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3일 첫 개봉 2021년 11월 18일 재개봉
말할 때마다 늘어나는 이야기: ‘호빗’의 재해석
“구멍 속에 호빗들이 살고 있었어. 지저분하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아. 벌레가 득시글대지도 퀘퀘한 냄새가 나지도 않고. 촉촉하고 단단한 모래로 덮인 곳에 누군가 앉거나 음식을 먹는다면 그게 바로 호빗의 구멍이란다. 아주 편안한 곳이지.” - ‘호빗’, J. R. R. 톨킨
1937년 9월 21일, J. R. R. 톨킨은 ‘호빗’이라는 이름의 어린이를 위한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된 이래 100만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5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7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판매되고 있다. 소설 ‘호빗’은 소설가, 시인, 대학교수, 문헌학자들에 의해 아이들이 자기 전에 읽어 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로 알려져 있지만 소설의 내용에는 작가가 가진 자연과 동화에 대한 애정, 작가가 겪은 전쟁 체험, 무소불위의 낯선 존재들을 이길 수 있는 겸손한 영혼에 대한 동질감이 드러나 있다. 자신만의 안락한 호빗 은신처에서 살고 있던 빌보 배긴스가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와 13명의 난쟁이들에 의해서 경이롭지만 위험한 모험을 하게 되는 이 이야기는 여러 세대에 걸친 독자들에게 문학적 통과의례로 사랑 받아왔다. 모험을 향한 사명, 영예와 충성이 담긴 자연 세계, 집으로 돌아가려는 열망,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믿기 힘들 정도의 용기가 분명하게 담겨 있을 뿐 아니라 복합적인 문명 세계와 중간계의 마법과도 같은 광경들도 담겨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톨킨이 평생을 걸쳐 그의 작품들을 통해 탐구했던 것으로 전 세계를 아우르는 심오한 문화적 융합이 담긴 깊고 풍부한 세계를 보여준다. 만화책이나 비디오 게임 등 ‘호빗’을 다양한 매체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은 있었으나 이 내용을 감히 영화로 제작할 생각은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제작자가 중간계를 그린 이 명작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입증했다. 10년 전 피터 잭슨은 J. R. R. 톨킨의 명작을 획기적으로 스크린에 옮겼고 <반지의 제왕> 3부작은 문화적인 방면에서 영구한 위치에 올랐다. 흥행뿐 아니라 비평적으로도 성공해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해 11개의 아카데미상을 획득했다. J. R. R. 톨킨은 ‘호빗’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반지의 제왕’으로 끝을 맺었지만 피터 잭슨은 이와는 정반대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먼저 제작하고 이제 60년 전의 이야기인 ‘호빗’으로 회귀해 새롭게 영화를 풀어 나간다. 그 선발 주자가 바로 <호빗: 뜻밖의 여정>이다.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만들었을 때 다시 없을 기회라고 확신했다. 놀랍고 특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고, 누구도 중간계로 다시 한 번 모험을 떠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호빗’을 다시 만들게 된 건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를 두 번이나 가지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영화 제작을 시작하면서 피터 잭슨은 오랜 기간 함께 해왔던 프란 월시와 필리파 보엔스, 길예르모 델 토로와 함께 대본을 구상하고 자신이 감독을 맡기로 결심했다. 주제가 담긴 맥락과 감정적인 싸움,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구상하면서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의 스케일과 깊이, 구성을 반영하는 영화를 머릿속에 그렸다.
원작 소설 ‘호빗’은 아이들을 위해 쓰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건과 사건이 빠르게 연결되고 급박하게 진행되는 멋진 이야기이다. ‘반지의 제왕’보다 더 유머가 있고 등장인물들도 더 다채롭다. 욕심이 많거나 무척 악독한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 대신, 변치 않는 순수한 인물이 있고 등장인물들이 힘을 합해 곧장 ‘반지의 제왕’이 시작된 이야기로 달려 나간다. 이야기의 시작이 바로 ‘호빗’이다. 이에 피터 잭슨은 “말하자면 ‘호빗’은 황금빛의 동화 같은 거예요. 하지만 책 말미에 보면 톨킨이 ‘반지의 제왕’으로 이야기를 이어갈 의도가 담긴 부분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어두운 시대로 바뀌는 부분이죠. 자연에 대한 경외와 리더십 그리고 권력이 ‘반지의 제왕’이 가진 테마고 그 시작이 바로 ‘호빗’인 겁니다.”라고 설명한다. ‘호빗’을 시나리오로 만들면서 피터 잭슨과 프란 월시, 필리파 보엔스는 원작을 그대로 차용하지는 않았다. ‘호빗’을 쓰면서 작가가 뒷이야기를 쓸 것이라고 결심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톨킨은 ‘호빗’을 처음 쓰면서는 놀라울 정도의 신화 세계와 중간계에 대해서 남겨두었다. 책에는 갈등이나 관계, 사건들이 명쾌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그래서 이야기의 속편인 ‘반지의 제왕’을 쓰면서 모든 사건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두었다. 어린이를 위한 책 ‘호빗’이 전설적인 이야기의 씨앗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진들은 중간계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기를 바랐다. 피터 잭슨은 가장 먼저 하이 프레임 레이트 3D 촬영을 위해 초당 48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의 디지털 카메라를 마련했고, 이것은 일반 방식 이외에 다양한 포맷으로 적용 가능하다. 일반 스크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호빗>이 <반지의 제왕>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시각 효과를 보여줄 수 있으면 했어요. 10년 전에는 3D 영화관이 흔하지 않았죠. 저희는 지금 48 프레임의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있고 ‘호빗’이 하이 프레임 레이트 기술을 사용해 찍은 첫 장편 영화가 될 거예요.” 제작진과 배우들이 한데 뭉쳐 다시 한 번 만드는 3부작 이야기는 땅속 구멍에 살고 있던 한 호빗이 예상치 않게 놀라운 여행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뜻밖의 조합: 줄거리와 등장인물
“프로도, 내 모험에 대해 전부 말했느냐고 물었었지? 진실을 말한 건 사실이지만 전부 다를 말하지는 않았다.”
