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이 금지된 1940년대, 말을 지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전국의 말을 모은 ‘말모이’ 작전의 최초 영화화!
이 독특한 제목의 출처는 우리말이 사라질 뻔했던 우리 역사다. 주시경 선생이 한일합병 초기인 1911년에 시작했으나, 선생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남은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를 일컫는 말로,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또한 영화 속에서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전국의 우리말을 모았던 비밀 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는 1940년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했던 시대의 경성을 무대로 한다.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 우리말 사용과 교육이 금지되고, ‘국어’시간에는 일본어를 가르치고 배웠던 시대다. 1929년부터 조선어학회에 의해 재개된 사전 편찬 작업이 전국의 사투리를 모아 공청회를 거치는 ‘말모이’의 완수를 마지막 순서로 남겨 놓았던 시기, 점점 더 극악해지는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조선어학회에 심부름하는 사환으로 취직한 까막눈과 회원들을 주축으로 해 ‘말모이’가 펼쳐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극적이고 흥미롭다. 전국 각지의 어린 학생들부터 지식인들까지. 나이와 성별, 지식 유무를 떠나 조선인이기에 ‘말모이’에 마음을 모았던 이들의 이야기는 말이 왜 민족의 정신인지, 사전을 만드는 것이 왜 나라를 지키는 일인지 자연스러운 공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선각자들의 항일투쟁을 주로 다뤘던 일제강점기 영화들의 공식과 달리, ‘벤또’가 아닌 ‘도시락’과 ‘가네야마’가 아닌 ‘김순희’라는 말과 이름을 지키고자 일제에 맞서는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독립운동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당연하게 쓰고 있는 우리말, 누가 어떻게 지켰을까? 평범한 사람들의 작지만 큰 선택! 말 모아, 뜻 모아, 마음 모아 사전이 되다
지금 우리들이 공기나 물처럼 당연하게 쓰고 있는 우리말과 한글. 이름조차 일본식으로 바꿔야 하는 창씨개명까지 이르렀던 일제 통치 기간 동안, 우리말은 과연 누가 어떻게 지켰을까? 영화 <말모이>는 그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말을 모아 조선말 사전을 만들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대거 옥고를 치렀던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된 이들의 ‘우리말 사전 만들기’가 제공한 큰 뼈대 뒤편으로, 영화는 ‘말모이’에 함께 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눈을 돌렸다.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통해, 1980년 5월 광주로 우연히 들어가게 된 한 평범한 사람의 시선과 변화를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던 엄유나 감독의 사람 이야기는 <말모이>에서도 강력하다. 평범하다 못해 글도 못 읽는 판수와 고지식할 정도로 사전 만들기에 모든 것을 건 지식인 정환을 주축으로 해 ‘말모이’에 뜻과 마음을 보태는 이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위인들의 것이 아니라 결국 보통 사람들의 작지만 큰 선택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이뤄지는 것임을 실감 나게 전한다. 사람을 통해 한 시대를 보게 하는 힘을 발휘하는 영화 <말모이>는 탄압과 항일운동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넘어, 그 시대의 한가운데서 때로는 울고, 때론 웃으며 열심히 살았던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을 따라간다. 그리고 ‘말모이’에 함께 하는 것으로 큰 용기를 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감동과 공감, 따뜻한 웃음 속으로 관객들을 데려간다. 역사의 기록이 놓쳤을지 모를 사람의 이야기. 그것이 <말모이>다.
