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그러나 눈에 띄게 진일보하는 일본 감성 영화에 새로운 획을 긋는다.
2006년 상반기에만 10여 편이 넘는 일본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되었듯이, 애니메이션과 호러물로만 익숙했던 일본 영화들이 이제는 다양한 장르로 폭넓게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1999년 <러브레터>로 시작되어 2004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5년 <메종 드 히미코>로 이어지는 대표적 감성 영화들은 한국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섬세하고 투명한 감동을 전해주며 관객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유레루>는 미세한 감정의 떨림 마저도 현미경으로 투시한 듯 잡아낸 천재 신인 감독과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 배우들의 앙상블로, 해를 거듭할수록 진일보 해가는 일본 영화의 행보를 증명해 보인다.
제5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아시아 영화로는 괴물과 함께 초청되어 그 작품성을 이미 인정받은 <유레루>는, 형과 동생이라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치밀한 각본, 섬세한 연출, 역량 있는 배우 이 3박자를 고루 갖추며 불완전한 관계성으로 흔들리는 인간 심리를 통찰력 있게 조명하여 역대 일본 감성 영화의 감동을 뛰어넘는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형이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진 남자. 그는 젊고 유능하며, 자유분방하고 쿨하다. 그가 가지고 싶은 것은 뭐든지 소유한다. 하지만 그 동안 그는 철저하게 외로웠으며 고독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해 보였던 이 남자는 사실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
여기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오다기리 죠가 있다. 빼앗아서라도 갖고 마는 소유욕 강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타케루. 형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 고통스러워하는 마음 속 ‘흔들림’을 섬세하게 연기하여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화려하고 쿨한 외모와는 다른 복잡한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그를 만나게 된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는 남자.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남을 배려한다. 그는 모든 것을 빼앗기기만 한다. 하지만 그렇게 현실에 순응하는 동안 그는 모든 욕망을 억누르며 신음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던 이 남자는 사실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와 다투는 것이 싫어 사람들 사이의 화목을 우선시하는 형 미노루. 현실에 머물며 늘 빼앗기기만 하는 삶을 사는 소심한 성격의 형 역할은 영화, TV, 연극 등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연기파 배우 카가와 테루유키가 맡았다. 친절하고 온화한 그의 이면에 감춰져 있는 깊은 내면의 상처를 섬세한 움직임으로 표현해냄으로써 관객을 압도한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올해 놓쳐선 안될 영화 <유레루>!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첫 작품 <산딸기>(2002)를 통해 대조적 성격의 남매를 중심으로 인간의 선과 악을 코믹하게 그려 신인이라고 할 수 없는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 받았다. 일본 영화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녀가 이번에 내 놓은 이야기는 형제 이야기다. 두 사람 내면의 다양한 ‘흔들림’을 심도 있게 그려냄으로써 보편적인 드라마를 스케일 넘치는 작품으로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아무도 모른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기획에 참여해 그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이처럼 치밀한 각본과 섬세한 연출력, 감독의 인간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력, 그리고 배우들의 살아있는 연기가 완벽히 조화를 이뤄 <유레루>는 그 빛을 발휘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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