마법사와 호빗과 난쟁이들의 왕
조카 프로도가 위대하고 위험한 여행을 떠나기 60년 전, 빌보 배긴스는 호빗들이 사는 마을 중심부의 백 엔드에 자리잡은 안락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빌보는 자신의 집을 사랑했으며 샤이어(백 엔드) 너머의 세계에 대해서는 그가 모은 소중한 책들과 지도에 나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다. 이 모험의 중심이 될 호빗을 연기하는 배우를 정하는데 있어서 제작진들은 단 한 명의 배우만을 생각했다. 희극 연기와 정극 연기에 모두 재능이 있으며 유머와 인간미를 보여주기로 이름난 배우, 마틴 프리먼이었다. 마틴은 우직하고 강인한 동시에 연약함을 가진 뛰어난 배우로서 연민을 자아내면서도 웃음을 줄 수 있는, 모든 면에서 빌보 배긴스에 적합하다. 난쟁이와 마법사, 엘프와 트롤 등 다양한 인물들 중에서 빌보는 가장 관객과 유사한 인물이다. 빌보는 가장 평범한 인물로 그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반응한다. 트롤과 마주쳤을 때 트롤의 검을 잡거나 싸움을 시작할 필요가 없이 겁에 질리는 모습이 가장 자연스러운 반응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마틴은 정말 뛰어난 배우라고 피터 잭슨은 설명한다. “마틴은 그런 척하는 연기를 하지 않아요. 늘 실제 같고 사실적입니다. 저는 늘 호빗이 매우 영국적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작은 잔에 차를 마시고 난롯가에서 발을 쬐고 말이죠. 제가 만나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호빗 같은 인물이 바로 마틴일 겁니다.” 영국 텔레비전 시리즈 <셜록>을 촬영 중이던 마틴을 위해 피터 잭슨은 뉴질랜드 촬영 일정을 재조정하기도 했다. 마틴 프리먼은 빌보를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꽤 만족하는 인물로 여행 없이 세계를 학습하고 어떤 일이 닥쳐도 소극적이고 주저하며, 자신의 집과 호빗 마을이 전부이기 때문에 다른 세계를 무척 두려워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빌보의 안락한 삶은 순진한 호빗에 대해 희망을 품은 회색의 간달프가 찾아오면서 뒤흔들린다. 이 현명하고 직관적이며 때로는 장난스러운 마법사 역은 이안 맥켈런이 맡았다. 수많은 역할을 맡았지만 이안 맥켈런이 맡은 역할 중 그의 이미지를 가장 잘 대변할 역할이 바로 간달프일 것이다. “촬영장에 이안 맥켈런이 수염을 붙이고 모자를 쓴 채 나타나자 ‘간달프다’라고 생각했죠. 영화 속 인물과 문화적 아이콘이 낯선 방식으로 결합했다니까요.” 피터 잭슨이 덧붙였다. 존경 받는 배우 이안 맥캘런은 간달프의 모자와 망토, 수염을 다시 착용하는데 두려움을 느꼈다. “맡았던 역을 다시 맡는 건 새로운 역을 맡는 것보다 끌리는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건 커다란 의무죠. 다른 배우가 간달프를 연기한다는 건 참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몇 년 동안 수 많은 팬들이 제게 이 역을 하지 않으면 실망할 거라고 말했거든요. 다시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멋진 스태프들과도 함께 할 수 있어 기쁘고요.” 간달프는 난쟁이들의 왕 참나무방패 소린에 의해 조언자로 선택 받았다. 소린은 오래 전 용 스마우그에게 점령당해 빼앗겨 외로운 산의 웨이스트랜드에 숨겨진 자신의 부족과 보물을 찾아서 에레보르로 되가져 올 임무를 가지고 있다. 간달프는 6,000년이 넘게 살았고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다. 때문에 난쟁이들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소린이 생각한다. 간달프는 빌보가 에레보르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매우 중요한 비밀 병기라고 여긴다. 난쟁이들에게 전략과 기술을 알려주는 조언자로서 간달프는 누군가가 용 스마우그의 코 아래에 위치한 에레보르에게 슬쩍 접근해서 훔쳐올 인물이 필요한데 용은 호빗의 냄새를 맡지 못하기 때문에 빌보가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빌보는 한평생 물건을 훔쳐본 적도 없지만 어릴 때 빌보를 본 기억이 있는 간달프는 빌보가 적역이라고 생각한다. 간달프의 영지에서 어린 빌보를 봤을 때 빌보는 무척 혈기왕성한 호빗이었기 때문에 영리한 소년이 현실에 안주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봤을 때 간달프는 매우 놀라워하고 안주하는 모습 안에 숨겨진 모험에 어울리는 자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그만 호빗 구멍이 시끄러운 난쟁이들로 들끓자 빌보는 어떤 일이 닥친 건지 바로 깨닫는다. 그리고 문 앞에 난쟁이들의 전설적인 전사 참나무방패 소린이 나타난다. 리차드 아미티지가 맡은 소린은 중간계에 사는 난쟁이들의 왕 듀린의 혈통을 이어받은 인물로 용 스마우그의 맹습에 의해 아버지 스라인과 스로르를 잃었다. 잃어버린 왕국의 증거이자 에레보르의 왕위를 물려받을 차기 왕이기도 하다. 소린은 아버지로부터 복수의 의무를 물려받았다. 자신의 백성을 에레보르로 다시 데려가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진 인물이다. 아버지 스라인의 이름은 ‘동경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소린은 ‘용감히 맞서는 자’라는 뜻이다. 스라인은 에레보르를 동경했지만 가지지는 못했다. 소린은 그걸 가지기 위해 용감히 맞서 도전한다. 소린은 고결하면서도 결함이 있어 매우 비극적이고 역동적인 이야기를 가진 인물이다. 자신의 백성과 잃어버린 자신의 영지를 되찾기 위해 싸우며 난쟁이 무리 중에서 잘생기고 그들 위에 군림하며 기골이 장대한 인물로 존경을 받는다. 12명의 난쟁이들을 모아서 군대를 조직했지만 항상 자신이 리더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집증에 시달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모험을 장엄하게 만들어줄 소린의 배역을 정하는 일은 제작진들에게 무척 중요한 숙제였다. 난쟁이 무리의 리더로서 강인하고 책임감 있는 인물이 필요했고 실생활에서도 훌륭한 인물인 리차드 아미티지의 이미지가 소린과 무척 잘 맞아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소린 역을 맡겼을 때도 그 그룹을 완벽히 통솔했다.
