 테이크를 갔고, 비가 어떻게 내렸고 그런 것이 다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진심으로 연기했고, 후회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이야기한 것의 연장선상이겠다.
A : 예를 들면,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멋있게 인식되는 장면을 연출할까 하는 식의 고민은 연기자들에겐 잘못된 고민이지 않나 싶다. 멋있게 잡는 건 감독의 역량이고(멋있게란 형용사가 적합한 것은 아니겠지만) 주체적인 배우의 입장에서는 내 스스로가 얼마나 진정성이 담긴 나의 감정을 진실되게 표현할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세계 최고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배우가 연기를 한다 해도 나 이상의 연기는 못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진심으로 해 버렸기 때문이다! 거창한 것 같아 보이지만, 가장 소박한 이야기다.

Q :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A : 사건지역 토박이 형사인 박두만이다. 인간적이고 시골스럽고 푸근하고, 일단 인물의 입체감이 두드러지는 캐릭터다. 그러나 내면적으론 박두만 형사의 냉정함이 이 캐릭터의 키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심성의 냉정함이 아닌 시각의 냉점한 말이다. 그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면, 그건 박두만의 시선이 아니었을까.

Q : 이번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
A : 박두만과 서태윤이 시골형사와 서울형사라고 해서 두 캐릭터가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시골형사처럼 보이기 위해 두툼한 몸집과 꺼칠한 수염 등을 만들어냈다.

Q : [살인의 추억]은 어떤 영화인가.
A : 최초의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아픈 한국 현대사를 통해, 사건의 최전선에 있던 형사들을 중심으로 사회의 공기를 담은 영화.

Q : 방송에 소개됨으로써 송강호의 실감나는 액션 연기가 화제로 떠올랐었는데, [살인의 추억] 액션씬의 특징을 소개한다면.
A : 이번 영화는 액션물도, 액션을 통해서 영화적인 미학을 표현하는 영화도 아니다. 이야기의 흐름상 몇 번의 액션 장면이 있는데, 장면 자체로 멋있게 보이려는 형식적인 액션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고 정말 저렇게 했을 것이다, 라고 실감할 수 있는 액션이 될 것이다. 정교하지 않지만 사실적인 액션이라고나 할까.

Q : 사실적인 액션이라는 말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크랭크인, 송강호의 이단옆차기로 이름붙은 그 씬 말이다.
A : 극중 서태윤을 강간범으로 오인, 다짜고짜 달려드는 씬이다. 우린 리허설 없이 가기로 했었고, 나 자신도 어떻게 공격할지 계산하지 않았다. 슛이 떨어지는 순간 느끼는 감정으로 간 거다. 김상경씨가 많이 놀랬을 것이다. 그러나 미리 알면 방어를 할테고, 그럼 작위적인 연기가 된다. 촬영 전체를 통틀어서 김상경씨가 유일하게 "형! 술 한 잔 해요"라고 말한 날이기도 했다. 그 날 충격이 얼마나 컸나 반증하는 사례가 아니겠나.

Q : 이번 영화는 유독 지방 촬영이 많았는데
A : 전라도는 거의 다 돌아보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 '태백산맥'을 읽은 후 언젠가는 전라남도 보성에 있는 벌교를 꼭 가야지 했는데 소원 풀었다. 어떤 매체에선 최고로 많이 돌아다닌 영화 1위로 꼽히기도 했던데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80년대의 시골 마을이라 논 가운데 서 있는 모텔에 머물기도 했는데, 맥주 한 잔이 생각날 때 힘들었다(웃음).

Q : 이번 영화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A : 영화 하이라이트 장면을 찍었던 사천에서의 촬영. 겨울에 차가운 비를 맞으며 영화의 가장 정점을 촬영했던 열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죽하면 내가 한겨울에 비를 맞는다는 건 도끼로 내리치는 느낌이라고 했겠나. 일정표에는 3일로 잡혀 있었는데, 결국 10일에 걸쳐 촬영했다.

Q : [살인의 추억]의 명장면 베스트 3을 꼽는다면.
A : 다 명장면이다(웃음). 사천 하이라이트 장면과 드넓은 들녁에서 촬영한 오프닝씬, 엔딩씬을 꼽겠다. 배우로서의 명장면은 비밀이다. 공개하면 오히려 손상될 것 같아서.

Q : 상대 배우 김상경씨에 대한 코멘트
A : 데뷔작 [생활의 발견]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였다. 그에겐 신선함과 열정이 있고, 이 작품이 원하는 배우였다. 이 작품에서 김상경이 보여준 열정과 고민은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질 것이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앞으로 대성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Q :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A : [플란다스의 개]와 [반칙왕]이 같은 시기에 개봉했다. 극장에서 보지 못해 10개월 후 비디오로 혼자 봤는데, 지금까지 본 영화 중 제일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영화 볼 때 잘 웃지 않는 편인데, 데굴데굴 구르면서 볼 정도였다. 그리고 봉 감독이 이 작품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먼저 전화를 걸어 관심을 표현했다. 내가 그런 열정을 보여 캐스팅 해주지 않았나 싶다(웃음).

