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시선(1997, Eve's Bayou)
난 열 살에 아빠를 죽였다는 충격적인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브의 시선]은 성장한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섬세하게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다. 기억이란 누구에게나 선택적으로 간직된다. 지내오며 겪어온 수많은 일들 중에서 나쁜 것들은 무의식 중에라도 지워버리고 좋은 것들은 오래오래 간직한다.
그 아름다운 기억들이 모여 우리의 '과거'를 만든다. 감독 캐시 레몬스는 과거를 만드는 기억을 형형색색의 실과 같다고 표현하였으며, 그 실들이 잘 짜여져 하나의 장식용 벽걸이가 만들어지면 그것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하나의 그림을 그려낸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만이 모여있는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이다. 캐시 레몬스가 전하고 싶어하는 기억에 대한 메시지는 성장한 이브의 나레이션으로 영화의 시작과 끝에 반복되어 표현되며, 그 유년시절이 아름다운 그림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영상으로 표현된다.
누구에게나 기억이란 선택적으로 간직되며 기억의 가닥이 모여 만들어진 그림들을 하나 이상씩은 가지고 있다. 비록 당시에는 아픔이나 고통이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미소지을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기억 속에 있는 진실의 모습은 지난날 생각하는 것보다 먼 훗날 생각할 때 더욱 명확해진다.
열 살에 아버지를 죽였다는 영화 시작 나레이션은 영화 마지막에 가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난 열 살이었고... 로 바뀐다. 바로 이 부분이 카시 레몬스의 기억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전달해 주고 있다. 우리는 시간이 흐른 후 과거를 되돌아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진실을 제대로 보게 한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이브의 시선]과 우리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공감의 연결고리가 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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