난쟁이 무리
<호빗: 뜻밖의 여정>의 주요 인물은 빌보와 간달프, 그리고 난쟁이들을 포함한 총 15명이다. 이중 13명의 난쟁이들은 각자의 역할 분담이 있다. 다행인 것은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난쟁이들을 각각 다른 스타일로 구별해 보여주는 배우들이 있었다. 발린과 드왈린은 듀린의 혈통을 이어 받은 혈연이자 소린과 가장 가까운 인물들이다. 온화하고 외교적 수완이 있으며 현명한 발린은 켄 스콧이 맡았다. 발린은 소린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조언자이다. 마지못해 나선 발린과 달리 소린을 완전히 신뢰하는 드왈린을 연기하는 배우는 그레이엄 맥타비시다. 드왈린은 건장하고 근육질이며 온몸이 문신으로 뒤덮은, 완벽한 전사로 두려움이 없다. 소린이 가진 리더십을 굳건히 믿으며 죽음 앞에서도 소린을 방어한다. 발린과 드왈린의 대척점에 딘 오고먼과 에이단 터너가 연기하는 필리와 킬리가 있다. 두 난쟁이는 난쟁이들의 전쟁에 대해 잘 알지 못할 정도로 어리지만 활기가 넘치는 성격이다. 아무 생각 없이 왔던 백 엔드에서 자신들과 함께 모험을 떠날 무시무시한 난쟁이들을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제대로 적응을 못하는 빌보마저도 웃게 만드는 유쾌한 난쟁이들이다. 왕의 혈통을 이어받은 필리와 킬리와는 달리 보푸르와 봄부르 형제, 그들의 사촌 비푸르는 광부와 대장장이 출신이다. 보푸르는 제임스 네스빗, 봄부르는 스티븐 헌터, 비푸르는 윌리엄 커쳐가 맡았다. 보푸르는 발린의 신중함이나 드왈린의 호승지심, 필리와 킬리의 들뜬 마음을 이해하기 보다는 단순히 즐거울 것 같아서 모험에 참여한 단순한 인물이다. 비푸르는 이마에 오크의 도끼가 박힌 인물로 머리의 상처 때문에 고대 난쟁이 말 외에는 하지 못해 손으로 대화를 한다. 아무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간달프만이 비푸르의 말을 이해한다. 봄부르는 뚱뚱하고 작은 난쟁이로 먹을 것 때문에 모험에 참여한다. 봄부르에게 삶에 대한 열정과 중심은 요리와 음식이다. 오인과 글로인은 형제로 오인은 존 캘런이, 글로인은 피터 햄블레톤이 맡았다. 둘은 그룹에서 연장자로 남쪽의 용감한 난쟁이이자 소린의 먼 친척으로 그들의 혈통에 깊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 형인 오인은 치유자이자 선지자로 앞일을 예견하여 이들의 모험을 이끌어간다. 글로인은 재정 담당자로 날카로운 눈으로 재정을 감시한다. 매우 가정적인 남자로 글로인의 아내는 멋진 수염을 가진 것으로 칭송받는 미인이며 부인과의 사이에 아들 김리가 있다. 도리, 노리, 오리 형제는 각각 마크 해드로우, 제드 브로피, 애덤 브라운이 맡았으며 이들은 소린의 외종사촌으로 아버지가 각각 달라 그 기질도 각각 다르다. 도리는 세 형제 중 장남으로 막내 동생 오리를 과보호하며 노리와 떨어뜨려 놓고 싶어 한다. 그는 동생들을 쥐고 흔들려는 경향이 있다. 노리는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어릴 때 집에 혼자 남겨졌기 때문에 눈치가 빠르고 물건을 훔치는 습관이 있다. 어딘가 모르게 찔리는 구석이 있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인물이지만 사랑스러운 난쟁이이다. 막내 오리는 사랑스럽고 순진한 구석이 있는 다정한 인물로 모든 여정을 글과 그림으로 남겨 기록한다. 다른 난쟁이들과는 구별되는 인물이다. 빌보는 이런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난쟁이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되고 간달프는 에레보르의 지하 왕국이 기다리고 있는 외로운 산으로 갈 수 있는 고대 지도와 열쇠를 건네준다. 그러나 난쟁이들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암호화된 지도를 해독할 사람이 한 명 더 필요하다.