김상경 인터뷰

Q : 자신만의 연기관에 대해 말한다면.
A : 속이지 않는 것! 내가 진실하게 마음으로 느껴서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내가 가장 거부감을 느끼는 건 멋있게 보이기 위해 애쓰는 연기다.

Q : 영화 데뷔작 [생활의 발견]으로 호평을 받았고, 그래서 두 번째 영화를 선정할 때 더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살인의 추억]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 시나리오를 처음 읽는 순간, 아! 이건 내가 해야 된다는 직감이 왔다. 서태윤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촬영을 마치는 순간까지도 서태윤과 동화되어 살았다. 시나리오의 완성도, 그리고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루는 의미가 좋아서 결정했다.

Q : 이번 캐릭터에 대해서
A : 서태윤은 이번 사건을 맡기 전 과거 살인범을 맞닥뜨린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처음 접한 순간, 내가 맡아야 한다는 직관이 왔을 것이고 지방으로 자원하게 된다. FBI적인 지식 수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류를 면밀하게 검토, 육감 수사를 하는 박두만과 다르게 증거 위주로 수사하는 스타일이다. 꼼꼼하고, 답답할 정도로 고집이 센 형사다.

Q : 얼굴이 많이 탄 것 같다.
A : 촬영하면서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햇볕에 많이 노출됐던 탓도 있고, 영화 시작하며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서태윤은 얼굴이 검은 쪽이 낫겠다 해서 여러 차례 선탠을 했었다.

Q : 이번 캐릭터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A : 감독님이 주신 자료를 면밀히 봤고(사건을 담은 뉴스, 경찰측 자료, 연극 날 보러와요 작업시 토론했던 자료, 실제 사건 사진 등), 나름대로 왜 사건을 풀지 못했는가를 고민했다. 형사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았고, 개인적으로 아는 형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Q : 체중을 줄였다고 들었다.
A :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사건 수사에 따른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연출하기 위해서 체중을 줄였다. 단시간에 빼야 하기 때문에 주로 식사량으로 조절했고, 아침에 촬영장 주변을 뛰기도 했다.

Q : [살인의 추억] 제작팀에게 '유랑극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는데.
A :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 장면은 한 장소에서 촬영했겠구나 생각할 수 있는 장면들도 실제로는 집 밖은 사천, 집 안은 홍성에서 촬영하는 식이었다. 그것은 좋은 장면들을 보여주기 위한 제작팀들의 노고이고 그것이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다. 내가 태어나서 안 가봤던 곳은 이번 촬영때 다 가본 것 같다.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른 것이 아니라 2, 3일 마다 이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유랑극단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Q : 이번 영화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A : 몸이 피곤하고 잠을 못자는 등 육체적인 피로감은 진정 힘든 것이 아니었다. 진짜 힘든 건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가 의문이 들 때였다. 그 전에 연기할 때는 개인적으로 배우 김상경이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었다면, 이번에는 피해자에 대한 생각 때문에 내가 방만하게 하고 있진 않나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가장 힘들었다. 형사 역할이어서 그런지 내가 못 잡아서 그런 사건이 일어난 것도 같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건이었고,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니 죄책감에 휩싸일 때가 많았다. 얼마 전에 대구 참사도 있었지만 그러한 사고가 몇몇 책임자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사회 전반에 그런 기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성사건도 똑같은 의미에서 바라볼 수 있고, 촬영을 안 할 때에도 그 사건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기피하게 됐고,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Q : [살인의 추억] 명장면을 꼽는다면.
A : 참 어려운 질문이다.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같은 질문이니까. 그런데 인터뷰 할 때마다 들어오는 질문이다. 에전에 대답할때는 내가 나오는 장면을 기준으로 말하곤 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든다. 피해자인 사체를 찍었던 장면! 그런 장면이 기억에 남고, 또 그러한 장면이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Q : 상대 배우 송강호에 대한 코멘트
A : 현장에서 분위기를 많이 리드하고, 재미있게 유지하는 분위기 메이커다. 연기 도움도 많이 주었고. 시나리오의 박두만을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은 송강호 선배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 만큼의 극찬은 없다고 생각한다.