유해진과 윤계상, 까막눈과 조선어학회 대표로 만나다! 두 배우의 입체적 호흡이 완성하는 ‘동지’란 말의 따뜻함 <말모이>
관객이 사랑하는 두 배우, 유해진과 윤계상이 <말모이>로 함께 했다. 한 명은 전과자 출신의 까막눈, 다른 한 명은 독립운동을 하는 지식인인 조선어학회 대표. 출신과 나이, 성격 등 모든 것이 극과 극인 판수와 정환의 관계 변화를 통해 같을 ‘동’ 뜻 ‘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란 의미의 ‘동지’(同志)가 얼마나 아름답고 가슴 벅찬 말인지 관객에게 알리는 것도, 티격태격 앙숙 같은 대립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말모이’ 작전에 함께 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재미와 감동을 그려내는 것도 두 배우의 몫이었다. 처음 함께 한 <소수의견>에서 선후배 변호사로 국가라는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값진 승리를 관객에게 선보였던 최강의 호흡은 <말모이>에서는 한층 더 입체적으로 진화했다. 소매치기 사건이라는 어이없는 첫 만남, 전과자에다가 글도 못 읽는 사람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과 남매 데리고 먹고살려면 자존심 따위 잊어버리고 취직을 해야 하는 판수. 두 배우 각자에게 딱 맞는 옷 같은 인물들의 첫인상은 영화가 전개되면서 서로로 인해 상대의 진심이 더욱 돋보이는 상승작용으로 이어진다. 글을 읽지 못하기에 사전 만들기에 도무지 도움 될 리 없어 보이던 판수는 글을 배운 후 감옥에서, 길에서 험한 인생 살아오다 만난 보통 사람들을 데려와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동지’로 변화하고, 그를 통해 지식인이 선도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하는 ‘말모이’의 참뜻을 깨닫는 정환. 모든 것이 달랐던 두 사람이 ‘동지’가 되어 가는 <말모이>의 순간들은 대조를 통해 상대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하고 함께 할 때 최고의 호흡을 선보인 두 배우의 멋진 상호작용으로 인해 먹먹한 감동으로 완성된다.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송영창, 허성태까지 연기파 배우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더 큰 열 사람의 한 걸음을 함께 완성하다!
학생부터 노인까지, 평범한 사람들부터 지식인까지. 조선 전국의 사람들이 사전을 만드는데 말과 뜻과 마음을 한데 모으는 과정의 극적인 재미와 감동을 그리는 영화 <말모이>는 그에 어울리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연기파 배우들로 영화의 구석구석을 채운다. <암살>의 김구 선생과 <공작>의 명대사 ‘롤락스’로 우선 기억되는 배우 김홍파가 자기보다 젊고 배움도 없는 까막눈 판수와 너나들이할 정도로 열린 마음의 소유자인 조선어학회의 큰 어른 조갑윤 선생으로 든든하게 자리 잡았다. <1987>의 강민창 치안본부장으로 폭력의 시대, 부당한 권력의 최전선에 있는 이를 실감 나게 보여준 우현은 술을 사랑하고 사람은 더 사랑하는 시인 임동익 역으로 낭만과 온기를 더했다. 학회 기관지인 ‘한글’기자로, 날카로운 눈빛만큼이나 꼿꼿한 원칙을 가진 박훈 역은 김태훈이 맡아, 1940년대 글로 일제에 저항했던 지식인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학회의 비밀 서고와 사무실이 있는 ‘문당책방’의 운영을 책임진 강단 있는 회원 구자영은 [응답하라 1988]로 각인된 이래, <미씽>, <허스토리>와 최근의 <미쓰백>까지 강렬한 여성들을 성공적으로 그려낸 김선영이 연기해, 유해진의 판수와 글을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멋진 호흡과 재미를 보여준다. 가장 젊은 회원으로 아내 사랑이 극진한 사랑꾼 막내 민우철 역에는 <동주>, <재심>, <박열>의 민진웅이 연기한다. 한편, 이들과 반대 지점에 선 역할의 배우들도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한다. 항일에서 친일로 변절한 정환의 아버지 류완택 역은 송영창이 출연, 정환에게 시련과 갈등을 드리운다. <밀정>이래 <남한산성>의 청나라 장수부터 최근의 <명당>과 <창궐>까지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허성태가 국민총력연맹 책임자로 ‘말모이’ 탄압에 앞장서는 일본 경찰 우에다로 실감 나는 악을 보여줄 예정이다. 극 중 ‘말모이’ 정신을 상징하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이란 문구 그대로 이들 연기파 배우들은 <말모이>로 뜻 모아, 마음 모아, 더 큰 한 걸음을 함께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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