백색 의회와 녹색의 큰 숲
샤이어 마을을 떠난 원정대는 트롤숲에 잠시 머무르게 되는데 곧 세 마리의 배고픈 트롤들에게 공격을 당하게 된다. 모험을 떠나고 나서 처음으로 빌보가 엄청난 위험에 직면하는 순간이자 시험에 놓이고, 난쟁이들과 계속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의 여부가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이 장면의 트롤들은 윌리암, 버트, 톰으로 이미 <반지의 제왕>에서 등장한 바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랜 벗 간달프가 갈색의 마법사 라다가스트와 함께 나타난다. 라다가스트 역은 <닥터 후>를 연기한 배우 실베스터 맥코이가 맡았다. 괴짜인 갈색의 라다가스트는 중간계의 마법사 중의 한 명으로 회색의 간달프와 백색의 사루만이 포함된 5인의 마법사 중 한 명이다. 라다가스트는 중간계에서 물러나 초록큰숲에서 쓰러져가는 움막을 짓고 사는 인물로 로고스벨이라고도 불린다. 중간계나 엘프 세계, 난쟁이들의 세계에는 관심이 없고 동물과 식물을 돌보는 일에 더 관심을 보이는 인물로 새와 야생 동물들이 따르는 인물이다. 초록큰숲에 악마의 세력이 커져가는 걸 맨 처음 발견한 인물로 고대에 버려진 요새인 ‘돌 굴드르’가 속한 미스터리를 풀려는 간달프를 위해 연결 고리를 줄 수 있는 인물이다. 원정대는 그들을 쫓는 괴상망측한 오크들과 늑대를 닮은 무시무시한 괴물 와르그를 만난다. 그리고 마침내 강 근처 깊은 언덕에 숨겨진 오아시스 리벤델에서 엘프들을 만나게 되지만 엘프들은 그들을 반기지 않는다. 원정대는 엘프들의 왕 엘론드의 명령에 의해 겨우 환영을 받게 되나 엘론드는 소린의 목표와 간달프가 참여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엘론드 역은 <반지의 제왕>에서 이미 엘론드를 연기한 바 있는 휴고 위빙이 맡았다. 간달프는 엘론드가 소린이나 난쟁이들을 지켜주겠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일을 하려는 것이었다. 엘론드의 생각에 외로운 산으로 가는 일이나 용 스마우그의 잠을 깨우는 일은 분란만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달프가 리벤델을 방문한 데에는 저의가 있었다. 간달프 자신과 사루만, 엘프 중에 고귀한 신분을 지닌 엘론드와 갈라드리엘로 구성된 백색 의회에 돌 굴드르에 대한 의혹을 끌어들인 것이다. 갈라드리엘 역은 역시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케이트 블란쳇이 맡았다. 피터 잭슨에 의하면 백색 의회는 톨킨이 구상한 중간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간계의 수호자이며 위험을 감지하는 의회로, 중요하기 때문에 이전의 <반지의 제왕>에서의 배우들이 꼭 필요했고 휴고 위빙과 케이트 블란쳇은 이에 기꺼이 동참했다. 갈라드리엘은 백색 의회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간달프의 정신적 동지이다. 퍼즐의 아주 작은 조각처럼 간달프와 갈라드리엘은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동시에 느낀다. 특정한 공명이면서 앞으로 올 일을 예견하지만 백색 의회는 그걸 보지 못한다. 준비하고 힘을 합하고 미래를 예견하기 때문에 간달프와 갈라드리엘은 고귀하고 영웅으로서 용기 있게 다수의 의견에 반기를 들고 어느 누구도 들어갈 준비가 되지 않은 위험으로 들어간다. 백색 의회의 수장인 사루만은 가장 힘이 있으며 경외를 받는 마법사로 전설적인 배우 크리스토퍼 리가 연기한다. <반지의 제왕>에서도 사루만을 연기했던 크리스토퍼 리는 60년 전으로 돌아가 어둠에 물들지 않았던 시절의 고귀하고 품위가 있으며 마법사들의 수장인 사루만을 연기한다. 엘론드와 사루만에게 난쟁이들의 모험은 오랜 평화를 깨는 행위이다. 사루만은 곧 어둠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간달프의 충고를 무시한다. 사루만은 간달프가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 난쟁이들의 무모함을 용납할 수 없다.