Q :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떠했나.
A : 대단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상상도 못할 암기력을 가지고 있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제목, 감독, 배우 이름을 다 기억하며 심지어는 몇 년 전에 스쳤던 사람 이름도 기억할 정도다. 퀴즈 프로그램에 내보내야 한다(웃음). 나는 5, 6개월 피해자들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는데, 그는 이 영화를 준비하는 긴 시간 동안 무척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시나리오에서 범행 장면을 쓸 땐 소주를 마시면서 겨우 이어 나갔다고 들었다. 촬영을 마치니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통스러웠던 만큼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봉준호 감독 인터뷰

Q :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는
A : 나는 범죄영화를 좋아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범죄영화가 된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사실 [플란다스의 개]도 일종의 범죄영화다. [살인의 추억]은 '햇빛이 눈 부시게 뜨거운 오후.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에서 발견되는 무참히 살해 당한 나체 시신' 이라는 하나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출발했다.

Q : 불과 10년 전 사건이라는 점 때문에 부담이 클 것 같은데
A : 먼저 피해자 가족이 생각났다. 나에게 과연 이 영화를 찍을 권리가 있나’여러 번 반문했다. 시나리오를 쓸 땐 너무 힘이 들어 소주를 마시면서 쓰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했다. 스릴러에서 죽음은 단지 게임이나 퍼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의 죽음엔 슬픔과 분노가 있다. 살인이란 이렇게 끔찍하고 슬픈 것이라고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나는 이들의 죽음이 진심으로 슬프다. 그리고 범인 뿐 아니라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그 모든 상황까지를 분노한다. 내 영화를 본 관객들도 나와 똑같은 심정으로 영화를 보게 되길 바란다. 난 이번 영화를 아주 잘 찍고 싶다.

Q : 자료수집 차 인터뷰 한 사람들 중에 특별히 인상 깊었던 사람은
A : 그 당시 경인일보 사회부 기자였던 박 모 기자다. 오랜 기간에 걸친 사건이라 중간에 담당자들이 대체되었던 것에 반해 박 기자는 1차에서 10차에 이르기까지 전 사건을 취재했다. 이 사람이 특별히 인상 깊었던 까닭은 사건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분석이 맞냐 틀리냐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자신만의 뚜렷한 시각이 있어야 방대한 사건 속에서 중심을 가질 수 있다던 그의 말이 나에겐 많은 도움을 주었다.

Q : 이번 영화의 스타일은
A : 나에겐 사건 당시 사회의 공기 그 자체가 중요하다. 그래서 80년대를 그대로 재현하는 동시에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하나의 스타일이 보이는 공간으로 재창조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앉아있는 사무실을 보자. 2002년도에 살고 있는 이 공간엔 아직도 90년대의 물건들이 존재한다. 80년대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나는 80년대를 재현하되 기억에 의존한 묘사가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현재와의 거리감은 더 증폭될 것이다.

Q : 송강호에 대한 코멘트
A : 송강호와 작업하고 싶어 그를 염두해 시나리오를 썼다. 그만이 갖고 있는 매력은 적발성. 코믹스런 연기를 해도 사실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배우다. 이런 시골의 양아치 같은 형사 역을 할 사람은 송강호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Q : 김상경에 대한 코멘트
A : 김상경은 어떤 배역이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많은 배우다. 이 시나리오를 읽은 후 그는 너무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나는 그 감정이 촬영을 마칠 때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그 감정은 곧 서태윤 형사의 심정이기도 한 까닭이다.



(총 93명 참여)
koreanpride
친구들이랑 이거 보고 다들 비분강개하면서 나왔던게 생각나는군...물론 재미 없어서 그런건 절대 아니구...범인 자슥 잡아 죽여야 한다고...     
2005-02-16 14:10
imgold
진짜 최고다. 자장면먹으면서 수사반장 따라하는 장면과 마지막에 "너 밥은 먹고 다니냐"는 그 대사 잊혀지질 않는군요.     
2005-02-13 19:48
moonjs87
별로 재밌는지 모르겟다..     
2005-02-07 01:59
ffoy
정말 많은 네티즌들의 20자평 참여... 대단하네요. 입이 다물어 지지 않습니다;     
2005-02-07 01:16
cko27
참..한국영화를 한단계 끌어올린 영화.     
2005-02-06 20:13
needkin
이게 재미 없다니,,,, 참,,,, 당신들은 도데체 뭐가 재밌소?     
2005-02-05 18:12
change8
꼭 잡아야한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잡지 못한 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     
2005-02-03 23:08
key1056
실제 화성살인사건을 영화소재로 만들줄이야.꼭 잡고 싶었다라는 대사.그리고 꼭 잡아야한다고 관객들은 생각한다.     
2005-02-03 01:16
khjhero
솔직히 정말....재미있는 영화죠~~     
2005-02-02 19:45
gogsman
사람들에게 예외가 있듯 개인적으로 별 재미없게 본 영화     
2005-02-0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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