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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의 욕심 (오락성 7 작품성 7 입체감 9)
호빗 : 뜻밖의 여정 | 2012년 12월 14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J.R.R. 톨킨의 중간계를 다시금 구축할 자 누구인가.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 <호빗>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텔레파시가 통한 듯 똑같은 이름을 떠올렸을 것이다. 피터 잭슨.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이 실현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돌킨의 베스트셀러 <반지의 제왕>을 성공적으로 영화화한 이가 피터 잭슨 아닌가. 마침 감독으로 내정돼 있던 기예르모 델 토로가 <호빗>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메가폰은 피터 잭슨에게로 넘어갔다. 기예르모 델 토로표 <호빗>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어쨌든 많은 이들은 생각했다. ‘그래! 돌킨과의 최고 궁합은 피터 잭슨이지!’ 그래서! 그렇게 바라마지않던 피터 잭슨의 귀환은 성공적이었는가?

모습을 드러낸 <호빗: 뜻밖의 여정>은 ‘피터 잭슨의 화려한 중간계 복귀’라는 찬사를 기꺼이 내주기엔 망설여지는 영화다. 굉장히 공들여 만든 영화라는 건 느껴지는데, 그것이 주는 쾌감이 명징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일단 지루한 인상이 크다. 168분이라는 러닝타임보단, 그 시간을 운용하는 방식 탓이다. 초반 이야기 전개가 지나치게 느려 터져 평균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이를테면 프로도의 삼촌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의 집으로 난장이들이 하나 둘 몰려들고, 식사를 하고, 함께 노래하는 장면은 거의 통째로 편집해도 극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요정의 도시 리벤델 씬 역시 필요 이상으로 늘어진 감이 있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처럼 3부작을 목표로 한 시리즈다. 사실 계획대로라면 2부작이어야 했다. 소설 <호빗>은 고작 300쪽 짜리밖에 안 되는 텍스트다. 2,100페이지에 달했던 <반지의 제왕>의 7분의 1수준이다. 2부작도 길다면 길 수 있는 기획은 촬영도중, 3부작으로 수정됐다. 이러한 결정 뒤에는 물론 피터 잭슨이 있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 있자면, 피터 잭슨이 감독으로서의 임무와 돌킨 마니아로서의 ‘팬심’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있는 듯 느껴진다. 피터 잭슨에게 흥행과 명예를 안긴 ‘톨킨의 세계관’은 그에게도 이미 하나의 세계관이다. 그 말은 즉, <호빗> 시리즈에 가장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피터 잭슨이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호빗>에 가장 객관적이지 못할 수 있는 사람도 피터 잭슨이라는 사실이다. 과감하게 압축해야 할 부분조차, 피터 잭슨에게는 굉장한 의미로 비춰진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다시 넘치는 분량으로 돌아온다. 정말이지 이건, 군더더기의 문제다.

다행히 초반 까먹은 점수는 후반부로 가면서 빠르게 만회되기 시작한다. <호빗: 뜻밖의 여정>은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인 만큼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가 있다. 빌보 배긴즈가 어떻게 절대반지를 얻게 됐는지. 훗날 프로도가 사용하게 되는 (오크가 접근하며 파란 색으로 변하는) 칼의 출처는 어디인지. 악의 화신 사우론의 하수인이 된 마법사 사루만(크리스토퍼 리)의 과거는 어떠했는지 등 <반지의 제왕>과의 합을 맞춰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마이 프레셔스’의 주인공 골룸(앤디 서키스)! 골룸의 등장은 아마도 이 영화가 선사하는 최고의 재미일 것이다. 골룸이 빌보 배긴스와 수수께끼 게임을 하는 동안, 우리는 골룸의 얼굴에서 시시각각 변모하는 드라마틱한 표정들을 목격할 수 있다. 이토록 풍부한 표정이라니. 골룸을 만들어낸 특수효과는 <반지의 제왕>때보다 확실히 앞서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해도 그림이 되는 뉴질랜드의 풍경 역시 그 자체로 눈요기 거리가 된다.

<호빗: 뜻밖의 여정>에 쏟아지는 관심 뒤에는 초당 48프레임(일반 24프레임)을 구현하는 HFR(High Frame Rate) 신기술에 있다. 피터 잭슨은 48프레임 촬영기술이 3D의 결함을 보완한다고 확신했다. 실제로 기존 3D 영화를 볼 때 감당해야 했던, 눈의 피로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입체감도 굉장히 놀랍다. 하지만 <호빗>의 48프레임이 3D붐을 일으킨 <아바타>에 이은 새로운 영상혁명이라는 일부의 평가에 대해서는 글쎄,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아바타>가 영상혁명이라 불릴 수 있었던 건, 그것이 관객들에게 확실한 새로움을 선사했기 때문이고, 관객들이 그 새로운 체험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호빗: 뜻밖의 여정>의 48프레임은 뭔가 굉장하다는 인상 못지않게 낯설다는 인상도 크게 준다. 특히 작은 동작들, 그러니까 책을 넘긴다든가 음식을 먹는 아주 작은 행동들에서 그런 인상이 강하다. 인물들의 움직임을 마치 1.2배속 빨리 감아 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영상이 너무 뚜렷한 탓에, HDTV 화면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을 보는 듯한 인상도 준다. 이것이 영화적 체험에 순기능이 될지, 역기능을 될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꼭 봐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개봉 대기 중인 2편과 3편 때문이다. <호빗: 뜻밖의 여정>의 성과라면,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들이 1부 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할 것이란 기대를 심어준다는 점이다. 물론 그걸 확인하기 위한 시간치고, 168분은 너무한 게 아닌가란 의문이 남지만 말이다.

2012년 12월 14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마이 프레셔스~ 반갑다 골룸!
-3D 기술 죽인다. 48프레임 덕분에 눈의 피로도 적다.
-어쨌든, 일단은 돌아왔다!
-초반 지나치게 늘어지는 이야기. <호빗>은 2부작이었어야 했다.
-아르곤, 레골라스 등 안구를 정화해 줬던 꽃미남들은 어디 갔는가!
-48프레임, 생경한 느낌이 들기도.
2 )
movistar0802
많은 기대를 모았는데 지지부진한것 같습니다. 메스컴도 조용하고... 아직 보진 못했지만 그리 인기는 없을 듯...   
2012-12-18 06:43
pkwin12
사실 '호빗'의 스토리가 톨킨 세계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작거든요. 전 역사책의 한 두 페이지 정도 ? 그런 영화를 3부작으로 만들기란 참 힘들죠. 하지만 48프레임의 영상 기술은 정말 혁명인듯 합니다.   
2012-12-16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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