고블린, 골룸, 절대 반지
간달프가 사라지고 소린과 빌보, 난쟁이 무리는 리벤델에 남겨진다. 그들이 가야 할 곳은 동쪽 끝으로 위험한 안개 산을 넘고 험난한 폭풍을 이겨내야 한다. 겨우겨우 산을 넘지만 산 아래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일행은 올가미에 갇혀 고블린 무리에게 포위당한다. 소린과 소린의 부하들은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모습을 한 고블린 왕 앞으로 끌려간다. 고블린 왕을 연기하는 배우는 유명한 코미디언 배리 험프리스다. 고블린 왕은 무척 포악하고 잔인한 인물로 난쟁이들을 자신의 적으로 간주하고 난쟁이들로 요리 하는 걸 즐긴다. 이 때 난쟁이 무리와 떨어져 터널 아래로 굴러 떨어진 빌보는 지하 호수에서 고블린과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연명하는 것으로 보이는 낯설고 여윈 생물체를 만나게 된다. 놀라운 힘을 가진 반지를 탐하는 골룸이다. 이번 편에서의 골룸은 대활약을 펼친다. <반지의 제왕>에서 비춰진 것과는 달리 젊고, 이빨도 몇 개 더 있고 조금 더 용감하다. 540년이 넘게 어두운 곳에서 불운한 고블린을 먹으며 살아 왔기 때문에 골룸은 자신이 연약하다는 걸 잊어 버렸다. 골룸의 약점은 바로 반지로 그 소중한 반지가 그를 강하게 만들었지만 그걸 빼앗길 거라는 건 꿈에도 생각 못했다. 동굴에 있는 동안 빌보는 우연히 반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골룸 역은 <반지의 제왕>에서도 골룸 역을 맡았던 앤디 서키스가 맡았다. <킹콩>과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에서도 모션캡쳐 연기를 선보였던 앤디 서키스는 <호빗: 뜻밖의 여정>에서도 역시 모션캡쳐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역사상 앤디 서키스만의 독자적인 연기는 비교를 불허한다. 골룸은 빌보를 잡아 먹으려고 하나 빌보는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수께끼 놀이’를 할 것을 다급히 제안한다. 흥미로 응했으나 수수께끼가 역효과를 낳아 결국 빌보를 쫓아다녀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영화의 끝부분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촬영이 개시되자마자 프리먼의 재능을 보여주는 첫 장면이 되었다. 골룸과의 만남은 빌보에게 있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영웅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던 자신 안의 충성심과 자비, 재능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중간계로의 귀환: 소품과 촬영, 영화 속 물질적 세계
뉴질랜드 미라마에 자리한 피터 잭슨의 영화 촬영소 스톤 스트리트 스튜디오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찍을 당시보다 3배 정도 커졌고 <호빗: 뜻밖의 여정>을 찍을 촬영장의 전체 부지는 2개의 최첨단 스튜디오를 포함해 9,800평 가까이에 이르렀다. 이야기가 연결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촬영장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재능 있는 인물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될 필요가 있었다. <호빗: 뜻밖의 여정>의 배경이 되는 중간계를 다시 만들기 위해서 피터 잭슨은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던 촬영감독 앤드류 레즈니와 프로덕션 디자이너 댄 헨나, 작곡가 하워드 쇼어, 메이크업•헤어 디자이너 피터 스워즈 킹, 웨타 워크숍의 리차드 테일러와 웨타 디지털의 조 레터리, 의상 디자이너 앤 마스크레이와 밥 벅을 불러들였다. 모두 <반지의 제왕>을 통해 아카데미를 손에 넣은 인물들이다. 또한 여러 편의 영화에서 함께 작업한 앤디 서키스 또한 합류시켰다. 제작진은 딱 한 가지 주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작 ‘반지의 제왕’과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주고자 했다. “10년 후에는 중간계의 이미지 대부분이 어느 정도 고착화될 거예요. 하지만 <호빗: 뜻밖의 여정>의 분위기는 좀 더 목가적이었으면 하고 생각했죠. 어둠이 세력을 넓히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히 퍼지기는 전이니까요. 세트와 미술, 촬영 부분에 있어 이야기적인 측면이나 장르적인 부분이 조금 더 반영되기를 바랐어요.” 피터 잭슨의 설명이다. 톨킨의 책에 삽화를 그린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존 호우와 앨런 리와 함께 수천 장의 그림을 공들여서 아름답게 그리는 일도 착수했다. 이 두 일러스트레이터 또한 <반지의 제왕>에 참여한 인물들이다. 피터 잭슨과 헨나와 함께 토론하면서 책을 영상으로 옮기는 일이 착착 진행되어갔다. 이런 개념 예술 과정을 거쳐 사물에 감정적인 부분까지 표현됐다. 피터 잭슨 감독은 관객들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올렸을 이미지가 영화 속에서 구현되기를 바랐다.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고유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인상들을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잘 전달해주었다. 10년 전에는 불가능했던 기술들을 개발해냈고 자연물들을 실제 자연에서 가지고 왔다. 마치 연극 무대에서 촬영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전했다. 엘프와 호빗, 난쟁이와 마법사 그리고 고블린이 가진 영역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 차이를 배우와 의상뿐만 아니라 소품과 환경에서까지 구분 지어야 하는 임무가 디자이너들에게 주어졌다. 엄청난 자료에 바탕을 둔 원칙을 가지고 각각 다른 배경을 설정해야 했다. 몇몇 장면은 <반지의 제왕>의 팬에게 매우 익숙할 것이다. 백 엔드에 있는 빌보의 작은 집은 짐들을 빼고 <호빗: 뜻밖의 여정>을 위해 재정비되고 고급스럽게 변했다. 감독은 전작에서 늙은 빌보와 프로도가 살던 그 공간 그대로의 느낌을 원했고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편안하면서 단순한, 그러나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이상적인 공간으로 완성됐다. 피터 잭슨과 함께 중간계로 돌아온 촬영감독 앤드류 레즈니는 수작업으로 제작된 최첨단의 레드 에픽 카메라로 촬영하는 멋진 기회를 만끽했다. 가볍고 이동성이 좋으며 쉽게 돌아가고 필름 카메라보다 더 많은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이 카메라는 초당 48프레임이 담긴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자, 디지털 기술이 지난 10년보다 몰라보게 달라진 진화를 확인할 수 있다. <호빗: 뜻밖의 여정>에서 이 기술이 사용된 첫 장면은 백 앤드에서 빌보가 13명의 난쟁이, 간달프와 함께 저녁을 먹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간달프가 다른 인물들보다 키가 확연하게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D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까지도 오래된 3D 기술로 촬영된 것보다 더 확실하게 크기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피터 잭슨은 ‘슬레이브 모션 콘트롤’ 혹은 ‘슬레이브 모콘’이라고 불리는 최첨단의 카메라를 사용했다. 또한 난쟁이들이 음식을 들고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걸 따라서 촬영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백 엔드 세트장을 확장시켰다. 주방과 침실을 더하고 커다란 식료품 저장고도 추가해서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세세하게 꾸며 놓았다. 라고스펠(라다가스트)을 위해서는 새로운 세트를 지었다. 숲을 집으로 삼고 살아가는 마법사 라다가스트를 위해 기이한 것들을 배치했다. 집을 뚫고 자라는 나무나 서로 기대어 삐뚤게 붙어 있는 바닥과 벽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또 하나의 새로운 세트는 골룸의 동굴이다. 골룸의 동굴은 폭풍의 한 가운데처럼 고요하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낯선 것과 동굴에 존재하는 섬뜩함을 부추기는 것들뿐으로 외로움이 절망적인 악취를 풍기고 실종된 영혼들이 남긴 절망만 그득하다. 고블린의 거주지 아래 위치한 골룸의 바위 동굴에는 배와 탁한 호수를 건널 때 필요한 노, 고블린과 오크들의 뼈와 가죽이 남긴 잔해만이 남아있다. 고블린들은 무척 단순하고 그때그때 모든 걸 해결하는 인물들이다. 목적 위주의 고블린들이 모여 사는 고블린 탑은 그런 착안에서 만들어졌다. 고블린 탑과는 달리 엘프들의 공간인 리벤델은 천상의 이미지이며 신비스럽고 주변을 둘러 싼 산과 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준 공간보다 더 확장시키고 시각 효과를 더 많이 사용했다. 특히 백색 의회의 회의실은 신성한 공간인 만큼 엘프들이 걸터 앉은 바위 뒤로 더욱 화려한 장관이 펼쳐진다. 리벤델에는 은색과 파란색을 사용해 다른 공간과 차별을 두었다. 의상이나 분장은 물론이고 세트장 또한 가볍고 부드러운 색조로 밝고 행복한 분위기를 살렸다. 48프레임의 카메라를 사용해 더 명확하고 선명한 촬영이 가능하며 부드러우면서도 ‘영화적’인 장면 연출이 가능하다. 안개산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나 리벤델에 황혼이 깔리는 장면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빛을 발하며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마법적이고 신비한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의상, 헤어, 그리고 특수 분장: 문화와 캐릭터 제작
뉴질랜드 특수효과 회사 웨타 워크숍 리차드 테일러의 지휘 아래, 각기 다른 배우가 맡고 성격들도 다 다른 난쟁이들 13명을 각각 구분하고 관객들에게 다르게 인식시킬 방법을 고민했다. 난쟁이들의 머리와 귀, 가발을 각각 제작했고, 한 명의 난쟁이를 위해 7개의 가발을 만들어 가발이 총 91개에 달한다. 각 난쟁이들을 특성화시켰지만 대부분의 난쟁이들이 야크와 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있고, 왕족의 혈통을 이어받은 소린은 사람의 머리와 비슷하게 꾸몄다. 필리와 킬리는 두 가지를 복합적으로 섞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비율이었다. 일반적인 사람은 8등신이지만 난쟁이들은 5등신이다. 배우들에게 인공적으로 뚱뚱하게 부풀린 옷을 입혀 보다 짧고 통통하게 만들어 비율을 재조정했다. 덥고 무거운 의상 때문에 힘들어하는 배우들을 위해 자전거 경주 선수들이 착용하는 냉조끼를 입혀 체온을 식혀야 했다. 의상은 색깔과 소재를 사용해 난쟁이들의 개성을 살렸다. 높은 지위에 있는 소린, 필리와 킬리, 발린과 드왈린에게는 벨벳과 비단을 사용하고 가죽을 덧대 부유함을 드러내며 암청색, 적 포도주색, 청동색을 사용해서 귀족스러움도 보여준다. 일하는 계급의 난쟁이들에게는 갈색과 회색 계열의 덜 세련된 소재를 사용했다. 오리는 상냥하고 순수하게 보이길 원했기 때문에 옅은 라벤더 색의 니트와 조끼, 모자와 목도리, 장갑을 착용시켰다. 빌보는 무척 친근하고 익숙한 존재로 목가적인 분위기를 살리면서 밝은 채도의 옷을 입혔다. 예전보다 더 밝고 경쾌한 느낌이지만 성숙한 느낌을 주었다. 빌보는 옷을 꽤 잘 입는 호빗으로 설정해 코듀로이 소재의 자켓과 조끼, 중간 길이의 바지를 입혔으며 19세기 디자이너 윌리엄 모리스에게서 영감을 받아 금색과 모래색, 자주색과 녹색의 옷으로 색상을 맞췄다. 프리먼이 호빗으로 변신하는 최종 단계는 호빗의 발이다. 웨타 스튜디오는 호빗의 발을 만들기 위해 실리콘으로 연장시킨 ‘호빗의 발가락’을 제작해 프리먼에게 장착시켰다. 불사의 존재인 간달프, 사루만, 엘로드, 갈라드리엘은 전작과 동일하다. 간달프는 낡은 모자와 회색 로브, 은색 스카프를 착용하며 엘로드와 갈라드리엘은 예전과 똑같이 젤라틴으로 만든 귀와 촘촘히 짜인 부드러운 옷을 입고 등장한다. 갈색의 라다가스트는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한 때는 아름다웠을지 모르지만 짙은 갈색의 코트는 다 낡고 헤져서 너덜너덜하고 손으로 짠 조끼는 망가졌으며 괴상망측한 구두를 신고 낡아빠진 모자를 쓰고 있다. 머리에 새 둥지가 있어 모자 안에서 새가 지저귄다.
상상 이상으로: 웨타 디지털의 작업
웨타 디지털과 조 테러리가 이끄는 팀은 중간계의 문명과 세계를 창조했다. 스톤 자이언트로부터 트롤까지, 고블린으로부터 골룸까지 웨타 디지털의 기술은 새로운 창조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제작진의 설명에 따르면 너무 완벽하게 꾸미면 자연스럽지 못하다.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질감과 머리의 움직임이 관건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골룸을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건 바로 눈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마누 베넷이 연기하는 강하고 사악한 오크 아조그는 디지털로만 이미지를 구현해냈다. 세 트롤인 윌리엄, 버트, 톰과 마찬가지로 아조그는 모션캡쳐 기술에 의해 생명을 얻었다. 배리 험프리스가 연기하는 끔찍한 고블린 왕도 모션캡쳐 기술이 덧입혀졌다. 이와는 달리 제프 라울즈가 분한 오크 야즈넥과 스티븐 우레가 연기하는 오크 핌불은 웨타 워크숍에서 제작한 실리콘과 라텍스 인공물을 덮어 쓴 채 연기하고 웨타 디지털이 후보정을 맡는다. 발달된 기술의 수혜를 제일 먼저 맛 본 캐릭터가 바로 골룸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잊을 수 없는 명연기를 펼친 앤디 서키스의 골룸 또한 웨타 디지털과 앤디 서키스가 만나 모션캡쳐 기술을 사용해 이룩해낸 결과다. 특히 골룸과 빌보가 수수께끼를 하는 장면에서 모션캡쳐 기술이 빛을 발하는데 이 마지막 장면에서 실제 두 배우가 연기를 하고 그 부분을 디지털 캐릭터가 대체하는 과정을 거쳤다. 고블린의 탑, 늑대를 닮은 거대한 괴물 와르그, 라다가스트의 썰매를 끄는 거대한 토끼 등 거대한 동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도 바로 웨타 디지털의 기술이다. 촬영감독과 밀접하게 협조하면서 실제 촬영 장면과 디지털로 손 본 장면을 결합시켰다. 실제 촬영 장면에 디지털로 세세한 부분을 덧붙이기도 한다. 하트필드 위에서 바라본 하늘의 모습은 360도 회전 카메라로 촬영한 후 디지털로 더 넓게 확장시킨 장면이다.
망치에서부터 침까지: 중간계의 무기들
<호빗: 뜻밖의 여정>에 등장하는 무기와 도구들은 각각의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지표다. 웨타 워크숍은 막중한 책임감을 지니고 영화를 위해 다양한 무기들을 구상하고 제작해냈다. 난쟁이들의 무기는 매우 금욕적이다. 그들의 무기는 역경을 드러내며 무척 정교하다. 무기의 기능들은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웨타 워크숍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벼운 알루미늄과 우레탄을 사용해 제작했다. 드왈린은 양손잡이로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므로 두 벌의 무거운 도끼를 사용한다. 별명 또한 ‘움켜쥐는 자’, ‘지키는 자’로 어깨를 가로질러 등까지 끈을 연결해 무기를 두고 망치도 들고 다닌다. 젊은 필리와 킬리의 무기는 특별히 훈련받은 기술로 필리는 던지는 칼을, 킬리는 활과 화살을 사용한다. 발린은 멋진 지팡이를, 비푸르는 사냥 창을, 보푸르는 도끼와 곡괭이를 번갈아 쓰며 오인은 전투용 막대기를 사용한다. 도리는 대형칼, 오리는 새총, 노리는 살을 벗기는 날카로운 칼을 사용하고 글로인은 훗날 아들인 <반지의 제왕>의 김리가 들고 다니던 두 개의 도끼를 사용한다. 또한 간달프의 요청에 따라 다시 만들어진 엘프 세계의 전설적인 검 글랜드링도 등장하며 오크의 무기와 고블린의 식칼도 나온다. 트롤의 동굴에서 얻은 소린의 새로운 검과 멋진 무기들, 톱날처럼 박히는 용의 이빨도 웨타 워크숍의 작품이다. 아름다운 엘프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그들에게 어울리도록 자연을 닮은 아르누보 풍의 부드러운 곡선을 가지고 있다.
난쟁이들의 신병 훈련소: 전투와 스턴트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마틴 프리먼과 난쟁이 역을 맡은 배우들은 자신들끼리 ‘신병 훈련소’라 이름 붙인 훈련에 들어갔다. 무기를 다루는 법과 움직이는 법, 말을 타는 법을 배우는 훈련장에서 각 배우들은 영화 속에서 사용하게 될 옷과 무기를 실제로 착용하고 훈련에 임했다. 각 배우들이 자신들이 맡은 역할에 꼭 맞는 모습으로 싸웠다. 호빗은 발이 큰 것이 특징으로 무릎을 질질 끌고 팔다리가 튼튼해서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확고하게 움직인다. 난쟁이들은 행진을 하며 전투에 용감히 임하고 마치 셔먼 탱크처럼 땅에 박혀 있다. 충성심이 깊은 엘프 윌로위는 영역이 다르다. 무거운 무기는 들고 다니지 않으며 가볍고 우아하게 움직인다. 고블린은 불안한 에너지 덩어리로 항상 위험을 찾아 부딪히고 다닌다. 종종 걸음으로 다니며 두려움에 질린 상태를 유지한다. 이 신병 훈련소 생활을 하면서 배우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을 습득했을 뿐만 아니라 돈독한 유대감도 가지게 되었다. 라다가스트의 썰매를 끄는 장면에서 썰매를 끄는 토끼는 CGI로, 스턴트 대역이 촬영했다.
동쪽 뉴질랜드로: 야외촬영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에 등장하는 중간계의 풍광이라고 알려진 바 있는 뉴질랜드의 북쪽과 남쪽 섬 전역에서 야외촬영이 8주 반 동안 진행되었다. 현지 촬영 팀이 엄청난 양의 야외촬영을 몇 달 전부터 미리 준비해 두었다. 섬 전역을 돌며 촬영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했으며 지역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애를 썼다. 미리 차를 대두고 촬영을 보호하는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지역주민을 방해하지 않고 환경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와르그에게 난쟁이들이 쫓기는 장면은 이다 밸리의 클리프덴 역에서 촬영되었다. 이 장면은 제2촬영팀에서 맡은 가장 중요한 항공 촬영 장면이었으며 촬영을 위해 한 시간 넘게 헬리콥터가 하늘에 떠 있었다. 제 2 촬영팀의 감독이 앤디 서키스였기 때문에 이 팀의 별명이 ‘앤디 비행 서키스’였다는 후문을 남기기도 했다. 뉴질랜드의 야생적이고 다채로운 풍광은 감독이 상상하는 중간계의 평화로운 광경에 부합한다. 타카카 지역의 카이호카 역과 은가루아 동굴, 만가오타기 계곡과 킹 컨트리, 미들마치와 스트라스 타이에리, 트레블 콘과 와나카 지역을 넘나들며 촬영이 진행되었다.
영어에서부터 쿠즈둘까지: 언어와 중세 시대의 방언
언어에 조예가 깊었던 J. R. R. 톨킨은 중간계의 각기 다른 문명들이 다양한 언어를 쓰도록 세계를 창조했다. 다양한 언어 구사를 위해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도 도움을 주었던 언어 전문가 데이비드 살로가 <호빗: 뜻밖의 여정>에도 참여했다. 가장 많이 살을 붙인 건 엘프들의 언어로 엘프들의 언어에 대해 톨킨이 책에 개괄을 써두기는 했지만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에 대화 중 공백에 살을 붙이는 정도로 진행되었다 난쟁이들은 영어를 사용하되 영국의 다양한 악센트를 활용했다. 혈통을 구분 짓기 위해서 잉글랜드 중부지방, 남부지방, 스코틀랜드 억양, 아일랜드 남부, 런던 방언 등을 총망라해서 사용했으나 난쟁이어가 영어는 아니다. 데이비드 살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난쟁이어인 쿠즈둘을 고안해 냈다. 원작에 쿠즈둘에 대해 쓰인 부분은 고작 한 장뿐이었지만 언어의 형식과 소리를 매우 명확하게 해두었기 때문에 새로 만드는 일이 가능했다. 셈어족에 가까운 언어로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완전한 문장을 만들고 문법과 단어를 고안해낼 수 있었다. 오크들은 거의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언어를 세세하게 알 필요는 없으며 혀의 굴림과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주목하라고 제작진은 조언한다.
중간계의 소리: 음악과 노래
<반지의 제왕> 3부작을 통해 이미 아카데미를 세 번이나 손에 넣은 하워드 쇼어가 <호빗: 뜻밖의 여정>의 음악을 맡았다. 다시 중간계로 돌아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하워드 쇼어의는 ‘호빗’을 포함한 톨킨의 책을 이십 대에 읽었고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연에 깊이 공명하는 모든 것들에 공감했다. 하워드 쇼어와 피터 잭슨은 각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의 길이와 추구하는 바를 논의했다. 모험을 마치고 달라진 모습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샤우어 마을로 돌아오는 빌보 배긴스에게는 타악기 덜시머와 양철 피리를 사용해 민속 음악을 배경으로 가사 없는 음악을 선택했다. 간달프의 배경 음악은 모험에 대한 사명과 빌보에게 변화가 찾아올 것을 암시한다. 난쟁이들을 위한 노래는 무시무시하면서도 멜랑콜리한 분위기의 노래로, 잃어버린 땅 에레보르를 되찾을 사명을 지닌 외로운 소린을 배경으로 호른 선율이 어우러진다. 리벤델과 엘프들, 그리고 갈라드리엘의 테마는 여성 합창단과 현악기가 어우러지는 음악으로, 백색 의회에서 우아하게 회의를 하는 순간 돌 굴드르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흘러나와 불길함을 자아낸다. 고블린 동굴에서는 타악기 소리가 울려 퍼지며 골룸의 초라한 테마는 쿵쾅거리는 소리가 주를 이룬다. 소설 속 노래를 영화 속으로 옮긴 것들도 있다. 소설 ‘호빗’의 독자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난쟁이들은 자신들의 기분과 역사를 노래로 표현한다. 책에 많은 노래들이 있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준다. 때문에 노래들까지 포함해서 난쟁들의 문화를 보여주고자 했다. 생기 넘치는 난쟁이들의 합창곡 ‘뭉툭한 칼’도 그 중 하나다. 백 엔드에서 빌보의 접시들을 던져 빌보를 지치게 만들었던 이 노래의 가사는 웰링턴 출신의 작곡가 스티븐 갤러거가 붙였다. 난쟁이들이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게 하는 소린을 위한 감정적이고 아름다운 노래 ‘안개 산’은 데이비드 도날드슨, 스티브 로셰, 자넷 로딕, 데이비드 롱의 곡이다. <호빗: 뜻밖의 여정>의 엔딩곡 ‘외로운 산의 노래’는 뉴질랜드 가수 닐 핀이 불렀다. 닐 핀은 데이비드 도날드슨, 스티브 로셰, 자넷 로딕, 데이비드 롱과 함께 이 노래를 작곡한 공동 작곡가이기도 하다. 음악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며 저명한 스튜디오인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됐다.
피터 잭슨은 말한다. “’호빗’ 시리즈는 등장인물들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귀환’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그들의 발걸음에 따라 같이 성장하죠. 영화제작자로서 영화 기법과 높은 수준에 오른 최신 기술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관객들이 제가 만든 영화에 흠뻑 빠지기를 바랍니다. 단순히 화면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계로 떠나는 인물들의 모험을 저와 함께 느끼기를 바라는 거죠.” 그리고 모험은 계속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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